[현장] 고가 희귀질환 치료제 신속등재만 하면 끝?···관건은 장기 추적자료

김정수 기자 2026. 6. 19.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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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경과 바꾼 SMA 치료제
청구·임상자료 연계 한계
단일 시점 아닌 장기 추적을
공공 레지스트리 구축 시급
1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개최한 '임상 현장의 근거, 희귀·중증질환 치료의 미래를 열다' 심포지엄에서 두 번째 세션 'RWE 생성 체계와 미래: 희귀·중증질환 약제 레지스트리'를 주제로 조안나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희귀·중증질환 레지스트리의 구축 필요성과 프레임워크'를 제안했다.  /김정수 기자

척수성근위축증(SMA) 등 일부 희귀질환 치료제가 환자의 생존과 기능 변화를 이끌고 있지만 그 변화를 장기적으로 평가할 환자자료는 환자 단위로 충분히 연결·검증되지 못하고 있다. 신속등재를 통해 치료 접근성을 앞당기더라도 등재 이후 실제 환자자료를 축적하고 해석할 체계가 없으면 사후평가는 공백으로 남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SMA는 이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꼽혔다. 치료제가 없던 시기 중증 1형 SMA 환자는 의료적 지원 없이는 2세 이전 사망하거나 인공호흡기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스핀라자·에브리스디·졸겐스마 등 치료제가 도입되면서 생존과 운동기능 유지 양상이 달라졌다. 과거 조기 사망하던 환자가 생존하고 일부 환자는 앉거나 걷는 수준까지 기능이 개선되는 등 기존 자연경과와 다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조안나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겸 희귀질환센터장은 19일 서울 서초구 aT센터 5층 그랜드홀에서 열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실제근거(RWE) 심포지엄에서 SMA 사례를 들어 희귀질환 치료제 평가자료의 한계를 짚었다. 조 교수는 SMA 치료제 주요 임상시험이 대상자 수가 적고 추적 기간도 짧았으며 약제별 운동기능 평가 기준도 달라 장기 치료성과를 비교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실제 환자의 변화가 기존 급여평가 자료에 충분히 잡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투약 여부와 의료이용을 보여주는 청구자료만으로는 치료제가 환자의 기능과 삶을 어떻게 바꿨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산정특례 등 행정자료도 역학 통계나 대상자 파악에는 의미가 있지만 약제 성과평가에 필요한 장기 임상자료를 축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조 교수는 약제를 투여받는 환자만 등록하는 방식도 충분하지 않다고 봤다. 실제 치료 효과를 평가하려면 약제를 쓰는 환자뿐 아니라 아직 약제를 쓰지 않는 환자·급여가 중단된 환자의 임상자료도 함께 축적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치료군과 비치료군, 급여 유지와 중단 이후의 경과를 비교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정책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19일 서울 서초구 소재 aT센터 그랜드홀에서 '임상 현장의 근거, 희귀·중증질환 치료의 미래를 열다'를 주제로 '실사용근거(RWE, Real World Evidence)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홍승권 심평원 원장과 발표자, 토론자 등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김정수 기자

청구·임상자료 결합한 레지스트리 필수

이날 심포지엄은 '임상 현장의 근거, 희귀·중증질환 치료의 미래를 열다'를 주제로 열렸다. 심평원이 마련한 약제성과평가를 위한 RWE 생성 가이드라인과 희귀·중증질환 약제 레지스트리를 활용한 RWE 생성 체계가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조도연 심평원 희귀·중증질환성과평가실 부연구위원은 레지스트리를 활용한 코호트 구축과 RWE 생성 방안을 설명하며 성과평가가 특정 약제의 단기 효과 확인을 넘어 환자 여정 기반 평가로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진료현장에서는 △치료 시작 △유지 △중단 △전환 △후속 치료 △장기 결과가 이어지기 때문에 단일 시점 자료만으로는 치료성과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조 부연구위원은 레지스트리가 급여 이후 실제 효과·치료제 도입 이후 장기 질병 경과·후속 치료제 등장 이후 치료 경로 변화를 확인하는 기반이 돼야 한다고 봤다. 그는 "실제 효과를 확인하려면 치료가 지속되는지, 중단이나 전환이 발생하는지, 기능 변화와 의료이용이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청구자료와 임상자료의 결합이 필요하다. 조 부연구위원은 임상자료가 기능 변화나 질환 상태 등 임상적 맥락을 보여줄 수 있지만 전국 단위 장기 추적에는 한계가 있고 청구자료는 투약·의료이용·비용을 장기간 확인할 수 있지만 기능평가나 질환 중증도 같은 세부 임상정보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조 부연구위원은 "문제는 자료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목적과 구조로 만들어진 자료가 환자 단위로 충분히 연결돼 있지 않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단순 수집 넘어 장기 추적 인프라로

