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취사병 쓴맛관철' 강하경 "전재준처럼 이름 잃어가"

지난 16일 종영한 '취사병 전설이 되다'는 총 대신 식칼을, 탄띠 대신 앞치마를 두른 취사병이 인생을 구원해 줄 퀘스트 화면을 따라 전설로 거듭나는 밀리터리 짬밥 코미디극이다. 강하경은 초반 빌런인 것처럼 보였지만 김관철 내면의 성장 서사를 완성, '겉바속촉' 매력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훔쳤다. 탄탄하게 다져온 연기 경험 덕분에 물 만난 물고기처럼 연기할 수 있었다. "전재준처럼 점점 이름을 잃어가고 있다. 그냥 관철이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다"라며 너스레를 떠는 그의 모습에서 행복이 묻어났다.

"가끔 한 번씩 돌려볼 거 같다. 지금 가장 좋은 마음 상태인 것 같다. 차분하다. 인기에 엄청나게 취해 있지 않고 무언가를 하기에 좋은 상태인 것 같다. 그걸 이어가고 싶다."
-부모님이 정말 좋아하셨을 것 같다.
"내게 고맙다고 하시더라. 축하 전화를 (주변에서) 많이 받으신다고 하더라. 보통 어머니랑 통화하고 그 이후 대화가 끝나는데 요즘은 엄마랑 통화하면 아빠 목소리가 들린다. '아들 고마워' 그러시는데 정말 뿌듯하다."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
"오디션으로 합류했다. 처음에 소속사에서 전화가 왔는데 '군필이냐?'라고 묻는 연락이 왔다. 왜 이걸 물어보지 그런 생각을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군필이 아니면 오디션을 볼 수 없었더라. 배우들에게 오디션 자체가 부담인데 '취사병' 오디션은 재밌게 봤다. 오디션장에 들고 갔던 포크가 집에 훈장처럼 있는데 그걸로 요즘 밥을 먹는다."
-연기하면서 어려웠던 점이 있나.

-미각보이즈와 남다른 우정을 나눌 수밖에 없었겠다.
"종방연이었는데 오랜만에 만나서 포옹을 나눴다. 전우애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실제 군대보다 촬영이 더 힘들었다. 돈독함으로 따졌을 때는 어쩌면 촬영 현장에서 만난 군인들이 더 돈독하지 않을까 싶다. 군대의 강제성을 없애고 스스로 머리 깎고 군대에 남아 어떻게든 버텨내겠다고 하는 것이지 않나.(웃음)"
-최근 미각보이즈로 음악방송 무대에 섰더라.
"드라마 찍을 때 두 달 가까이 연습했고 이번에 할 때는 4번 정도 하고 음악방송 무대에 섰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긴장하지 않고) 편했다. 친구들이 손을 잡아줬는데 그게 많은 힘이 됐다. 이제 다음 무대는 청룡시리즈어워즈 축하 무대다. 연습해야 할 것 같다."
-김관철이란 캐릭터를 처음 만났을 때 무슨 생각이 들었나.
"실제 성격과는 반대인데 그런 역할을 많이 해와서 편안했다. 다행스럽게도 이 친구의 서사가 있어서 실제 성격이나 경험을 녹일 수 있었다. 그리고 캐릭터가 더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미각보이즈 때문인 것 같다. 부스터 역할을 해줬다."
-10년 동안 악역을 많이 소화하긴 했더라. 실제 오해받기도 했겠다.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그렇게 보이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되더라. 어떤 날 양아치 역할로 오디션에 갔다. 특정 장면 연기를 하고 오디션장에 정적이 흘러서 '왜 그러세요?'라고 물어보니 내 눈을 피하면서 '혹시 학폭 있으신 거 아니죠?'라고 물어보더라.(웃음) 절대 아니라고 했다."
-실제 성격은.
"MBTI가 INFP(인프피)다. 사람들이 날 무서워하고 피하는 게 있어서 일부러 웃고 다닌다. 그러지 않으면 주변에서 말을 잘 안 건다. 본래 다운텐션을 가진 사람인데 남들 불편하게 하는 게 싫어서 말도 가볍고 하고 텐션을 높인다. 그러다 보니 주로 집에 있는 게 편하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좋다. 밥 먹고 누워서 침대에 굴러다니고. 유튜브 보고 영화 보고 그게 너무 행복하다."
-박지훈과의 호흡은 어땠나.

