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뇌도 20대처럼 젊게"…치매 전문가들이 은퇴 후 실천하는 습관은

이진경 기자 2026. 6. 19.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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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수명이 점차 길어지면서 '100세 시대'를 넘어 '120세 시대'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질병 없이 온전한 일상을 누리는 '건강 수명'을 지켜내는 핵심 열쇠는 바로 '노쇠' 관리에 있다. 노화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자연스러운 변화라면, 노쇠는 신체 기능이 복합적으로 무너져 치매 등 다양한 질환의 단초가 되는 상태다. 다행인 점은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그 진행을 충분히 늦출 수 있다는 것이다.

건국대병원 이비인후과에서 22년간 임상 현장을 지키다 최근 노인학으로 연구 영역을 넓힌 신정은 교수는 "노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근력 운동을 통한 신체 관리가 필수적"이라며 "여기에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배우고 뇌에 자극을 주는 노력을 더하면 80대도 20대처럼 건강한 뇌를 지킬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노쇠를 막기 위한 방법부터 치매를 예방하는 습관까지 신 교수에게 자세히 들어봤다.

대중에게 '노인학'은 아직 생소한 분야입니다.  어떤 주제를 다루고 연구하는 학문인가요?
노인학은 노인을 생물학적, 사회적, 문화적, 환경적 측면에서 다각도로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단순히 오래 사는 방법을 찾는 것이 아니라, 노년기에 어떻게 하면 더 건강하고 보람찬 삶을 살 수 있을지를 살피는 분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노화와 노쇠는 다른 개념인가요?
네, 노화는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생리적 변화입니다. 주름이 생기고 흰머리가 나거나, 세포 기능과 면역력이 조금씩 떨어지고 호르몬 변화가 생기는 것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과정입니다.

반면 노쇠는 이런 변화가 복합적으로, 갑자기, 여러 방향에서 빠르게 나타나는 상태를 말합니다. 노화는 완전히 막기 어렵지만, 노쇠는 원인이 동반된 경우가 많아 적극적으로 관리하면 늦추거나 예방할 수 있습니다.

노쇠를 막기 위해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은 무엇인가요?
노쇠에서 가장 흔하고 중요한 변화 중 하나는 근력 저하입니다. 병원에서는 악력을 통해 전반적인 근력 상태를 확인하기도 합니다. 얼마나 세게 주먹을 쥘 수 있는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몸 전체의 근력 상태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근력은 단순히 근육량이 많고 적은 문제가 아닙니다. 실제로 몸을 지탱하고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중요합니다. 근력이 떨어지면 앉고 서고 걷는 기본적인 움직임이 어려워지고, 생활 반경도 줄어듭니다. 활동량이 줄면 사회적 고립이나 우울감이 생길 수 있고, 신체 활동은 줄었는데 식사량은 유지되면서 노인 비만이나 성인병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혈액순환, 심장 건강, 뇌 혈류에도 문제가 생기면 치매나 우울증 등 여러 질환 위험이 함께 높아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노년기에는 근력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근력을 유지하려면 결국 운동이 가장 중요한가요?
그렇습니다. 단백질을 많이 먹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섭취한 단백질이 실제 근력으로 이어지기 어렵습니다. 근력을 만들어주는 약이나 주사는 없기 때문에, 결국 몸을 움직여야 합니다.

최근에는 건강한 노후를 위해 일주일에 150분 이상 중등도 이상의 운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하루 30분씩 주 5회 정도 운동하는 것이 좋습니다. 

중등도와 고강도 운동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나요?
중등도 운동은 빠르게 걷기나 자전거 타기처럼 숨이 조금 찰 정도의 운동을 말합니다. 고강도 운동은 뛰기나 마라톤처럼 심박수가 더 많이 올라가는 운동입니다.

