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쿡 “아이폰 가격 인상 불가피”…애플마저도 칩플레이션에 백기

원호섭 기자(wonc@mk.co.kr) 2026. 6. 19.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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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팀쿡 CEO. <사진=애플>
“안타깝지만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

인공지능(AI) 확산이 불러온 ‘칩플레이션(반도체 인플레이션)’ 여파에 애플도 결국 제품 가격 인상 가능성을 인정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사진)는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고객들에게 비용 부담이 전가되지 않도록 노력해왔지만 현재 상황은 지속가능하지 않은 수준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쿡 CEO는 최근 메모리 가격 급등을 자신이 경험한 가장 심각한 공급망 위기라고 평가했다. 그는 “40년 넘게 업계에 있었지만 최근 6개월 동안의 가격 변동은 본 적이 없다”며 “10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홍수 같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 급증을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쿡 CEO는 “소비자들은 기기를 원하지만 공급은 줄어들고 있다”며 “메모리 업체들이 엄청난 가격 인상분을 고객사에 전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애플은 구체적인 가격 인상 시기와 폭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업계에서는 오는 9월 공개가 예상되는 아이폰18 시리즈를 비롯해 맥과 아이패드 등 주요 제품군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미국 공식 판매가 기준으로 아이폰17은 799달러, 아이폰17 프로는 1099달러다.

애플이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낸 배경에는 AI 산업의 성장에 따른 메모리 공급난이 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AI 데이터센터 구축 경쟁에 수백억 달러를 투자하면서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급증했다. 특히 AI 서버에 사용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이 늘면서 스마트폰과 PC에 쓰이는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 공급이 부족해졌다. 시장조사 업체 테크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이후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은 4배가량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공급 부족 현상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쿡 CEO는 “공급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애플이 자금을 투입할 의향도 있다”며 “우리는 해결책의 일부가 되기 위해 재무 역량을 활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자체 메모리 공장을 건설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테크인사이츠는 애플이 현재 수준의 수익성을 유지하려면 차세대 아이폰 프로 모델 가격을 약 270달러 인상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 경우 아이폰 프로 가격은 1299달러 수준까지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애플은 AI 기능을 확대하기 위한 신제품 전략은 예정대로 추진할 방침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아이폰 출시 20주년을 맞는 내년에 카메라를 내장한 에어팟과 폴더블 아이폰, 차세대 아이폰 등 여러 신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애플의 AI 기기 확대가 국내 반도체업계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AI 기능이 강화될수록 기기당 메모리 탑재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온디바이스 AI 구현에 필수적인 ‘저전력·고성능 메모리(LPDDR)’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혜 기업으로 거론된다. 두 회사는 AI 서버용 HBM 시장뿐 아니라 모바일용 고성능 메모리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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