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엔 철강, 캐나다엔 잠수함, 미국엔 군함…이재명 '순방 세일즈 외교'
이재명 대통령 "트럼프, 군함 10척 빨리 건조해 줄 수 있나 물어"

이재명 대통령이 유럽·G7 순방을 계기로 철강 통상 현안과 방산·조선 협력 의제를 전면에 올렸다. EU 철강 무관세 쿼터 조정에는 긍정적 전망을 내놨고,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과 미국 군함 건조 협력 가능성에 대해서는 "기대는 하지만 낙관하기는 어렵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 대통령은 1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유럽·G7 순방 결과 브리핑에서 "EU 측에 우리가 원래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무관세 국가라는 점을 설명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EU와의 정상회담에서 "EU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일정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그 것이 새로운 보호무역주의나 무역장벽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EU 측도 이에 대해 공감과 이해를 표명했다"면서 "최종 결과가 조만간 발표될 예정인 만큼 그 사이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철강 무관세 쿼터는 국내 철강업계의 대EU 수출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EU가 역내 산업 보호를 이유로 수입 규제를 강화할 경우 국내 철강사의 수출 물량과 가격 경쟁력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순방 성과 브리핑에서 이 문제를 별도로 언급한 것도 통상 리스크 관리에 직접 나섰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방산 분야에서는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이 대통령은 최대 60조원 규모로 거론되는 캐나다 초계잠수함사업(CPSP) 수주 가능성에 대해 "상당히 기대하고 있기는 하지만 낙관하기는 쉽지 않다"고 답했다.
그는 "독일 총리를 먼저 만나고 이후 캐나다 총리를 만났는데, 결과에 대해서는 전혀 감을 잡기 어려웠다. 우리의 종합적인 판단으로는 기대하고 있지만, 그렇게 호락호락한 상황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16일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 양자회담을 갖고 한국 방산의 경쟁력을 설명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글로벌 질서가 재편되는 상황에서 방산 강국인 한국이 신뢰를 기반으로 캐나다의 안보 역량 강화에 기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CPSP는 2030년대 중반 퇴역 예정인 캐나다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을 대체하고자 디젤 잠수함 최대 12척을 도입하는 사업이다. 유지·보수·정비(MRO) 비용까지 포함하면 전체 사업 규모가 최대 60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수주전은 한화오션과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TKMS)의 경쟁 구도로 압축된 상태다.
미국과 조선 협력 가능성도 부각됐다. 이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공식 만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약 90분간 대화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군함 10척을 빠르게 건조해 줄 수 있느냐는 의사를 물었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당연히 가능하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조선을 포함한 호혜적 협력 방안에 대해 뜻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협력과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을 언급했고, 저도 그 점에 공감을 표했다"고 덧붙였다.
조선업은 이번 순방에서 경제안보와 산업협력의 접점으로 거듭 부각된 바 있다. 미국이 해군력 확충과 조선 역량 회복을 추진하는 가운데, 한국 조선업계는 군함·상선 건조 능력과 MRO 역량을 앞세워 협력 공간을 넓힐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핵 문제도 한미 정상 간 대화 테이블에 올랐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북한 문제는 어떻게 돼 가느냐'고 물었고, 또 '북한도 핵무기를 현실적으로 보유하기 전 단계에서 가능한 조치를 하지 못해 아쉽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전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지금은 다른 나라를 대하는 방식으로 북핵 문제를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분명히 말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도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북핵 대응과 관련해 단기 목표와 장기 목표를 나눠 접근해야 한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추가 핵물질 개발과 생산을 중단하고, 핵물질 해외 반출을 막으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 개발을 더 이상 하지 않도록 하는 것만으로도 국제사회에 이익이 된다"고 말했다면서 "이 같은 단기 목표를 우선 추진한 뒤 비핵화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겠느냐는 점을 긴 시간 설명했다"고 밝혔다.
김아름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