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팀장님 휴가에 팀원들도 응원 연차 냈어요” 체코전 보다 응원인파 4000명 더 몰린다 [세상&]

정주원 2026. 6. 19.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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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10시 월드컵 멕시코전 앞두고
광화문에만 1만5000명 모여 ‘대한민국’
연차·체험학습 내고 거리응원 나선 시민
술집은 오전부터 영업 개시…빈자리 없어
김경배(왼쪽) 씨와 김세정 씨는 19일 오전 5시 반부터 한복을 챙겨 입고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거리응원 현장을 찾았다. 윤승현 수습기자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윤승현·이우중·김서현 수습기자] “팀장도 응원하러 간다고 해서 직원들한테 연차 쓰라고 했어요. 실제로 3명이나 냈습니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19일 오전 10시 멕시코와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르는 가운데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 일대가 경기 시작 전부터 월드컵 열기로 달아올랐다.

일주일 전 치러진 체코전에서 우리 대표팀이 역전승을 거두면서 거리응원 인파도 크게 늘었다. KT는 이날 광화문 거리응원에 약 1만5000명이 운집할 것으로 추산해 경찰에 알렸다. 체코전 당시 약 1만1000명이 찾았던 것과 비교하면 4000명가량 늘어난 규모다.

이날 관람객 입장이 시작된 오전 7시께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응원구역에는 80여명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경기 킥오프까지 3시간여 남았지만 붉은 티셔츠를 차려입은 시민들이 몰려 들었다. 저마다 휴대용 선풍기와 얼음물 등을 챙겨 더위에 대비했다. 9시30분께 4000여명이 들어찼다.

19일 오전 8시20분께 광화문광장에 월드컵 멕시코전을 보려고 나온 시민들의 모습. 윤승현 수습기자

경기도 평택에서 초등학생 두 아들과 유치원생 딸을 데리고 온 김성은(43) 씨는 “아이들이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했지만 좋은 자리 잡으려고 일찍 왔다”고 말했다.

경기도 광주에서 첫차를 타고 친구들과 올라온 조경민(24) 씨는 “기왕 멀리 오는 거 사람이 제일 많고 제일 신나는 곳에서 응원하고 싶었다”고 했다.

휴가를 내고 광화문을 찾은 시민도 있었다. 한복을 입고 응원존 입장 줄에 선 김세정 씨는 “1차전은 회사 때문에 못 왔고 휴대전화로 봤다”며 “오늘은 꼭 현장에서 보고 싶어서 휴가를 냈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김연서(18) 양은 전날 학교에 현장체험학습을 신청하고 광화문을 찾았다. 그는 “날이 덥다고 해서 선풍기와 쿨링용품을 잔뜩 챙겨왔다”며 “골이 꼭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파주에서 새벽 5시에 출발했다는 이영환(70) 씨는 지하철을 네 번 갈아타 도착했다고 했다. 그는 “집에서 TV로 보면 골 들어가도 ‘골이네’ 하고 끝인데 여기서는 몇만 명이 같이 소리 지른다. 지난번엔 골 들어갈 때 세종문화회관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고 했다.

붉은 물결 사이에 멕시코를 응원하는 초록색 티셔츠도 보였다. 한국에서 8년째 살고 있는 산티아고(26) 씨는 아내와 함께 광화문 광장을 찾았다. 그는 “솔직한 마음은 멕시코가 이겼으면 하는데 직장에서는 비기면 좋겠다고 했다”면서 웃었다.

한국 생활 8년 차인 멕시코인 산티아고(26·오른쪽) 씨 부부가 멕시코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거리응원에 나선 모습. 윤승현 수습기자

이날 오전 8시께 서울 여의도도 길거리 응원에 나선 시민들이 한국투자증권 앞에 모여들었다. 주최 측은 지난 체코전보다 응원 공간을 확대해 본사 앞 3개 차로까지 응원 구역으로 확보했다. 초등학생 자녀들과 이곳에 온 남미희(43) 씨는 “지난주에 한국이 이기면 거리응원 가자고 약속했는데 실제로 이겨서 체험학습을 신청해서 왔다”며 “늦게 오면 사람이 몰릴 것 같아 2시간 일찍 도착했다”고 했다.

지난 경기에 이어서 회사에 휴가를 내고 왔다는 최규현(37) 씨는 “한국 축구를 너무 좋아해서 이번에도 나왔다”며 “다만 3주 연속 연차를 쓰기는 눈치가 보여 다음 경기는 못 올 것 같다”고 웃었다.

“아침에 누가 치킨 먹나 했는데”…여의도 식당가도 예약 만석

이른 아침부터 식당들도 분주했다. 자리를 빌려 단체 응원을 하겠단 예약이 몰리면서다.

여의도의 한 술집은 멕시코전은 물론 오는 25일 3차전 예약까지 모두 마감된 상태였다. 가게 사장은 “직장인 단체 예약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체코전 때 경기가 치러지는 2시간 사이 평소 하루 수준의 매출을 거뒀다고 한다.

광화문광장 거리응원 종합안내소에서 종이 선캡과 응원 도구를 나눠 주고 있다. 윤승현 수습기자

여의도의 한 치킨집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직원들이 출근했다. 정재균(34) 사장은 “처음엔 아침에 누가 치킨을 먹겠냐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주변 가게들이 지난 경기(체코전) 때 난리가 났다고 해서 부랴부랴 준비하게 됐다”고 했다. 예약은 이미 꽉 찼다.

다른 치킨가게도 예약이 2~3자리를 제외하고 대부분 찼다. 20대 남성 아르바이트생 A씨는 “원래 오픈 시간은 낮 12시인데 축구가 10시 시작이라 직원들은 오전 8시부터 준비한다”며 “배달과 홀까지 모두 감당하려면 일찍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이 열리기 하루 전인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의 한 시킨집이 다음날 영업을 준비하는 모습. 이우중 수습기자

편의점도 준비 물량을 늘렸다. 한 편의점 관계자는 “지난 경기 때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이 와서 맥주와 과자를 사 갔다”며 “역전승 이후 이번에는 지난주보다 더 몰릴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오전 10시 경기와 무더위는 변수다. 이날 광화문과 여의도 현장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강한 햇빛을 피하려는 시민들이 선캡과 선글라스, 휴대용 선풍기를 꺼내 들었다. 일부 시민은 양산을 펼치거나 부채질하며 경기 시작을 기다렸다.

광화문에서 2002년 월드컵 때부터 응원용품을 팔아왔다는 이용연(75) 씨는 “지난번에 한국이 잘했으니까 오늘 더 많이 올 것 같다”며 “많이 와서 응원해 주고 꼭 이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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