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취사병 쓴맛관철' 강하경 "전재준처럼 이름 잃어가"

황소영 기자 2026. 6. 19.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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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경, FN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강하경(32, 본명 김기수)이 티빙 '취사병 전설이 되다'를 통해 데뷔 10년 만에 대표작을 얻었다. 현재는 강하경이란 배우의 활동 이름보다 극 중 이름인 김관철로 대중에 더욱 깊이 각인이 된 상황. 김관철 또는 미각보이즈의 '쓴맛관철'로 불리며 사랑받고 있다. 심지어 작품의 인기에 힘입어 음악방송 무대까지 섰고 다음달엔 시상식 축하무대에 선다. 강하경은 그 어느 때보다 설렘 가득한 모습으로 다음을 준비 중이었다.

지난 16일 종영한 '취사병 전설이 되다'는 총 대신 식칼을, 탄띠 대신 앞치마를 두른 취사병이 인생을 구원해 줄 퀘스트 화면을 따라 전설로 거듭나는 밀리터리 짬밥 코미디극이다. 강하경은 초반 빌런인 것처럼 보였지만 김관철 내면의 성장 서사를 완성, '겉바속촉' 매력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훔쳤다. 탄탄하게 다져온 연기 경험 덕분에 물 만난 물고기처럼 연기할 수 있었다. "전재준처럼 점점 이름을 잃어가고 있다. 그냥 관철이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다"라며 너스레를 떠는 그의 모습에서 행복이 묻어났다.

이하는 강하경과의 일문일답.

강하경, 티빙 제공
-'취사병 전설이 되다'가 종영했다. 본인에게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까.

"가끔 한 번씩 돌려볼 거 같다. 지금 가장 좋은 마음 상태인 것 같다. 차분하다. 인기에 엄청나게 취해 있지 않고 무언가를 하기에 좋은 상태인 것 같다. 그걸 이어가고 싶다."

-부모님이 정말 좋아하셨을 것 같다.

"내게 고맙다고 하시더라. 축하 전화를 (주변에서) 많이 받으신다고 하더라. 보통 어머니랑 통화하고 그 이후 대화가 끝나는데 요즘은 엄마랑 통화하면 아빠 목소리가 들린다. '아들 고마워' 그러시는데 정말 뿌듯하다."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

"오디션으로 합류했다. 처음에 소속사에서 전화가 왔는데 '군필이냐?'라고 묻는 연락이 왔다. 왜 이걸 물어보지 그런 생각을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군필이 아니면 오디션을 볼 수 없었더라. 배우들에게 오디션 자체가 부담인데 '취사병' 오디션은 재밌게 봤다. 오디션장에 들고 갔던 포크가 집에 훈장처럼 있는데 그걸로 요즘 밥을 먹는다."

-연기하면서 어려웠던 점이 있나.

"감독님이 어떤 엄청난 고증을 원한 건 아니었는데 배우 각 개인에 한해선 고증되길 원했던 것 같다. 밸런스를 맞추는 게 어려웠다. 그리고 날씨 관련된 것들이 버거울 정도로 쉽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더위를 힘들어 한다. 콩나물 장면 찍는데 정말 너무너무 더운 날이었다. 촬영 끝나고 밥을 먹으러 올라가야 하는데 너무 힘들더라. 반대로 너무 추운 날도 있었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촬영을 못 한 날도 있다. 날씨로 고생을 많이 한 것 같다."
강하경, 티빙 제공

-미각보이즈와 남다른 우정을 나눌 수밖에 없었겠다.

"종방연이었는데 오랜만에 만나서 포옹을 나눴다. 전우애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실제 군대보다 촬영이 더 힘들었다. 돈독함으로 따졌을 때는 어쩌면 촬영 현장에서 만난 군인들이 더 돈독하지 않을까 싶다. 군대의 강제성을 없애고 스스로 머리 깎고 군대에 남아 어떻게든 버텨내겠다고 하는 것이지 않나.(웃음)"

-최근 미각보이즈로 음악방송 무대에 섰더라.

"드라마 찍을 때 두 달 가까이 연습했고 이번에 할 때는 4번 정도 하고 음악방송 무대에 섰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긴장하지 않고) 편했다. 친구들이 손을 잡아줬는데 그게 많은 힘이 됐다. 이제 다음 무대는 청룡시리즈어워즈 축하 무대다. 연습해야 할 것 같다."

-김관철이란 캐릭터를 처음 만났을 때 무슨 생각이 들었나.

"실제 성격과는 반대인데 그런 역할을 많이 해와서 편안했다. 다행스럽게도 이 친구의 서사가 있어서 실제 성격이나 경험을 녹일 수 있었다. 그리고 캐릭터가 더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미각보이즈 때문인 것 같다. 부스터 역할을 해줬다."

-10년 동안 악역을 많이 소화하긴 했더라. 실제 오해받기도 했겠다.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그렇게 보이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되더라. 어떤 날 양아치 역할로 오디션에 갔다. 특정 장면 연기를 하고 오디션장에 정적이 흘러서 '왜 그러세요?'라고 물어보니 내 눈을 피하면서 '혹시 학폭 있으신 거 아니죠?'라고 물어보더라.(웃음) 절대 아니라고 했다."

-실제 성격은.

"MBTI가 INFP(인프피)다. 사람들이 날 무서워하고 피하는 게 있어서 일부러 웃고 다닌다. 그러지 않으면 주변에서 말을 잘 안 건다. 본래 다운텐션을 가진 사람인데 남들 불편하게 하는 게 싫어서 말도 가볍고 하고 텐션을 높인다. 그러다 보니 주로 집에 있는 게 편하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좋다. 밥 먹고 누워서 침대에 굴러다니고. 유튜브 보고 영화 보고 그게 너무 행복하다."

