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고유함으로 빛나는 무지갯빛 공동체

수수 2026. 6. 19.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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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제주퀴어프라이드] ③ 수수(교육노동자)
올해 '제주퀴어프라이드'가 6월 27일 토요일 제주시 동문로터리 일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제주퀴어프라이드를 기다리는 평범한 제주도민의 이야기, 제주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퀴어⸱앨라이의 이야기를 3회차에 걸쳐 기고한다. [필자 주]

다가오는 6월 27일 토요일, 제주시 동문로터리에서 제7회 제주퀴어프라이드 행사가 열립니다. 작년 11월에 이어서 탑동은 또다시 무지갯빛으로 물들겠습니다. 퀴어 당사자는 물론, 차별과 억압이 없는 평화로운 성평등 사회를 실현하고자 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연대의 마음으로 모일 것입니다. 각자의 고유한 색깔을 드러내고, 서로를 마주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웃고 떠들며 힘차게 거리로 나설 것입니다. 마음껏 빛을 내며 우리의 존재를 알릴 것입니다. 그리고 그 빛줄기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 누군가에게는 숨을 쉴 틈이 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삶에 대한 용기가 될 것입니다.

퀴어 당사자들은 온전한 자신의 모습을 사회적으로 드러낼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안전을 위하여 적당히만 드러내고, 나머지는 숨겨야 하는 상황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일상 속에서 흔히 등장하는 질문들 중, 상대방에게 커밍아웃을 하지 않았다면 대답하기 곤란한 것들이 많습니다. 결혼은 안 했는지, 안 했다면 왜 안 했는지, 아이는 낳을 것인지, 사귀는 사람은 없는지, 좋아하는 사람은 없는지, 있다면 어떤 사람인지와 같은 질문들을 들을 때마다 적당히 둘러대고 다음 주제로 대화를 넘기거나 상대방이 납득할 만한 거짓말 뒤에 자신을 숨겨야 합니다.

이러한 불편함이 별일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우리가 맺는 모든 관계에서 자신에 대한 모든 것을 드러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사적인 것은 대부분의 관계에서 말하지 않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저 또한 그렇게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퀴어라는 정체성을 드러내지 않으려면, 할 수 있는 말이 생각보다 많이 제한됩니다. 퀴어에 대한 차별이 사회에 만연해 있는 이상, 아웃팅에 대한 우려로 인하여 모든 관계에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당사자의 정체성이 다른 사람에게 알려진다면 그 사람과의 관계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 것이며, 당사자에게 어떤 피해와 상실을 불러올 것인지 대한 불안감이 항상 맴돕니다.

그래서 주말을 누구와 어떻게 보냈는지 직장 동료들끼리 가볍게 얘기할 때도, 친구가 연애에 대해 고민 상담이나 조언을 부탁할 때도 말을 아끼거나 거짓말을 지어내게 됩니다. 만약 트랜지션을 한 트랜스젠더라면, 과거의 대부분이 쉽게 얘기할 수 없는 주제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일상적인 공유에 참여할 수 없게 되고, 공유를 통해 형성되는 공감대와 친밀감에도 끼어들 수 없게 됩니다. 우리의 내면을 공유할 수 있는 안전한 관계를 찾는 것이 그만큼 어려워지며, 이는 우리를 고립시킵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자신을 숨기지 않아도 되고, 거짓말하지 않아도 되고, 있는 그대로의 진정한 자신으로서 존재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과 공동체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제주퀴어프라이드는 저에게 그런 공간이 되어줬고, 거기서 시작된 연결이 또 다른 연결로 이어졌습니다.

2024년 7월에 서귀포시 자구리공원에서 열린, 제5회 행사에서 제주퀴어프라이드를 처음 만났습니다. 그 당시에는 저와 같은 사람들과의 교류와 연결에 대한 갈증이 심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답답했습니다. 다양성이 존중받고, 모든 인간이 존엄하게 존재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저에게는 너무나 당연했지만, 정상성과 규범성을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는 이러한 얘기를 함께 나눌 수 있는 관계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차별과 혐오가 어떻게 폭력으로 이어지며,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심각한 문제로 다루어야 하는지 폭로하고, 해결해 나가기 위해 함께 고민하고, 목소리를 내며 행동할 동지들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제주퀴어프라이드를 통해 만난 사람들은 저에게 그런 동지가 되었습니다. 우리의 만남은 퀴어프라이드라는 특정한 시간과 장소에서만 머물지 않고, 더욱 끈끈한 관계로 이어져 나갔습니다. 새로 만난 퀴어페미니스트 친구들과 책모임도 하고, 희곡도 읽고, 비건 맛집도 탐방하고, 쓰레기도 줍고, 캠핑도 하고, 올레길도 걷고, 한라산도 오르고, 계곡도 가고, 바다 수영도 하고, 타로도 보고, 영화도 보고, 집회도 가고, 행진도 하면서 또 다른 새로운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알음알음 알게 된 동지들과 함께 안전한 공동체를 형성했습니다.

한때 제주도는 언제든지 쉽게 떠날 수 있는 곳처럼 느껴졌지만, 이제는 제주를 떠난다는 것이 저의 몸과 마음의 일부를 두고 떠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어디에 가더라도, 마음의 한켠은 제주에 머무르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차별 없는 성평등 세상을 갈망한다면, 온전한 자신의 고유함으로 빛을 내고 싶다면, 답답한 억압에서 벗어나 동지들과 연결되고 싶다면, 6월 27일 토요일에 제주시 동문로터리로 놀러오세요. 같은 꿈을 꾸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이 여러분을 환영할 거예요. / 수수(교육노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