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도 ‘생존 문제’…탈모약 건보 적용될까[나유정]

이태형 2026. 6. 19.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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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 환자 24만여명…청년 환자 6만7000여명
“단순 미용 아닌 생존권 문제” vs “도덕적 해이 조장”
7월 ‘모두의 토론회’ 의견조사…‘건정심’에서 확정
탈모 환자에 시술하는 모습[연합]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 탈모 치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방안이 정부 검토 과제로 떠오르면서 실제 적용 범위와 효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청년기본법상 청년(20~34세)을 대상으로 우선 급여화를 검토하는 방안이 거론되면서 치료비 부담이 얼마나 줄어들지, 누가 혜택을 받게 될지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다만 탈모를 건강보험 급여 대상으로 포함할 경우 수십만 명에 달하는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덜 수 있지만 건강보험 재정 부담과 필수의료 우선 지원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18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탈모증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24만1217명으로 집계됐다. 2020년(23만4780명)과 비교하면 2.7% 증가한 규모다. 20~34세 탈모 환자는 2024년 기준 남성 4만3737명, 여성 2만4191명 총 6만7928명이다.

다만 이는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는 원형탈모 등 질환성 탈모 환자를 기준으로 한 수치로, 비급여 치료나 병원을 찾지 않은 사례까지 포함하면 실제 탈모 인구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5년 탈모 환자 추이[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
수년간 먹는 탈모약…건보 적용되면 수백만원 아낄 수도

탈모는 모발이 노화하는 과정으로, 하루에 50~100모 정도 빠지는 건 정상이지만 100모 이상 빠지면 탈모로 본다. 탈모 환자가 10명 중 3명꼴(2024년 기준 전체 탈모 환자 24만1217명 대비 20~34세 탈모 환자 6만7928명)로 20~34세의 젊은 환자인 것은 서구화된 식습관과 스트레스, 흡연, 수면 부족, 무리한 다이어트로 인한 영양 부족 등이 영향을 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원형탈모, 스트레스·지루성 탈모 등 명확한 질병 원인이 있는 경우에는 건보 급여가 적용돼 진료비·약값의 30%만 부담하고, 나머지 70%는 건보공단이 부담한다. 반면 남성형 탈모 등 일반 탈모는 비급여로 개인이 전액을 부담해야 한다. 실손보험도 일부 1세대 보험 외에는 대부분 탈모 치료비는 보장하지 않고 있다.

탈모약은 수년 이상 복용하는 경우가 많아 월 몇 만원만 차이가 나도 수백만원으로 차이가 커질 수 있다. 건보 적용으로 비용 부담이 줄면 초기 환자들도 병원을 찾을 수 있어 조기 치료를 유도할 수 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저번 대선 때 탈모약 지원을 해주겠다고 공약한 일이 있다”며 “(머리카락이) 미용인데 요즘은 생존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무한대로 해주는 게 재정적으로 너무 부담된다면 횟수제한을 하든지, 총액 제한을 하든지 한번 검토는 하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생존권 vs 도덕적 해이’ 등 건보 적용 쟁점 산적

복지부가 최근 탈모의 건보 적용을 공론화 과정을 거쳐 올해 하반기부터 추진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탈모 건보화가 다시 쟁점으로 부상했다.

‘생존권’과 ‘도덕적 해이’를 둘러싼 논란이 가장 크다. 탈모를 겪고 있는 청년층은 대인기피증과 취업 불이익 등 삶의 질과 직결되는 생존의 문제로 인식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 측은 탈모 치료를 미용 개선으로 보고, 보험 적용 시 불필요한 처방이 늘어나는 도덕적 해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정부가 지역·필수·공공의료를 강화하겠다는 정책 기조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나온다. 통상 필수의료에는 중증·응급 의료, 분만 및 산모·신생아 관리, 소아 진료 등이 포함된다.

건강보험 재정 문제도 ‘뜨거운 감자’다.

지난해 건강보험 재정은 현금흐름 기준 4996억 원의 당기수지 흑자를 기록하며 5년 연속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 이에 따라 누적 준비금은 총 30조2217억 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초고령사회 진입과 의료비 지출 급증으로 인해 흑자 규모는 전년(1조7000억 원) 대비 대폭 줄었다.

유전성 탈모 잠재 환자를 최대 1000만명까지 보기도 하는데, 건보 적용을 하게 되면 수천억 원 이상의 재정 부담이 예상된다. 중증·희귀질환 등 필수 의료에 쓰여야 할 재원이 투입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실제 건강보험은 2023년 연간 지출 100조 원을 돌파한 이후 매년 적자 규모가 커지면서 2030년 전후로 누적 적립금이 완전히 소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인해 노인 진료비와 만성질환 의료 이용량이 가파르게 늘고 있고, 의료개혁 추진으로 필수의료 확충,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요양병원 간병비 건강보험 적용 등 국정과제에 막대한 건보 재정이 투입되고 있다. 당장 탈모 외에도 지출해야 하는 항목이 넘쳐나는 셈이다.

법적으로 정부는 건보 예상 수입의 20%를 지원해야 하지만, 실제 지원 비율은 14% 수준에 머물러 재정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현행 법령상 정부는 건보료 예상 수입의 20%를 국고(일반회계 14%)와 기금(국민건강증진기금 6%)으로 지원해야 하지만, 정부가 건강증진기금을 축소 편성하거나 일반회계 지원을 법적 기준보다 적게 배정하면서 수년간 실지급률은 14% 수준에 머물고 있다.

[출처 : 국회예산정책처 ‘의료개혁과 비상진료대책을 반영한 건강보험 재정전망’. 국회미래연구원 ‘인구구조 변화로 인한 건강보장제도의 재정적 지속가능성 위기 및 정책 제언’ 재인용]

이 밖에도 이번 건보 적용을 대상으로 청년을 우선할 경우 세대 간 형평성 문제도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

탈모 건보 적용을 놓고 이해관계자의 입장차가 갈리면서 행정안전부는 오는 7월 4일 국민 숙의 공개토론회인 ‘모두의 토론회’ 첫 번째 주제로 ‘탈모치료제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선정하고 여론 청취에 나선다.

토론회는 이날 현장에서 200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1차 의견조사를 진행하고 전문가 발제 및 토론, 질의응답을 거친 뒤 2차 의견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결과는 당일 공개할 예정으로 공개 시점과 형식 등 세부 사항은 복지부와 협의 중이다.

이날 결과가 나오면 복지부는 건강보험정책에 관한 주요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장관이 (탈모 건보 적용에 관해) 공론화 과정을 언급하면서 내부적으로 탈모 환자 규모나 급여율 등 실무적인 차원의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면서도 “공론화 과정에서 적용 여부와 적용한다면 연령대·급여율 등에 대한 의견을 청취한 뒤 건정심에서 최종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유정]은 ‘나에게 유용한 정책 정보’를 쉽게 풀어 소개하는 연재물입니다. 정책이 제안된 배경과 변화의 의미를 짚고, 누가·언제·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안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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