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면 그대로 박살”…탈레반, 공무원들에 스마트폰 금지령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이 공무원들에게 스마트폰 사용 금지령을 내렸다. 이를 어길 경우 스마트폰을 파손하고, 공무원은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에 따라 처벌하겠다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여성 탄압 항의 시위 영상이 온라인을 통해 확산한 데 대한 대응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19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탈레반 당국은 최근 모든 정부 공무원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는 명령을 시행했다. 이번 주부터 발효된 명령에는 예외를 인정받으려면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 탈레반 최고지도자의 서면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번 조치가 공무원 조직에만 머물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일부 도시와 주(州)에서는 여성과 시민, 의료 종사자, 교사, 학생 등에게도 비슷한 제한이 적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공무원을 시작으로 적용 대상이 사실상 전 국민으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배경을 놓고는 여러 해석이 나온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서부 헤라트주에서 벌어진 여성 시위와 연관이 있다고 보고 있다. 탈레반 당국이 ‘부적절한 히잡 착용’을 이유로 여성과 소녀들을 체포하자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고, 탈레반군의 발포로 최소 2명이 숨졌다. 당시 현장을 촬영한 영상들이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퍼지자 추가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스마트폰 규제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반면 이번 조치가 시위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는 시각도 있다. 헤라트주에서는 이미 두 달 전부터 공무원들에게 스마트폰을 사무실에 가져오지 말라는 지침이 내려졌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어서다. 실제로 일부 공무원은 규정을 어기고 스마트폰을 사용하다 적발돼 기기가 파손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배경으로는 정보 유출 문제가 꼽힌다. 공무원들이 회의 장면이나 내부 문서를 촬영해 온라인에 무단 공유하는 사례가 잦아지면서 탈레반 당국이 통제 수위를 높였다는 것이다.
탈레반은 2021년 8월 미군 철수 이후 재집권한 뒤 샤리아를 앞세워 여성의 중등교육을 금지하는 등 각종 규제를 강화해 왔다. 국제사회에서는 여성과 시민의 기본권을 조직적으로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성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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