계속 빠르게 걷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인터벌 걷기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5분 빠르게 걷고 3분 천천히 걷는 식으로 반복하는 것입니다. 다만 빠르게 걷는 시간보다 천천히 걷는 시간이 지나치게 길면 효과가 떨어질 수 있어, 빠르게 걷는 구간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노쇠와 치매는 어떻게 연결되나요?
노쇠의 대표적인 변화인 근력 저하는 치매 위험과도 연결될 수 있습니다. 근력이 떨어지면 움직임이 줄고 생활 반경이 좁아집니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 고립이나 우울감이 생기고, 활동량 감소로 성인병이나 심혈관계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런 변화는 뇌 건강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감각 기능의 저하도 중요합니다. 시력, 청력, 평형감각이 급격히 나빠지면 인지 기능 저하와 연결될 수 있습니다. 결국 노쇠로 인해 생기는 신체적·정신적·사회적 변화들이 치매의 위험 요인으로 이어질 수 있어, 노쇠와 치매는 떼어놓고 보기 어렵습니다.

치매 초기에는 어떤 징후가 나타날 수 있나요?
치매 초기에는 감정이나 행동이 평소와 다르게 변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조용하고 차분하던 사람이 갑자기 화를 자주 내거나, 상황에 맞지 않게 웃고 우는 등 감정 변화가 두드러질 수 있습니다.

물건을 둔 위치를 잊는 것도 살펴봐야 합니다. 차 키를 어디에 뒀는지 잠시 잊는 정도는 흔히 있을 수 있지만, 리모컨을 냉장고 안에 넣어두는 것처럼 평소라면 하지 않을 행동이 나타난다면 주의가 필요합니다.

말을 할 때 동문서답을 하거나 질문과 맞지 않는 답을 하는 경우도 초기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신체적으로는 걸음이 갑자기 느려지거나, 발을 질질 끌거나, 자주 넘어지는 변화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경도인지장애는 반드시 치매로 진행되나요?
경도인지장애가 있다고 해서 모두 치매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지만, 연구에 따르면 일부는 치매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현재로서는 어떤 사람이 치매로 진행될지 정확히 가려내기 어렵기 때문에, 경도인지장애가 있다면 위험군으로 보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난청이 오래 지속되는 경우 인지 기능 저하와 관련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청력 저하가 있다면 방치하지 말고 평가와 관리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관리하면 악화를 막을 수 있나요?
초기 단계에서 인지 기능 저하를 발견하고 충분히 재활 훈련을 하면 악화를 늦추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다만, 이 시기에는 약물이나 특정 처방 하나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치매로의 진행을 막고 뇌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일상 속에서 크게 5가지 영역의 관리가 복합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첫 번째는 영양 관리입니다. 골고루 잘 먹는 것이 중요합니다. 두 번째는 운동입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중등도 이상의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합니다. 세 번째는 인지 훈련입니다. 뇌를 계속 자극하고 사용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네 번째는 사회 활동입니다. 사람들과 대화하고, 모임에 참여하고, 새로운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다섯 번째는 심혈관계 관리입니다. 뇌에 혈류가 잘 공급되도록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심혈관계 위험 요인을 잘 관리해야 합니다.

최근 인지 훈련의 한 방법으로 스마트폰을 활용한 '디지털 치료'가 쓰인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원리로 뇌를 자극하나요?
요즘 주목받는 것은 '소리 자극'을 이용해 뇌를 훈련하는 방식입니다. 흔히 뇌 건강을 위해 무언가를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뇌를 발달시키고 기능을 유지하는 핵심 인자는 '오감(五感)'을 통한 자극입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오감을 통해 지속적인 자극을 받아야 뇌가 이른바 '근육'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특히 오감 중에서 뇌의 가장 넓은 영역을 광범위하게 활성화하는 감각이 바로 '청각'입니다. 이러한 원리를 바탕으로 현재 제가 연구 개발을 이끌고 있는 '보이노시스'에서는 청각 모듈을 통해 뇌에 지속적인 자극을 주어 인지력을 향상시키는 디지털 치료 솔루션을 개발해 본격적인 도입을 앞두고 있습니다. 특정 소리를 매개로 뇌를 끊임없이 운동시키는 원리입니다.

다만 아무리 훌륭한 프로그램이라도 실제 효과를 거두려면 결국 '꾸준함'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신체 운동을 중단하면 근력이 떨어지듯, 뇌 훈련 역시 매일 지속해야만 효과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개인이 혼자서 꾸준히 관리하기 어렵다면 전문 시설의 도움을 받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나요?
그렇습니다. 최근 시니어 케어의 흐름은 치매 발병 후의 '돌봄'을 넘어, 경도인지장애(MCI) 단계부터 선제적으로 개입하는 '치매 전 단계 관리'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기억력 저하가 우려되는 시점이 곧 관리를 위한 골든타임이기 때문입니다.

