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 부활 꿈꾸는 인텔... 한국인에게 ‘키’를 맡겼다
두 달 전엔 삼성전자 파운드리 영업 총괄 한승훈 前부사장도 품어

미국의 반도체 기업 인텔이 이석희 전 SK하이닉스·SK온 대표를 영입하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첨단 공정 경쟁에서 TSMC와 삼성전자에 뒤지며 사실상 시장에서 밀려났던 인텔은 미국 정부와 빅테크 지원을 등에 업고 재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한국 반도체 업계 베테랑들을 잇따라 끌어들이며 첨단 패키징(후공정), 고객 확보 등 핵심 역량 확보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파운드리 부활 꿈꾸는 인텔
인텔은 18일(현지 시각) 이석희 전 대표를 인텔 파운드리의 수석부사장으로 임명한다고 밝혔다. 이 부사장은 첨단 패키징 등 후공정 제조와 기술을 총괄하게 된다. 첨단 패키징은 이미 만든 반도체 칩들을 더 촘촘하고, 효율적으로 연결해서 하나의 성능 좋은 제품처럼 만드는 후공정 기술이다. 지금까지는 칩 자체를 작게 만드는 방식으로 성능을 올렸지만, 이 방식만으로 한계가 있어 여러 칩을 한 패키지 안에 묶어 성능과 전력 효율을 높이는 방법이 중요해졌다. 인텔은 첨단 패키징을 파운드리 부활의 핵심 축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 메모리(HBM) 경쟁력의 기반을 다진 이 부사장에게 이를 맡긴 것이다.
이 부사장은 2000년부터 10년간 인텔에서 공정 책임자로 근무하다가, 2010년 KAIST 교수로 부임했다. 이후 2013년 SK하이닉스의 초대 미래기술연구원 원장으로 영입됐고, 반도체 연구·개발(R&D)을 이끌어왔다. 이후 D램개발사업부문장과 사업 총괄 등을 역임하다가 2018~2022년 SK하이닉스 대표를 맡았다. 대표 시절 SK하이닉스의 핵심 패키징 기술인 ‘MR-MUF’ 공정을 적용하며 HBM2E와 HBM3 개발을 이끌었다. 립부 탄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나의 가까운 친구 이석희가 인텔로 돌아오게 돼 매우 기쁘다”며 “이 부사장은 첨단 패키징 기술을 양산 단계로 확장해 나갈 적임자”라고 했다. 이 부사장은 “인텔 파운드리 앞에는 큰 기회가 놓여 있다”고 했다.
인텔이 국내 반도체 핵심 인물을 영입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4월에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영업을 총괄했던 한승훈 전 부사장도 수석 부사장으로 적을 옮겼다. 한 부사장은 고객 확보와 영업 등을 총괄하고 있다.
인텔의 잇따른 인재 영입은 파운드리 부활을 위한 포석이다. 인텔은 2021년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선언하며 TSMC와 삼성전자에 도전장을 냈지만, 핵심 고객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사실상 변방에 머물렀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자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 기조 속에서 애플·엔비디아·구글·테슬라 등 미국 빅테크와 협력을 논의하는 등 반전의 기회를 맞고 있다. 미 정부는 지난해 인텔 지분 약 10%를 확보한 뒤, 자국 기업이 인텔 파운드리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김용석 가천대 석좌교수는 “인텔은 기술 경쟁력은 있었지만, 파운드리로 사업화하는 부분에는 부족했다”며 “한국에서 반도체를 성공시켰던 인물을 영입해 약점을 보완하고 장기적인 고객 신뢰를 높이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삼성에는 부담
파운드리 시장을 둘러싼 경쟁은 한층 격화할 전망이다.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은 대만 TSMC(73%)가 압도적 우위를 점한 가운데 삼성전자(7%)가 추격하는 구도다. 최근 AI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며 TSMC의 생산 능력이 한계에 이르면서,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시장 점유율에 집계되지도 않던 인텔이 공격적인 고객 확보와 인재 영입에 나서면서, 삼성 입장에서는 인텔과도 맞붙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앞서 인텔은 “2030년까지 파운드리 2위가 될 것”이라며 공언한 바 있다.
다만 인텔의 파운드리 부활이 국내 반도체 생태계 전반에는 긍정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을 중심으로 새로운 공급 기회가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인텔이 주력하는 패키징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을 부분이 많다”며 “한국 반도체 업계의 대표 인물이 수뇌부에 합류한 만큼 앞으로 긍정적인 영향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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