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0% 갑부들의 소비가 초래하는 환경피해 '年 8771조원'

전세계 상위 10%의 갑부들이 소비로 인해 초래되는 환경피해 규모가 연간 최대 5조7000억달러(약 8771조)에 달한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 피해액은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을 웃도는 수준으로,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위기대응에 필요한 재원 부족분보다도 많은 규모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과 네덜란드 레이던대학 공동 연구팀은 '소비기반 환경발자국' 자료와 '환경 가격 핸드북 2024'의 환경 비용 추정치를 결합해 계산한 결과, 소비 상위 10%가 초래하는 환경피해 비용이 연간 1조7000억~5조7000억달러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1인당 피해 비용은 연간 2300~7500달러 수준이었다.
특히 미국 내 소비 상위 10%가 유발하는 환경 피해 비용은 1인당 연간 1만9000~6만3000달러로 집계됐다. 이들 소득의 6~20%, 보유 자산의 0.8~3% 수준이다. 연구팀은 상위 소비자 10% 가운데 60% 이상이 미국과 유럽연합(EU)에 거주한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EU는 40~45%가 고소비 계층에 속했다.
환경 피해의 상당 부분은 생물다양성 훼손과 기후변화에서 발생했다. 전체 피해 비용 가운데 생물다양성 손실이 47~5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기후변화는 36~45%를 기록했다. 질소 오염은 6~8% 수준이었고 담수 사용과 인(P) 오염은 각각 2% 미만이었다. 연구팀은 생물다양성 손실과 기후변화가 전체 환경 피해의 83~93%를 차지한다며 두 문제를 별개가 아닌 통합 과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해를 유발하는 주요 소비 유형으로는 식품과 에너지가 꼽혔다. 특히 소고기 등 붉은 육류 소비는 산림 파괴와 생물다양성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으며, 항공여행과 냉난방 사용 등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 소비 역시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이번 추정치가 보수적으로 계산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분석 대상에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손실, 영양염류 오염, 담수 사용 등 지구 시스템 한계(Planetary Boundaries) 항목 9개 가운데 4개만 포함됐기 때문이다. 투자 자산에서 발생하는 간접적인 환경 영향도 반영되지 않았다.
논문 제1저자인 잉에 스레이버 레이던대학 박사는 "자연의 진정한 가치를 돈으로 환산할 수는 없지만 환경 피해를 비용으로 제시하면 상위 소비계층의 책임 규모를 보다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다"며 "오염자 부담 원칙에 따라 이 비용이 실제 환경 문제 해결에 사용된다면 큰 변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 저자인 폴 베런스 옥스퍼드대학 교수는 "상위 10%는 가장 큰 환경 피해를 유발할 뿐 아니라 이를 줄일 수 있는 가장 큰 영향력도 갖고 있다"며 "이들은 소비자일 뿐 아니라 투자자, 고용주, 유행을 만드는 집단이자 시장 형성자로서 사회 전반의 소비·생산 방식을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서스테이너빌리티(Communications Sustainability)'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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