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트렌드]주식 투자도 주술로?…무속에 빠진 청년 개미들
회원 등급에 따라 투자 정보 알려준다며 강매도 기승
"믿을 건 주식과 주술뿐인 서글픈 현실 반영"

다음달까지 예약이 꽉 차 있다며 점을 봐주기 어렵다던 서울 중랑구의 한 유명 점집 무당은 18일 기자의 '주식' 이야기에 "종목 이름을 말해보라"며 태도를 바꿨다. 반도체 관련 회사지만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처럼 '대장주'로 분류되지 않는 두 개의 종목을 이야기하자 무당은 곧바로 "앞에 말한 게 낫다"며 투자 종목을 정해줬다. 기자가 그 이유를 묻자 "신점으로 말해준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최근 주식 투자와 무속신앙에 대한 관심이 동시에 높아지면서 주술의 도움을 받는 청년 개미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맘카페에서 유명한 서울 송파구의 한 점집 무당은 "주식 투자에 관해 물어보는 젊은이들이 확실히 많다"며 "종목을 가져오면 언제쯤 오르고 팔지 보인다. 손님들이 내 예측이 70%는 맞는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의 한 타로 점술가는 "단타칠 종목 들고 와서 점을 쳐보는 남성들이 많다"며 "너무 자주 와서 솔직히 나도 부담스러울 정도"라고 전했다.

젊은 층 사이에서 주식 예측으로 유명한 한 유튜브 채널에는 '선생님이 2026년도는 에너지와 바이오라고 말씀하셔서 7000원에 관련 주식을 샀는데 지금 2만원이 넘었다', '믿고 주식 정리했는데 정말로 이틀 연속 5%대 하락했다. 놀랍다'는 등의 댓글이 줄을 잇는다.

유튜브 무료 영상을 보고 상담 전화를 걸자 "회원 등급에 따라 3개월 치, 6개월 치 투자 종목을 알려준다"며 "우리가 운영하는 쇼핑몰에서 구입하는 상품 금액에 따라 회원 등급이 정해진다"고 말했다.

기자가 접촉해본 10명의 무당은 한결같이 투자 정보의 출처로 '신령님'을 꼽았다. 서울 강남구 논현역에서 점집을 운영하는 한 남성 무당은 "따로 주식을 공부하지는 않는다"고 했고, 서울 광진구의 무당 역시 "신점으로 보는 것"이라고 답했다.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허위사실이나 풍문을 유포해 주가가 급등할 것처럼 매수를 부추기는 행위는 불공정거래에 해당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불공정거래와 같은 시장 질서 교란 행위는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지만 5억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했다.
문제는 명확한 근거 없이 투자를 유도했다고 해서 허위사실 유포로 처벌하긴 힘들다는 점이다. 유홍식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불법 정보 이외에는 통제가 힘든 게 현실인 만큼 주술에 의지한 투자의 책임은 본인이 질 수밖에 없다"며 "불투명한 미래 속에서 젊은이들의 의지할 것이 주식과 무속밖에 없다는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2ka0@sidae.com 최혜승 기자 hsc@sidae.com 김나은 기자 sidae@sidae.com 김단비 기자 sidae@sida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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