-박지훈과의 호흡은 어땠나.

"전작들도 봐 왔는데 실제 만나서 눈을 마주하니 그 친구를 통해 깨달은 부분들이 많았다. 굉장히 순수한 친구더라. 순수한 만큼 연기가 재밌는 것 같았다. 그게 부러웠다. '어떻게 하면 저렇게 순수하게 연기를 대할 수 있지?' 그런 생각을 많이 한 것 같다. 그게 바로 초심인 것 같다."
강하경, FN엔터테인먼트 제공

-그간 연기에 대한 갈증이 많았을 것 같다.

"늘 갈증이 있었다. 어느 순간 되니까 목말라 한다고 물을 주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그때부터 땅을 파보기 시작했다. 수원지를 찾았다. 여태까지는 기우제를 지냈다면 이젠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잘 버텨온 것 같다."

-일이 없을 때는 어떻게 지냈나.

"배우 이정인이라는 친동생 같은 친구가 있다. 아침에 만나 집에서 커피 사 와 먹으면서 연기 얘기하다 밥 먹으면서 연기 얘기하고 나와서 또 커피 마시고 그렇게 하면 저녁 시간이 된다. 연기 이야기를 12시간 내내 한다. 그 친구 없었으면 못 버텼을 것 같다. 생계는 모아놨던 돈으로 버텼다. 낭비하는 편은 아니라서 그렇게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모아놨던 돈이 떨어져 갈 무렵 연기를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다. 완전히 제로에 가까워지는 순간이 왔을 때 내려놔야겠다 생각이 들더라."

-연기를 그만둬야겠다 생각했을 때 들어왔던 작품은 무엇인가.

"영화 '휴민트'다. 프리단계였다. 같이 리딩하고 감독님이랑 이미 얘기도 많이 나눴던 상황인데 촬영 직전에 그만둬야겠더라. 그때 모든 일들이 터졌다. 작품마다 입금 시기라는 게 있는데 그게 안 맞았고 배우는 직업이지 내 삶이 좌지우지될 만큼 휘둘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당장 굶어 죽을 것 같아서 그만할 거라고 얘기했는데 주변에서 말리더라. 지금 생각해 보면 그분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감사한 사람들에게 은혜를 갚고 사는 것 같다. 그때 당시엔 버티고 있다는 생각을 못 했다. 어떤 폭풍에 휘말려서 그냥 휘둘리고 있던 것 같았는데 지나고 보니 버틴 거더라."

-배우를 꿈꾸게 된 계기는.

"초등학생 때 3년 정도 시에서 운영하는 어린이 오페라 극단 같은 곳에 소속되어 있었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좋은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어서 했던 건데 그 경험이 크게 남아서 못 벗어났다. 겉으로는 자기 생각이란 게 없을 때니 그냥 살아갔다. 군인 장교가 하고 싶었다가 소방관이 되고 싶었다가 모델, 바리스타 등 방황을 많이 했다. 그러다가 그냥 내 돈으로 뭔가를 사고 싶었다.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지 있을까 하다가 피팅모델 에이전시에서 전화가 오면서 연기를 다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시작하게 됐다."

-그런 선택을 두고 후회한 적은 없었나.

"한번도 하지 않았다. 다만 다시 태어나면 절대 할 생각은 없다. 조금 자유로운 삶을 살아야 할 것 같다. 그러한 삶을 위해 사는 무언가가 되어야 할 것 같다."
강하경, FN엔터테인먼트 제공

-공연을 사랑하는 것 같다. 공연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보물창고 같다. 안일해지는 순간이 오지 않나. 힘이 빠지고 실수를 하게 되는 순간들이 오면 꼭 가야만 할 것 같다. 고향에 부모님 뵈러 가는 것 같은 느낌이다. 거기 꼭 가야만 다시 시야가 트이고 어떤 마음의 평안을 느낀다. 공연은 연습을 계속 같이하지 않나. 촬영은 내 안에 남아 있는 걸 꺼내서 하는 게 많은데 공연은 같이 연습하며 쌓아 올리는 과정이다. 동이 나는 것 같다거나 자루가 가벼워지는 것 같으면 공연을 하러 간다. 순간 집중력이 좋은 편인데 지구력 키우는 훈련을 하고 있다. 공연은 한번 시작하면 멈출 수 없지 않나. 그런 형식들이 잘 맞는다."

-배우로서의 목표는.

"딱 하나 있다. 내가 나오면 사람들이 궁금해했으면 좋겠다.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그거 하나만 보고 달리고 있다."

-평범한 사람 김기수로서의 목표는.

"사람 많이 없는 곳에서 조용하게 살고 싶다. 기가 너무 빨린다. 지금보다 어느 정도 잘 되어서 금전적인 여유가 생긴다면 외곽으로 빠질 것이다. 서울엔 일하는 동안 지낼 숙소 개념의 공간을 두고 제주도나 부산이나 동해 등으로 떠나 살고 싶다. 가정을 꾸리는 게 인생의 목표다. 뜻이 맞는, 성향이 맞는 사람을 만난다면 그 사람과 함께 떠날 것이다."

-하반기 계획은.

"다시 촬영을 나가야 할 것 같다. 여러 미팅을 하고 있고 오디션도 보고 있다. 무언가 내 옷이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 그런 역할을 만나게 되면 하반기는 또 촬영하며 보낼 것 같다."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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