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업은 우크라, 모스크바 2년새 최대 공습…정유시설 폭발·공항 4곳 폐쇄

정의길 기자 2026. 6. 19.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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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0여 대 드론 투입해 폭격
모스크바 전역 사실상 마비
러시아 모스크바 남동부 외곽에 있는 러시아 석유 생산업체 가즈프롬네프트의 정유소가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을 받고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AF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모스크바에 최근 2년새 최대 규모 공습을 감행하는 등 우크라이나 전쟁이 다시 격화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18일(현지시각) 성명을 통해 “밤새 러시아 전역에서 총 555대의 우크라이나 장거리 드론을 요격했다”고 발표했다. 이 중 180~200대가 모스크바와 주변 수도권 지역을 집중적으로 겨냥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74대가 요격된 지난 3월의 모스크바 공습 규모를 두 배 이상 뛰어넘는 수준이다. 모스크바 인근의 핵심 정유공장이 폭발해 거대한 불길에 휩싸였고, 수도권 공항이 폐쇄되는 등 모스크바 전역이 사실상 마비됐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은 “이번 모스크바를 겨냥한 공격은 2년 만에 가장 큰 규모”라고 전했다.

이날 공습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모스크바 남동부 카포트냐에 위치한 러시아 국영 에너지 회사인 가즈프롬네프트 소유의 대형 정유시설이다. 모스크바 수도권 전체 연료 수요의 약 30~40%를 공급하는 핵심 기반시설이다.

이날 새벽 드론들이 이 시설의 핵심 공정 구역에 충돌해 연쇄 폭발이 일어나며 수십 미터 높이의 검은 연기 기둥이 모스크바 하늘을 뒤덮었다. 러시아에서 가장 붐비는 셰레메티예보 공항을 비롯해 도모데도보, 브누코보, 주콥스키 등 모스크바의 4개 주요 공항의 운영이 중단됐다. 170편 이상의 항공편이 무더기로 취소되거나 회항하고, 수만 명의 승객이 대피하는 혼란이 빚어졌다.

러시아 대통령궁 크렘린은 “민간 인프라를 노린 테러 행위”라며 보복을 예고했다. 앞서,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밤새 드론 및 탄도미사일로 공격했다. 러시아는 지난 15일 키이우를 대규모 공격한 데 이어 일주일 만에 두 번째로 공격을 가했다. 이날 키이우를 포함한 우크라이나 대부분 지역에 공습 경보가 발령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공습 직후 대국민 연설을 통해 이번 작전이 우크라이나의 정당한 보복 권리라고 주장했다. 러시아가 최근 우크라이나 역사적 성지인 ‘키이우 페체르스크 라브라’(동굴 수도원)를 미사일로 공격한 데 대한 응징이라는 설명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불탄다면, 당신들의 모스크바도 불타게 될 것”이라며 “러시아인들도 블라디미르 푸틴 한 사람의 야욕 때문에 자신들이 어떤 대가를 치르고 있는지 피부로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모스크바는 가장 촘촘한 다층 방공망을 갖춘 도시로 알려져 있으나, 수백 대의 드론이 동시에 밀려드는 벌떼 공습에 방공망이 뚫렸다. 또 우크라이나는 국경에서 1000㎞ 이상 떨어진 러시아 종심 깊숙한 곳까지 대규모 드론을 정밀 비행시키는 능력을 갖췄음을 보여줬다. 우크라이나의 지속적인 정유공장 타격으로 인해 러시아의 휘발유 및 항공유 부족 사태가 일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프랑스 에비앙레뱅에서 열린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기간에 맞춰 이번 공습을 감행해, 서방의 지원을 겨냥한 항전 능력을 과시했다. 특히 젤렌스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연쇄 통화를 나눈 직후에 이 공격이 이뤄졌다. 우크라이나는 이날 방공 미사일 350기 등을 지원받는 방공망 협정을 독일과 체결했다. 이날 브뤼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동맹국 회의에서도 10억 달러(약 1조5천억원) 규모의 지원안이 발표됐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국제행사 교란도 노렸다. 러시아 서부 카잔에서는 전날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참석하는 러시아·아세안정상회의가 진행 중이다. 지난 3일에는 ‘러시아판 다보스 포럼’이라는 국제경제포럼(SPIEF)이 열리는 상트페테르부르크가 공격받기도 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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