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은 왜 정청래를 용인하지 못하나 [김수민의 일침일갈]

김수민 시사평론가 2026. 6. 19.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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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재판·검찰 개혁으로도 설명되지 않는 친명계의 총체적 불신
뜨거운 내전, 빈약한 명분…국민이 주목할 ‘정책·가치 경쟁’은 실종

(시사저널=김수민 시사평론가)

요즘 더불어민주당은 2015년 분당 이래 가장 치열한 내분을 보여주고 있다. 정청래 대표 측은 모른 체하고 있지만, 이재명 대통령과 친명계는 정 대표와의 맞대결을 불사하고 있다. 이는 정 대표와 협상하고 조율하는 것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당내 중간자적 위치에 있는 조정자형 대표도 필요 없다는 것이며, 정청래뿐 아니라 '제2의 정청래'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의아한 점은 이것이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 대통령과 친명계는 정 대표를 용인할 수 없게 되었나. 6·3 지방선거가 새삼 계기가 되었을 리는 없다. 선거가 끝나기 전 이미 김민석 국무총리가 사의를 표명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친명계와 친청계의 대결이 시작되었다는 방증이다.

2024년 2월4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를 방문해 문 전 대통령과 함께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 문 전 대통령, 이 대표 ⓒ연합뉴스

"이 대통령, 정청래와 측근들 믿지 않을 것"

항간에서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를 거론한다. 외형적으로는 정 대표가 치고 나가 추진되었던 일이다. 그러나 여당 대표가 임기 초 지지율이 높은 대통령을 '패싱'하고 독단적으로 범여권 개편을 추진했을까. 합당 논의가 시작된 다음 대통령이 회심했거나 뒷걸음질했을 경우를 떠올려볼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요인으로는 대통령 사건 재판의 공소 취소와 이를 보장하는 조작기소 특검이 꼽힌다. "솔직히 정청래 대표나 구친문계가 이 대통령 재판을 없애는 데 관심이 있겠느냐"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이 역시 설득력이 부족하다. 후일 이 대통령 재판이 재개될 경우 민주당은 그 결과에 묶일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이 "윤석열 전 대통령은 이제 우리 당 사람이 아니다"고 강변했던 것이 다수의 공감을 샀던가?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소위 친청계는 이 대통령 사법 리스크를 집요하게 공격한 친이낙연계와 같을 수 없다. 실제로 민주당 의원 어느 누구도 "이 대통령은 퇴임 후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검찰 보완수사권 존치 문제도 거론되지만, 과연 이걸로 양측 사이가 벌어졌는지도 의문이다. 그간 이 대통령의 의중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통해 어느 정도 표현되기는 했다. 법무부는 보완수사 성공 사례집을 내면서 존치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이 대통령의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이것이 당정 갈등의 핵심 요인이라고 믿기 어려운 정황은 많다. 친명계 의원들조차 검찰에 보완수사권을 남겨야 한다고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대통령도 국회가(사실상 여당이) 결정할 일이라고 했다. 민주당 핵심 지지층이 대통령에게 실망하면 친청계가 반사이득을 얻을지 모른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전당대회에서 검찰 보완수사권 문제로 정면 대결할 수 있을까? 제대로 불거지지도 않은 문제를 두고 양측이 대립하는 원인이라고 지목할 수는 없다.

갈등 양상은 분명한데 구체적인 요인은 뚜렷하지 않다? 이쯤 되면 이 대통령 측이 정 대표와 그 주위 인사들에게 갖는 불신이 총체적이고 근본적이라고 추정할 수밖에 없다. 당장에 기억나는 장면도 여러 가지다. 이 대통령은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당시 후보의 아들 특혜 취업 의혹을 정면으로 쏘아올린 장본인이다. 국민의당과의 관계 설정,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탈당 문제를 두고도 이견을 내비쳤다. 요즘 친명계 논객들 사이에서 조국 조국혁신당 전 대표에 대한 비난이 빗발치는 걸 보아하니, 조국 사태 때도 그들은 다소 다른 생각을 가졌던 것 같다. 친명 네티즌 사이에선 "문재인, 조국이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다"는 댓글이 흔히 발견된다. 이 대통령이 꾹 눌러 참은 세월이 근 10년인 셈이다.

물론 지금 민주당에서 '친문'은 별 의미가 없다. 문재인 정부 시절 '거의 모두가 친문'이던 민주당은 정부 후반기에 분화되었고, 그 상당수는 그때부터 2025년 대선까지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하지만 완연한 친명계가 생긴 한편으로,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의 주류를 갈아엎는 것을 과업으로 삼아왔거나, 아니면 적어도 최근에는 주류를 갈아엎지 않으면 국정운영이 원활할 수 없다고 믿는 것 같다. 정 대표와의 크고 작은 엇박자들이 그 생각을 키워왔을 것이다.

친명-친청 경쟁, 정치 발전에 도움 되지 않아

이러한 민주당 내분은 세 가지 측면에서 고약하고 후진적이다. 첫째, 이것은 정권 내부자들의 권력 교체 투쟁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 민주당에서는 사회주의적 좌파와 중도온건파가 정책을 놓고 대결하지만, 한국 민주당의 싸움에는 그런 것이 없다. 오랫동안 정치권에서 동교동계를 신주류가 밀어내고 친이계를 친박계가 밀어내는 식의 싸움이 잇따랐지만, 이 가운데 정당의 체질이 개선되고 이념적·정책적인 업그레이드가 이뤄진 경험이 없다. 현재 민주당 내 대립도 마찬가지다.

둘째, 질적으로 엇비슷한 이들끼리의 대결이다. 근래 이 대통령이 여당의 책임 정치를 강조하면서 한 말들은 대부분 상식적이고 합리적이다. '문조어래유(문재인, 조국, 김어준, 정청래, 유시민)'로 상징되는 팬덤 정치, 낙인과 배척, 음모론과 허위 선동에 질린 시민들이 늘 느껴왔던 문제의식이다. 그런데 이재명 정치는 '문조어래유'와 달랐는가. '비문계 검찰 내통론'이나 개표 부정설과 같은 근거 없는 음모론, "대장동은 국민의힘 게이트" 등의 프레임 바꿔치기가 이 대통령의 작품이었다.

셋째, 친명과 친청의 대결 때문에 민주당 내부에서 마땅히 나와야 할 소리는 더욱 출구를 찾기 어렵게 됐다. "공소 취소는 안 된다. 대통령이 열심히 직을 수행한 다음 재판에서 결백을 입증하라." 이런 이야기는 앞으로 더 나오기 어렵게 될 것이다. '공소 취소를 잘 해내려면 누가 되어야 하는가'의 대결로 치달을 테니까. "우리는 어느덧 상위 중산층과 상류층을 대변하는 정당이 되어 버렸다. '서민의 정당'으로 돌아가자." 이런 이야기도 나오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에서 사회경제적 의제는 후순위이고, 이것은 전당대회 득표에도 도움이 되지 않으니까. 다당제 지향 정치 개혁, 차별금지법 제정 등도 마찬가지다.

전당대회에서 친명계가 이기면 친청계는 전방위적 압박을 받으며 화려했던 과거를 뒤로한 채 대반격과 굴복 가운데 하나를 택해야 할 것이다. 반대로 친청계가 이기면 이 대통령 측은 정면승부에서 패한 엄청난 후과로 인해 휘청거리게 될 것이다. 정국의 열기가 온통 쏠릴 수밖에 없는 고지다. 하지만 거기에 국민이 집중할 만한 가치는 없다. 

김수민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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