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업굴기 현장을 가다 ③선그로우·고션하이테크] “AI시대 경쟁력은 전력”…배터리부터 태양광까지 ‘신에너지 쌍두마차’

정목희 2026. 6. 19.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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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그로우, 태양광·ESS·충전기 에너지 생태계 구축
“AI시대 경쟁력은 전력”…2028년 RE100 목표
고션하이테크, 폭스바겐 투자받은 中 배터리 강자
차량 8대 충전 가능한 ‘이동식 충전기’ 등 시장 공략
‘중국제조 2025’와 ‘신질생산력(新質生産力)’을 앞세운 중국이 국가 주도로 미래 산업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신질생산력은 인공지능(AI)과 우주·항공, 첨단 제조업 혁신을 통해 고효율·고품질 경제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산업 전략입니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 속에 기자가 직접 찾은 ‘중국판 실리콘밸리’ 안후이성 허페이시 기업들은 기술 자립과 공급망 안정화를 향한 중국 기술굴기의 최전선에 서 있었습니다. 치열한 중국 산업굴기의 현장을 세 차례에 걸쳐 살펴봅니다.
선그로우 파워 서플라이 본사 전시관에 3D 조감도가 놓여있다. [정목희 기자]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앞으로 인공지능(AI) 시대의 경쟁력은 반도체보다 전력 확보에서 갈릴 수 있습니다.”

지난 12일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시에 위치한 신재생에너지 기업 선그로우 파워 서플라이 본사 전시관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대형 에너지저장장치(ESS) 모형이었다. 컨테이너 형태의 설비 내부에는 배터리와 전력변환장치, 제어 시스템이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가 늘수록 ESS 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션하이테크와 선그로우는 전기차와 배터리, 태양광 ESS 산업이 집결한 중국 신에너지 산업의 간판 기업들이다. 허페이시는 전기차와 배터리, 태양광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선정하고 관련 산업 생태계 구축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니오 전기차와 고션하이테크, 선그로우 등 기업들이 급성장하면서 전기차-배터리-신재생에너지가 하나의 산업 생태계로 연결되는 ‘빅픽처’다.

선그로우 기업이 최초로 개발한 태양광 인버터 제품 [정목희 기자]

1997년 설립된 선그로우는 세계 최대 태양광 인버터 기업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태양광 발전 설비에서 생산된 직류(DC) 전기를 가정과 공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교류(AC)로 바꾸는 인버터가 주력 제품이다. 현재 태양광 인버터 출하량은 연간 150GW(기가와트) 규모에 달한다.

전시관에는 태양광과 풍력, ESS, 전기차 충전기, 수소 설비까지 선그로우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한눈에 전시돼 있다. 단순한 태양광 장비 업체가 아니라 발전과 저장, 충전까지 아우르는 통합 에너지 기업을 지향한다는 설명이다.

지난 12일 찾은 선그로우 전시관에 가정용 에너지저장장치(ESS)가 전시돼 있다. [정목희 기자]

특히 눈길을 끈 것은 ESS 사업이었다. 회사는 가정용부터 산업용, 전력망용까지 다양한 ESS 제품군을 운영하고 있었다. 대형 컨테이너 한 대에는 약 7MWh(메가와트시) 규모의 전력을 저장할 수 있다. 전력이 남을 때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공급하는 방식이다.

선그로우는 AI 데이터센터가 차세대 핵심 시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AI 학습용 서버는 순간적으로 막대한 전력을 사용하기 때문에 전력망 부담이 크다. 미국에서는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 허가에만 수년이 걸리는 사례도 나온다.

회사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ESS를 활용하면 전력망 의존도를 낮추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선그로우는 AI 데이터센터를 차세대 핵심 시장 가운데 하나로 보고 관련 솔루션 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전기차 충전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선그로우는 최대 1MW급 초고속 충전기를 개발해 상용화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를 약 4~5분 만에 80% 수준까지 충전할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과 ESS, 충전기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연결하는 것이 목표다.

태양광 패널 모형 위를 청소 로봇이 청소를 하고 있다. [정목희 기자]

전시장 한편에는 태양광 패널 위를 오가는 청소 로봇도 눈에 띄었다. 사람 손이 닿기 어려운 대규모 발전소에서 패널 표면을 자동으로 청소하는 장비다. 선그로우는 태양광 발전 설비뿐 아니라 유지·관리 영역까지 사업 범위를 넓히며 관련 제품들을 함께 전시하고 있었다.

선그로우는 한국 시장 공략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회사는 2018년 경기 안양에 한국법인을 설립해 국내 사업을 운영 중이다. 이날 취재진을 안내한 서함 솔루션엔지니어링팀장 역시 안양 법인 소속으로 유창한 한국어로 제품과 사업 전략을 설명했다. 선그로우는 국내 태양광·ESS 시장에서 사업을 확대하는 한편, 한국의 인증·전력제도 변화에 맞춰 현지 사업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그로우가 강조하는 또 다른 경쟁력은 글로벌 공급망이다. 현재 폴란드와 인도, 태국 등 해외 생산기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전 세계 87.2GW 규모 발전 설비를 클라우드 기반 운영·관리(O&M) 시스템으로 관리하고 있다. 중국 내수 시장을 넘어 글로벌 에너지 인프라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이다.

선그로우는 2028년까지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회사 측은 재생에너지 생산부터 저장, 충전, 운영관리까지 연결되는 생태계를 구축해 글로벌 에너지 전환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고션하이테크 전시관 [정목희 기자]

허페이의 배터리 제조사 고션하이테크는 2006년 설립된 중국 동력 배터리 업계 최초 상장 기업 중 하나다. 현재 폭스바겐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으며 유럽과 미주 시장 진출도 확대하고 있다.

고션하이테크는 배터리 제조를 넘어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전기차용 배터리뿐 아니라 ESS와 이동형 충전기, 가정용 에너지 저장장치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회사는 풍력·태양광과 ESS를 결합한 ‘제로(0) 탄소 산업단지’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 고션하이테크는 “Make Green Energy Accessible”을 비전으로 내세우며 배터리 제조사를 넘어 글로벌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고션하이테크의 3세대 Eplvs 스마트 모바일 EV 충전기는 이동형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기반의 충전기로서 고정식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환경이나 비상 상황에서 빠르고 유연하게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정목희 기자]

회사 관계자는 이동형 충전기를 소개하며 “전기차가 도로에서 방전될 경우 호출을 받아 이동해 충전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완전 충전된 상태에서는 최대 8대 차량을 충전할 수 있다.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도 한창이다. 고션하이테크는 기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를 높인 LMFP 배터리와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회사 측은 전고체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가 350Wh/kg 수준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고션하이테크의 미래 비전인 ‘제로 탄소 산업단지’는 태양광과 풍력으로 생산한 전력을 ESS에 저장해 공장 운영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정목희 기자]

고션하이테크가 강조한 미래 비전은 ‘제로 탄소 산업단지’였다. 태양광과 풍력으로 생산한 전력을 ESS에 저장해 공장 운영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현재 슬로바키아와 모로코 생산기지에 이러한 모델을 적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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