오는 2026년 7월 경기 하남에 문을 여는 '케어허브'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단순 요양 시설이 아니라, 기능 저하를 조기에 관리해 온전한 일상 복귀를 돕는 예방·회복 중심 시설입니다. 이를 위해 보이노시스의 음성 기반 분석 기술과 실비아헬스의 디지털 치료기기(DTx) 기반 인지 훈련 등 과학적으로 입증된 시스템을 적극 활용할 예정입니다. 

신정은 이비인후과 전문의(보이노시스 대표) | 출처: 하이닥

사회 활동은 어떻게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되나요?
사회 활동은 뇌 건강 관리에서 중요한 요소입니다. 계속 대화하고, 친구를 만나고,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봉사활동처럼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활동을 찾아보는 것도 좋습니다.

사람들과 대화하는 과정 자체가 뇌를 자극합니다. 사회적으로 고립되지 않고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우울감 예방뿐 아니라 인지 기능 관리에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뇌 건강을 지키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아인슈타인도 평생 자기 뇌의 5%만 썼다고 하듯, 우리 뇌에는 평생 쉬고 있는 영역이 많습니다. 흔히 "이제 나이도 들었는데 대충 살지 뭐"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80대라도 20대처럼 뇌를 관리하고 만들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핵심은 뇌에 계속 '새로운 자극'을 주는 것입니다. 늘 하던 익숙한 일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것을 배우며 뇌를 낯선 방식으로 써야 합니다.

뇌에 '새로운 자극'을 준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요?
평소 쓰지 않던 뇌의 '공장'들을 다시 가동하도록 기름칠을 하는 과정입니다. 예를 들어 저처럼 매일 의학 논문만 읽던 사람이라면, 전혀 접해보지 않은 음악이나 악기를 배우거나 새로운 언어를 공부하는 식입니다. 뇌가 바짝 긴장하고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기 위해 멈춰 있던 뇌 신경망까지 총동원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실제로 뇌가 건강한 분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어린아이처럼 호기심이 많습니다. "저건 뭘까?", "나도 한 번 배워보고 싶다"며 끊임없이 새로운 자극을 찾아 나서는 태도가 뇌를 젊게 유지하는 비결입니다.

치매 전문가들은 은퇴 후 뇌 건강을 위해 실제로 어떤 관리를 하는지 궁금합니다.
국내 최고 권위자 모임인 대한치매학회의 역대 회장님들께 정년퇴임 후 무엇을 하시는지 여쭤본 적이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두 가지 뚜렷한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첫째, 70% 이상의 교수님들이 이탈리아어, 일본어 등 본인이 전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언어'를 공부하고 계셨습니다. 둘째, 뇌에 꼭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하기 위해 다들 '견과류'를 매일 꾸준히 챙겨 드셨습니다. 가장 확실한 치매 전문가들의 실천법인 만큼 저 역시 열심히 따라 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건강하게 오래 살며 치매를 예방하고 싶은 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과 몸은 하나라는 사실입니다. 진료실에서 "이제 늙었는데 살면 얼마나 더 살겠어"라고 자조하시는 분들을 뵐 때마다 참 마음이 아픕니다. 하루를 살더라도 건강하고 후회 없이 사는 노년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마음가짐은 18세 청년처럼 가지되, 자신의 체력에 맞는 꾸준한 운동과 좋은 식습관, 배움의 자세를 유지하시길 바랍니다.

한 가지 꼭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 젊은이들을 부러워하지 마시라는 점입니다. 우리가 '젊음'이라 부르는 20대 시절은 고작 10년, 찰나에 불과합니다. 인생의 나머지 긴 시간은 모두 나이 들어가는 과정입니다. 즉, 노년기를 보내는 우리가 인생의 진짜 '메인'이자 주인공입니다. 젊음을 부러워하기보다, 자신감 있게 노년을 받아들이고 아름답게 설계해 나가시기를 바랍니다.

이진경 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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