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분석] 민형배의 '순천 주청사' 승부수, 취임 후 '주도권 선점' 포석
민, “광주는 행정중심, 무안은 의회…균형 차원” 설명
동부권 포섭해 취임 후 정국 주도하려는 ‘노림수’ 해석
‘인수위 패싱’하고 라디오서 툭…현안 해결 방식 비판

민형배 초대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당선인이 쏘아 올린 ‘순천(동부청사) 주청사 검토’ 발언의 파문이 확산하는 가운데 민 당선인이 통합특별시 출범 전에 주청사 확정 카드를 꺼내든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민 당선인은 광주·무안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소규모인 동부청사에 균형추를 맞추는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단순한 청사 균형을 넘어 통합특별시 초기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정치적 포석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18일 지역정가에 따르면, 민 당선인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순천 동부청사를 특별시 주사무소 주소지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통합특별시 사무소 소재지 조례안 개정 과정에서 ’1곳만 지정할 수 있다’는 행정안전부의 유권해석에 따른 것이다. 다만, 민 당선인은 “주청사(중심 청사)가 아닌, 주소지를 두는 것이다”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주사무소 주소지가 갖는 상징성 등으로 인해 주청사로 인식된다는 점에서 논란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이를 두고 민 당선인은 광주청사와 무안청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된 동부청사를 배려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는 자연스럽게 행정중심이 될 수밖에 없는 데다 통합의회는 무안에 둥지를 틀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동부에 주사무소를 둬서 균형을 맞추겠다는 취지다. 또 통합특별시장 더불어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동부권 국회의원인 주철현 의원(여수시갑)과 맺은 정책 연대 협약이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특히 인수위원회에서도 ‘주사무소 소재지 조례는 출범 후 제정해도 된다’고 보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즉, 올해 말까지는 주사무소를 별도로 지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민 당선인이 출범 전에 주사무소 소재지를 시급히 결정한 데에는 출범 직후 발생할 주도권 다툼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광주와 전남이라는 동등한 광역자치단체가 합쳐지는 과정에서 광주권과 전남권 간의 정치적·경제적 갈등은 불가피하다. 민 당선인은 광주가 정치적 기반이다. 문제는 상대적으로 광주는 전남과 비교해 인구·조직에서 밀린다. 특별시의회 구성에서도 광주와 전남은 각각 28명, 63명이다. 민 당선인으로서는 취임하자마자 거대한 통합시의회 전남의원들과 마주해야 한다. 현안마다 의회 동의를 얻지 못한다면 임기 초기부터 레임덕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남 내에서 독자적인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동부권’을 우군으로 끌어들이는 전략을 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 당선인이 통합특별시장 경선 과정에서 주철현 의원과 정책 연대를 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순천 주청사’라는 선택을 통해 동부권을 포섭함으로써 ‘광주-동부권 연합전선’을 구축한 셈이다. 이를 통해 통합 초기 시정 운영에서 확실한 주도권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최근 동부권의 정서적 기류도 한몫했다. 동부권(여수·순천·광양)은 애초 주청사보다는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서 실리를 취하려는 분위기였지만, 최근 반도체와 AI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광주와 전남 서부권 중심의 투자 유치가 논의됨에 따라 행정·산업적 위기감이 강해지고 있는 분위기다. 주사무소 소재지를 둠으로써 균형 추를 맞췄다는 명분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전략의 성패를 떠나 시·도민의 삶과 직결된 주청사 소재지라는 중차대한 현안을 다루는 민 당선인의 ‘소통 방식’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브리핑이나 기자회견 등 공식 채널을 전면 패싱한 채 일부 언론을 통해 민감한 정책을 공개하면서다. 특히 공식적인 정책 기조를 조율하는 인수위원회가 가동 중이다. 그러나 인수위원회와의 조율 없이 공개되면서 불필요한 지역 갈등과 정국 혼란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330만 시·도민의 미래가 걸린 주청사 문제를 한 언론사에 흘려 불필요한 지역 갈등과 정국 혼란을 자초한 것은 당선인으로서 매우 경솔한 처사”라며 “인수위 등에서 공식 입장 정리를 하고 발표하는 식의 일관되고 정제된 소통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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