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 버리고 피난민 1만4500명 태운 ‘크리스마스의 기적’… 거제 ‘흥남철수기념공원’ 문 연다

6·25전쟁 당시 1만4500명의 피란민을 태워 함경남도 흥남에서 출발해 경남 거제 장승포항에 닿은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기적을 재조명하는 특별한 공간이 문을 연다.
거제시는 오는 26일 옛 장승포항 여객선 터미널 일원에서 흥남철수기념공원 개관식을 갖고, 27일부터 시민에게 개방한다고 19일 밝혔다.
국비 등 154억원이 투입된 이 공원은 세계 역사상 가장 인도적인 작전으로 꼽히는 ‘흥남철수작전’을 기념하기 위해 조성됐다. 지난 2011년부터 추진해 15년 만에 완료했다.
흥남철수작전은 6·25 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12월 15일부터 12월 24일까지 함경남도 흥남시에서 미군 10군단과 대한민국 육군 1군단 10만여 명, 피란민 10만여 명이 철수한 작전이다.

당시 7600t급 수송선인 메러디스 빅토리호는 1950년 12월 23일 흥남항에서 가장 마지막에 출항한 배였는데, 무기 등 적재물을 버리는 대신 1만4500명의 피란민을 태워 12월 25일 거제 장승포항에 도착했다. 단일 선박으로는 가장 큰 규모의 구조 작전을 수행해 2004년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크리스마스의 기적’으로 불린다.
흥남철수기념공원의 가장 핵심 시설은 옛 여객선 터미널을 리모델링해 만든 2층 규모, 연면적 2771㎡의 흥남철수기념관이다. 비용 등의 한계로 당시 메러디스 빅토리호와 같은 종류의 선박을 가져오지는 못했지만, 건물 외관에 메러디스 빅토리호 뱃머리를 본뜬 조형물을 설치해 상징성을 더했다.
내부엔 흥남철수 작전과 거제로 피란 온 주민 모습 등을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볼 수 있는 전시 공간 11개가 마련돼 있다. 76년 전 당시의 처절함과 참혹함을 인공지능(AI)으로 제작한 영상과 홀로그램 등으로 실감 나게 표현했다. 영하 20도의 혹한 추위를 체험할 수 있는 체험형 공간도 있다. 흥남철수 작전의 영웅인 메러디스 빅토리호 선장 레너드 라루, 당시 통역으로 피란민 승선을 미군 측에 설득했던 ‘한국의 쉰들러’ 현봉학 박사 등의 인물을 소개하는 공간도 마련했다.

피란길에 오른 메러디스 빅토리호에서 태어난 이경필(76)씨는 “안보에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실물 자료 등을 더 보강해 이곳이 안보의 중요성과 기본을 생각하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당시 피란선에서는 5명의 생명이 태어났는데, 선원들은 전쟁의 비참함 속에서 태어난 희망의 상징인 아이들에게 한국인이 좋아하는 음식인 김치와 숫자를 붙였다. 이씨는 ‘김치 파이브(5)’로 불렸다. 이씨의 생일은 12월 25일이다.
거제시는 흥남철수기념공원 개관과 함께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피란민과 후손들의 기억을 수집하는 ‘흥남철수 기억나눔터’도 운영한다. 당시의 기억이 세월과 함께 사라지기 전에 생존 피란민과 후손들의 목소리를 직접 기록으로 남기기 위함이다.
참여 대상은 흥남철수작전을 직접 경험한 피란민과 그 후손, 참전 용사 후손 등이다. 시는 기억을 나눈 참여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담아 거제 방문 기념품과 흥남철수기념관 평생 이용권, 개인 소장용 인터뷰 영상 촬영본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변광용 거제시장은 “흥남철수기념공원은 단순한 추모 공간을 넘어 인류애와 평화의 가치를 전하는 공간이 될 것”이라며 “전쟁의 아픔 속에서도 피어난 기적의 역사가 잊히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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