SMA와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PNH)은 이 같은 환자 여정 평가가 필요한 사례로 제시됐다. SMA는 치료제 도입 이후 생존과 기능 변화가 나타나는 만큼 장기 질병 경과를 추적해야 하고 PNH는 치료 선택지가 늘어나면서 약제 사용뿐 아니라 △치료 시작과 전환 △수혈 △입원 △의료이용 변화까지 함께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정 약제가 쓰였는지만 보는 방식으로는 실제 진료현장의 치료성과를 해석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조 부연구위원은 레지스트리가 단순히 자료를 많이 모아두는 데이터베이스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핵심은 자료를 많이 모으는 것이 아니라 환자 단위로 연결·검증해 활용 가능한 근거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원별로 환자 단위 연결이 이뤄지고 치료 시작일과 투약·사망 여부 등 핵심 변수가 검증돼야 정책에 활용 가능한 실제근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19일 강라원 심평원 희귀·중증질환성과평가실 부장이 RWE가 실제 보험급여 사후관리와 연결되는 구조를 설명하고 있다. /김정수 기자

사후관리 연계 및 공공 거버넌스 과제

강라원 심평원 희귀·중증질환성과평가실 부장은 RWE가 실제 보험급여 사후관리와 연결되는 구조를 설명했다. 강 부장은 약제성과평가가 고가 희귀·중증질환 치료제를 조건부로 등재해 환자 치료 접근성을 보장하되 등재 후 모니터링과 평가로 근거 불확실성을 줄이고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제도라고 밝혔다.

강 부장은 희귀질환 치료제 신속등재 시범사업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등재 이후 근거 축적과 사후평가 절차를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약제성과평가는 개별 환자의 치료 효과를 추적해 환급과 연계하거나 투약 환자 전체의 실제자료를 모아 약제 효과를 사후평가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때 평가 결과를 급여정책에 어떻게 반영할지에 대한 급여조정안도 사전에 논의된다.

실제자료가 정책 판단에 쓰이려면 근거 생성 기준도 필요하다. 한은아 연세대 약학대학 교수는 약제성과평가를 위한 RWE 생성 가이드라인의 주요 내용을 설명하며 실제자료(RWD)를 분석해 RWE를 만들 때 연구설계와 자료 품질·결과보고의 투명성이 확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이드라인은 개별 약제의 급여 여부를 판단하는 문서가 아니라 RWE 연구 결과를 의사결정에 활용할 때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확보하기 위한 기본 기준이라는 설명이다.

레지스트리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공공 거버넌스도 필요하다. 조 교수는 민간이나 학회 중심 레지스트리는 데이터 소유권과 장기 관리 책임 문제가 남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레지스트리를 "고속도로나 고속철도 같은 공공 인프라"에 비유하며 당장의 효율만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희귀질환 관리와 약제 평가를 위해 장기적으로 구축해야 할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19일 한은아 연세대 약학대학 교수는 약제성과평가를 위한 RWE 생성 가이드라인의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김정수 기자

조 부연구위원도 레지스트리가 한 기관의 자료 수집 사업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봤다. 그는 "레지스트리는 단순 데이터베이스가 아니라 여러 이해관계자가 함께 신뢰할 수 있는 근거를 생성하고 활용하도록 지원하는 공공 인프라"라고 말했다. 레지스트리는 특정 약제 사용자를 관리하는 장치에 그치지 않고 희귀질환의 자연경과와 치료 이후 변화를 장기 추적하는 질환 관리 인프라로 설계돼야 한다는 취지다.

희귀질환 치료제 신속등재는 급여 문을 먼저 여는 제도인 동시에 등재 이후 실제 환자자료로 효과를 다시 확인하는 사후평가 체계여야 한다. 청구자료·임상자료·사망자료 등 흩어진 자료를 환자 단위로 연결·검증하는 레지스트리가 마련되지 않으면 신속등재 이후의 평가는 또 다른 공백으로 남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근거(RWE)= 실제 진료환경에서 수집되는 환자의 건강상태, 의료이용, 치료 경험 등 실제자료(RWD)를 분석해 얻은 근거다. 임상시험만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치료 효과와 안전성, 의료이용 등을 실제 환자자료를 통해 살피는 데 활용된다.

☞레지스트리(Registry)= 특정 질환 환자의 인구학적 특성, 진료·투약 내역, 치료 경과 등을 장기적으로 수집·추적하는 등록체계다. 질환의 자연경과와 치료 효과를 평가하는 근거로 활용된다.

☞척수성근위축증(SMA)= 척수 운동신경세포 이상으로 전신 근육이 점차 약해지고 위축되는 희귀 유전질환이다. 운동발달 지연, 근긴장 저하, 호흡부전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PNH)= 적혈구가 비정상적으로 파괴되는 희귀 후천성 혈액질환이다. 검은색 소변, 용혈성 빈혈, 피로, 혈전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산정특례= 암, 중증·희귀질환 등 진료비 부담이 큰 환자의 건강보험 본인부담률을 낮춰주는 제도다. 희귀질환자는 등록 후 해당 상병 진료에 대해 본인부담 경감 혜택을 받는다.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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