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소주 마셔주세요”···‘불매’ 앞장섰던 시민단체가 돌연 ‘구매운동’ 나선 이유

백경열 기자 2026. 6. 19.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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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복주 내 만연한 성차별 문화 등에 ‘불매운동’
10년 지난 지금 금복주 매출 1/3토막
대기업 점유율 90% 속 지역 기업 살리기
민주노총·전국여성노동조합·한국노총·한국여성단체연합·여성민우회 등이 2016년 3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복주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히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과거 대구 지역 주류 기업인 ㈜금복주를 상대로 대대적인 불매운동에 나섰던 시민단체가 돌연 ‘구매운동’을 제안하고 나섰다. 불매운동은 필요했지만 대기업에 밀려 고사하고 있는 지역 기업을 살려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19일 금복주의 존립과 성장을 위한 범시민 구매운동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대구시와 대구시의회 차원의 역할도 당부했다.

금복주는 대구·경북 지역 소주인 ‘참소주’로 대표되는 기업이다. 성차별 관행 등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불매운동을 벌이면서 매출이 곧두박질쳤다. 국내 희석식 소주의 인기 하락도 영향을 미쳤다.

금복주 불매운동은 사내 성차별 문화가 드러나면서부터 시작됐다. 2016년 1월 한 여성 직원이 퇴사 압박을 받았다며 노동 당국에 회사 측을 고소했다. 이 직원은 결혼을 두 달여 앞두고 상사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가 퇴사 압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는 타 부서로 발령 난 뒤 결국 회사를 떠났다. 이는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서 사실로 드러났다. 뿌리 깊은 성차별적 사내 문화도 존재했다.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은 그해 3월 성명을 내고 성평등한 직장 문화와 제도 마련 등을 촉구했다.

이후 금복주 직원이 판촉물 배부 업체 대표 측에서 수년간 명절마다 상납금을 받았다는 사실도 경찰 수사로 드러나는 등 논란이 이어지자 대구에서 대대적인 불매 운동이 이어졌다.

대구 지역의 여성·노동·시민단체 등은 성차별과 하청업체 상납금 등 비리를 저지른 금복주를 상대로 두 차례 제품 불매 운동을 벌였다.

금복주는 한때 대구·경북 소주 시장 점유율이 90%에 달했지만 논란 이후 2016년 말 50%대로 떨어졌다. 금복주는 협력업체 고충 상담 센터 신설, 윤리 경영 등을 외치며 진화에 나섰지만 지역민 반응은 차가웠다.

하지만 10년 만에 대구경실련은 기존 입장을 바꿔 홍보 운동에 들어가자고 했다. 주류 시장의 ‘공룡’인 대기업의 대규모 마케팅에 지역 기업이 위기를 겪고 있는 만큼 지역민들이 지역 기업을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대기업에 밀려난 지역 주류 기업”

경실련은 그 예로 부산의 대선주조를 들었다. 부산의 향토 기업인 대선주조는 지난해 6월 기준 지역 소주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전국구 소주인 하이트진로에 내줬다.

국내 소매 시장에서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 두 곳의 소주 시장 점유율은 80%가량이다. 유흥 시장까지 포함하면 대기업 주류사의 점유율이 90%에 이를 것으로 시민 단체는 보고 있다.

충청권 주류업체인 선양소주 임직원들이 2024년 8월28일 대전시청 인근 거리에서 ‘지역소주 사랑 캠페인’을 하고 있다. 선양소주 제공

나머지 소주 시장은 대선주조를 비롯해 한라산(제주), 무학 좋은데이(경남), 보해양조(전남), 금복주(대구·경북), 선양(대전·충남) 등 향토 기업들이 나눠 갖고 있다. 대구경실련은 각 지역을 대표하며 오랜 시간 함께한 이 기업들이 전국적으로 소멸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판단한다.

실제 2024년 충청권 주류 업체인 선양소주 임직원들은 경영 한계를 호소하며 시민들 앞에 서기도 했다.

선양소주 측은 당시 ‘대기업 폭탄 공세 지역 기업 죽어난다’, ‘여러분의 응원이 절실합니다’ 등이라고 적힌 손팻말과 현수막을 들고 지역 소주 사랑 캠페인을 벌였다. 선양소주는 한때 충청권에서 60%가 넘는 점유율을 보였지만, 주류 시장 침체와 대기업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점유율이 20% 아래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금복주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금복주의 매출액은 521억여 원으로 2023년 571억여 원에 비해 8.8% 감소하는 등 매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6년(1391억여 원)과 비교하면 10년 새 약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시민단체는 지역 내 생산·소비·조달·자금이 순환하도록 해 일자리와 소득을 남기고 대외 유출을 줄이는 지역 순환 경제의 중요성을 앞세운다. 비록 과거 성차별 등이 만연했던 기업이지만 불매운동 이후로 문제의 상당 부분이 해소된 만큼, 구매 운동으로 전환하자는 게 대구경실련 측의 주장이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은 “지역 순환 경제는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 지역 경제 발전 전략 중의 하나다. 대구시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정책이기도 하다”며 “지역 사회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성장한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방기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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