-그간 연기에 대한 갈증이 많았을 것 같다.
"늘 갈증이 있었다. 어느 순간 되니까 목말라 한다고 물을 주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그때부터 땅을 파보기 시작했다. 수원지를 찾았다. 여태까지는 기우제를 지냈다면 이젠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잘 버텨온 것 같다."
-일이 없을 때는 어떻게 지냈나.
"배우 이정인이라는 친동생 같은 친구가 있다. 아침에 만나 집에서 커피 사 와 먹으면서 연기 얘기하다 밥 먹으면서 연기 얘기하고 나와서 또 커피 마시고 그렇게 하면 저녁 시간이 된다. 연기 이야기를 12시간 내내 한다. 그 친구 없었으면 못 버텼을 것 같다. 생계는 모아놨던 돈으로 버텼다. 낭비하는 편은 아니라서 그렇게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모아놨던 돈이 떨어져 갈 무렵 연기를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다. 완전히 제로에 가까워지는 순간이 왔을 때 내려놔야겠다 생각이 들더라."
-연기를 그만둬야겠다 생각했을 때 들어왔던 작품은 무엇인가.
"영화 '휴민트'다. 프리단계였다. 같이 리딩하고 감독님이랑 이미 얘기도 많이 나눴던 상황인데 촬영 직전에 그만둬야겠더라. 그때 모든 일들이 터졌다. 작품마다 입금 시기라는 게 있는데 그게 안 맞았고 배우는 직업이지 내 삶이 좌지우지될 만큼 휘둘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당장 굶어 죽을 것 같아서 그만할 거라고 얘기했는데 주변에서 말리더라. 지금 생각해 보면 그분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감사한 사람들에게 은혜를 갚고 사는 것 같다. 그때 당시엔 버티고 있다는 생각을 못 했다. 어떤 폭풍에 휘말려서 그냥 휘둘리고 있던 것 같았는데 지나고 보니 버틴 거더라."
-배우를 꿈꾸게 된 계기는.
"초등학생 때 3년 정도 시에서 운영하는 어린이 오페라 극단 같은 곳에 소속되어 있었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좋은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어서 했던 건데 그 경험이 크게 남아서 못 벗어났다. 겉으로는 자기 생각이란 게 없을 때니 그냥 살아갔다. 군인 장교가 하고 싶었다가 소방관이 되고 싶었다가 모델, 바리스타 등 방황을 많이 했다. 그러다가 그냥 내 돈으로 뭔가를 사고 싶었다.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지 있을까 하다가 피팅모델 에이전시에서 전화가 오면서 연기를 다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시작하게 됐다."
-그런 선택을 두고 후회한 적은 없었나.

-공연을 사랑하는 것 같다. 공연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보물창고 같다. 안일해지는 순간이 오지 않나. 힘이 빠지고 실수를 하게 되는 순간들이 오면 꼭 가야만 할 것 같다. 고향에 부모님 뵈러 가는 것 같은 느낌이다. 거기 꼭 가야만 다시 시야가 트이고 어떤 마음의 평안을 느낀다. 공연은 연습을 계속 같이하지 않나. 촬영은 내 안에 남아 있는 걸 꺼내서 하는 게 많은데 공연은 같이 연습하며 쌓아 올리는 과정이다. 동이 나는 것 같다거나 자루가 가벼워지는 것 같으면 공연을 하러 간다. 순간 집중력이 좋은 편인데 지구력 키우는 훈련을 하고 있다. 공연은 한번 시작하면 멈출 수 없지 않나. 그런 형식들이 잘 맞는다."
-배우로서의 목표는.
"딱 하나 있다. 내가 나오면 사람들이 궁금해했으면 좋겠다.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그거 하나만 보고 달리고 있다."
-평범한 사람 김기수로서의 목표는.
"사람 많이 없는 곳에서 조용하게 살고 싶다. 기가 너무 빨린다. 지금보다 어느 정도 잘 되어서 금전적인 여유가 생긴다면 외곽으로 빠질 것이다. 서울엔 일하는 동안 지낼 숙소 개념의 공간을 두고 제주도나 부산이나 동해 등으로 떠나 살고 싶다. 가정을 꾸리는 게 인생의 목표다. 뜻이 맞는, 성향이 맞는 사람을 만난다면 그 사람과 함께 떠날 것이다."
-하반기 계획은.
"다시 촬영을 나가야 할 것 같다. 여러 미팅을 하고 있고 오디션도 보고 있다. 무언가 내 옷이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 그런 역할을 만나게 되면 하반기는 또 촬영하며 보낼 것 같다."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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