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캐리어 끌던 외국인도, 점심 앞당긴 직장인도…명동 한복판서 “대한민국”

황동건 기자 2026. 6. 19.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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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관광객, 신세계 본점 대형 화면으로 한국-멕시코전 관람
19일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에서 시민과 직장인, 외국인 관광객이 한데 뒤섞여 북중미 월드컵 본선 한국과 멕시코전을 관람하고 있다. 황동건 기자
19일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에서 시민과 직장인, 외국인 관광객이 한데 뒤섞여 북중미 월드컵 본선 한국과 멕시코전을 관람하고 있다. 황동건 기자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 한국과 멕시코전이 치러진 19일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에서 국적이 다른 응원객들이 한데 뒤섞이는 이색적인 풍경이 연출됐다. 이날 백화점 측이 1300㎡ 크기 외벽 미디어파사드에 해당 경기 생중계 행사를 마련하면서다.

특히 명동과 가까운 입지 탓에 현장 관람객 절반 이상은 외국인 관광객으로 보였다. 이들은 백화점 외벽을 통해 월드컵 경기를 함께 지켜본 경험이 색다르다고 입을 모았다. 유모차를 끌고 온 미국인 라미레즈(34) 씨는 “백화점 벽면 가득 펼쳐진 중계를 아이들과 함께 보는 것만으로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며 “마침 할아버지의 모국인 멕시코가 한국과 맞붙은 경기라 더 뜻깊다”고 전했다. 이탈리아에서 온 소피아(27) 씨는 “오늘 나와서 보니 한국의 응원 열기도 유럽만큼 뜨거운 듯하다”며 “옆자리에 있는 사람들 만큼이나 집중하게 됐다”고 했다.

이들이 한국 선수단을 상징하는 옷을 맞춰 입은 경우도 적지 않았다. 친구들과 함께 붉은 티셔츠를 입고 온 태국인 관광객 스리수완(22) 씨는 “여행 기간이 월드컵과 겹쳐 운이 좋았다”며 “한국이 본선에 진출한 게 부럽고 오늘은 같은 아시아 국가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경기를 지켜봤다”고 말했다. 근처 노점에서 기념품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아침부터 한국 축구 경기를 응원하겠다며 붉은색 티셔츠에 관심을 보인 외국인 여행객들 방문이 이어졌다”고 했다.

셔츠를 입고 커피를 든 직장인들 역시 인도와 화단 턱에 자리를 잡고 긴장된 표정으로 대형 화면을 올려다봤다. 아예 오전 반차를 내고 관람 구역 안으로 들어와 끝까지 자리를 지킨 이들도 있었다. 인근 중소기업에서 팀장으로 일한다는 정 모(46) 씨는 “주변 식당이나 거리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싶어한 직원들이 많아 오늘 우리 부서는 점심시간을 한 시간 일찍 갖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시내에서 가장 큰 규모로 거리응원이 열린 광화문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전반전까지만해도 붉은색 옷을 갖춰입고 나온 응원단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점심시간과 시간대가 겹친 후반전부터는 직장인들도 거리로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동료와 함께 광화문광장에 나온 직장인들은 저마다 손에 김밥이나 햄버거 등 간단하게 끼니를 챙길 수 있는 음식을 들고 집중해서 전광판을 바라봤다.

거리 분위기는 경기 흐름에 따라 시시각각 출렁였다. 간판 선수 손흥민의 슈팅이 간발의 차로 골문을 벗어나자 곳곳에서 탄식이 터져나왔다. 골키퍼 김승규의 결정적인 선방 때는 박수와 환호가 이어졌다. 후반 초반 실점 장면에서 관람객들 사이에 흘렀던 탄식과 정적도 잠시뿐이었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거나 고개를 젖히는 시민도 보였지만 이내 “괜찮아” “대한민국”을 외치는 목소리가 다시 커졌다.

실점 이후에도 현장 분위기는 막바지까지 오히려 달아올랐다. 경기가 끝난 뒤 시민과 관광객 일부가 쉽사리 자리를 뜨지 못하며 선수들의 움직임에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이들이 0대1 패배에도 끝까지 뛴 선수들을 응원하는 데 더 큰 의미를 두는 경우도 있었다. 직장인 성 모(33) 씨는 “개최국을 상대로 하는 경기라 쉽지 않겠다고 예상했다”며 “승패보다도 선수들이 다치지 않고 열정을 보여준 모습이 더 중요했다”고 아쉬움을 삼켰다.

황동건 기자 brassg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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