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독립영화 보실 분? ‘짧고 강력한’ 이곳으로!

문준영·조승주 기자 2026. 6. 19.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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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young感] (6) 숏트롱시네마 꾸려가는 단편사무소 김민음 소장
다양성 퍼트리는 단편영화의 가치 지키다

제주의소리가 연중기획 제주영감(제주young感)을 통해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는 제주의 창작자들을 만납니다. 그들이 쌓아낸 꾸준한 노력과 그 안에서 발견한 참신한 지혜를 주목합니다. 이것이 '제주다움'과 '로컬'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제주 남쪽 서귀포시 서호동. 돌담을 캔버스로 한라산이 펼쳐진 거리 한 켠에 자그마한 독립영화 극장이 있다. 

안에 들어서면 차분하고 아늑한 분위기가 방문객을 반긴다. 단편영화를 상영하는 이 곳의 좌석은 단 8석. 일단 한 번 발걸음을 하면 또 다시 찾게 된다고 입을 모은다. 제주 일상에 새로운 감각을 더하고 있는 이 곳은 숏트롱시네마.

제주 단편영화의 베이스캠프

서울에 살다가 워킹홀리데이를 준비하던 중 마주친 코로나 팬데믹. 비행기 탑승까지 했지만 국경봉쇄로 원래 목적지는 가지도 못하고 돌아왔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아름다운 섬 제주. 김민음(38)씨는 그렇게 제주에 정착한다.

제주에 와서 가장 불편했던 것들 중 하나가 독립영화를 볼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것. '그럼 직접 해보자'라는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이 세상 모든 단편을 취급합니다'를 슬로건으로 한 '단편사무소'가 탄생했고 프로젝트가 본격화됐다. 키워드는 '짧다+강하다'의 합성어인 '숏트롱(Shortrong)'.

맘 맞는 동료와 '숏트롱 버스'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문화가 잘 닿지 않는 지역 곳곳을 찾아다니며 단편영화를 상영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단편영화를 메일로 보내주는 메일링 구독 서비스인 '숏트롱 크루즈'도 만들어냈다. 이어 베이스캠프 삼아 안정적으로 영화를 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탄생한 것이 지금의 '숏트롱시네마'다. 작품성과 다양성을 지닌 '숨어있던 보석'같은 영화들, 소개시켜주고픈 감독의 신작들이 상영관을 채웠다. 
단편사무소 김민음 소장. ⓒ제주의소리

제주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어하는 여행자들, 독립영화를 보고 싶었던 도민들이 하나둘씩 찾아오기 시작했다. 단편영화의 열렬한 팬이었기에, 누구보다 찾아오는 이들의 마음도 잘 알고 있다.

"단편영화를 보고 나면 영화를 찍은 저 너머의 사람들이 뭔가 힘든 하루를 보내지 않았으면 좋겠고,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더 멋진 이야기들을 앞으로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다' 이런 애정과 존경의 관점으로 바라보게 돼요. '숏트롱'의 의미가 짧지만 강하다는 뜻인데, 단편영화만의 짧지만 강한 에너지, 여운. 그게 단편영화의 매력을 설명하는 단어라고 생각합니다.

그 짧은 20~30분 안에 주인공을 따라가면서 그 세상을 간접 경험하다보면, 다양한 고민들과, 어떤 생각치 못한 상황에 놓인 주인공들의 삶을 잠깐 살아보면서 세상의 다양성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숏트롱시네마의 풍경들. ⓒ제주의소리

누군가의 안락한 커뮤니티로

이 세상의 어떤 주제가, 어떤 직업이, 어떤 취미가 내게 맞을 지 미리 겉핥기로 알아보는 '수박 겉핥기 클럽'. 독립출판부터 명상, 셰어하우스, 연극 등 다양한 경험을 한 이들을 모시고 이야기를 나누는 활동이다. 

왕초보 여성 합주 클럽인 '스윙걸즈는 아니지만', 일기를 항상 미루를 사람들을 위한 '일기해방클럽', 유서 쓰는 클럽, 여름과 시 클럽, 한 달 간의 해·별·왜·고(해보면 별 거 아닌데 왜 그렇게 고민했지?) 모임... 단편영화로 시작된 느슨한 연결은 이 세상의 다양한 삶의 방식과 이야기를 찬찬히 들여다보는 커뮤니티로 발전했다. 가훈과 연하장을 만들기도 한다. 곳곳의 놓인 독립출판물들은 이 곳의 지향을 잘 말해준다.

"영화를 보고 관객과 숏트롱시네마가 관계가 끝나버리는 게 아쉬웠고, 관객을 좀 더 깊숙이 만나기 위해 이런 클럽들을 시작했어요. 사실, 단편영화를 좋아하고 숏트롱시네마에 와주시는 분들이 정말 쉽지 않은 발걸음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 분들이 궁금하기도 하고, 그 분들의 이야기가 듣고 싶었어요."

숏트롱시네마에는 단편영화 배우와 감독이 놀러오기도 하고, 학교로 찾아가 학생들과 낯선 단편영화를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눈다. 연결은 계획 확정되고 새롭게 이어진다. 
숏트롱시네마에서의 시간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이어진다. 함께 글을 쓰고, 악기를 다루고, 머리를 맞대고, 대화를 나눈다. ⓒ숏트롱시네마

기획전을 통해 여러 영화를 묶어 상영하고 이와 관련된 활동들에 참여하는 것도 묘미다. 낯선 단편영화를 한 편 보고 나서 받은 인상과 메시지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화할 수 있게 돕는 장치들이다. 영화 하나로 시작해, 새로운 세상과 그 가운데 놓인 나의 내면까지 덤덤히 산책하고, 탐구하는 과정이 매일 이어진다.

숏트롱시네마에 사람들의 애착이 쌓여가는 이유다.

"처음 친구와 숏트롱시네마를 시작했을 때가 생각나는데요, 저희는 영화 전공자도 아니고 영화 쪽에서 일했던 사람도 아니었어요. 처음 마음가짐은,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단편영화를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 쉽고 즐겁고 가깝게 다가가는 게 목표였거든요. 그렇게 노력한 점을 좀 좋게 봐주시지 않았나 생각해요.

사실, 숏트롱시네마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어떤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시작한 게 아니고, 지금도 특별한 계획을 가지고 있지는 않아요. 다르게 생각해보면 오히려 처음부터 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하고 있어요. 

관객들에게, 그리고 단편영화를 만드는 분들에게, 그리고 여기를 운영하는 저희에게도 조금 더 의미가 있고, 정말로 필요하다고 다들 느껴서 이 공간이 조금만 더 오래 유지되길 바라는 게 계획이라면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