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숨을 쥐어짜며 버틴 6G…전투기조종사의 ‘극한상황’ 겪어보니

전현건 2026. 6. 19.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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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항공우주의료원 공군 조종사 체험기
조종사 인체 한계 점검 ‘비행환경 검증소’
가속도·저압·비상탈출·SD 등 생존 훈련
전현건 기자가 지난 10일 충북 청주 공군 항공우주의료원에서 가속도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김정률 기자

[헤럴드경제=전현건 기자] 조종사와 공중근무자는 저산소, 급격한 기압 변화, 중력가속도, 공간감각상실(SD·Spatial Disorientation) 같은 환경에 일상적으로 노출된다. 지상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3차원 공간의 비행환경 속에서 인체는 생리적·심리적 변화를 겪고, 이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곧바로 임무 실패와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인적 요인에 의한 손실을 줄이기 위해 공군이 운영하는 곳이 바로 충북 청주 공군항공우주의료원, 그 안의 항공우주의학훈련센터다. 이곳에서 공중근무자들은 실제 비행 중 맞닥뜨릴 위험들을 몸으로 체험하며, 스스로를 지키는 법을 배운다.

지난 10일 오전 기자는 충북 청주 공군 항공우주의료원을 방문했다. 강당에 들어서자 선반 위에 공군 조종사 비행복이 정갈하게 정렬돼 있었다. 복장을 마친 뒤에는 곧바로 혈압 측정이 뒤따랐다. 가속도·저압훈련을 앞두고 기본적인 생체 상태를 확인하는 절차다.

이 훈련센터는 2012년 신축됐으며 최신 장비를 도입했다. 조종사 과정, 가속도 내성훈련 과정, 비행환경 적응훈련 교관 양성과정, 항공의무요원·승무원·고공강하요원·항공촬영사·항공기 탑승 과정 등 목적과 대상에 따라 세분된 과정들이 운영된다.

각 과정에 입과한 교육생은 가속도 내성훈련, 공간감각상실훈련, 저압실 비행훈련, 야간시각훈련, 비상탈출훈련 등을 통해 실제 비행 중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단계적으로 거쳐 나간다.

전현건 기자가 지난 10일 충북 청주 공군 항공우주의료원에서 비상탈출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김정률 기자

제일 먼저 공간감각상실(SD) 훈련이 진행됐다. 시뮬레이터 내부에는 F-15와 UH-60 헬기 조종석이 구현돼 있었고 한반도 지형이 펼쳐진 비행 시뮬레이션 화면이 눈앞을 가득 채웠다. 장비는 플래니터리, 피치, 롤, 요, 경우에 따라 6축까지 자유롭게 움직이며 24종, 또 다른 장비를 포함하면 40종이 넘는 SD 프로파일을 구현할 수 있다. 낮과 밤, 하늘과 바다를 넘나드는 상황에서 인체의 평형감각기관이 얼마나 쉽게 오판을 저지르는지 체험하도록 설계된 장비다.

훈련 장비가 회전을 시작하자, 몸은 분명히 좌측으로 기울어져 내려가는 것 같은데 계기판은 ‘수평 비행’을 가리키고 있었다. 비행 시뮬레이션 화면 속 지평선은 거의 흔들림 없이 유지되는 반면, 귓속의 평형기관은 계속해서 다른 방향을 가리키며 혼란을 줬다.

비상탈출 훈련 장비 앞에 서자, 높이 17피트의 구조물 위에 F-16 조종석을 본뜬 좌석이 올라가 있었다. 이 장비는 최대 13피트 높이까지 사출하며, 최대 6G(중력)의 가속도로 이탈 상황을 재현한다. 교육생 체중에 따라 사출 가속도가 자동으로 조정되고, 8종의 비상 상황 시나리오를 구현할 수 있다.

훈련은 지상에서 좌석에 앉은 상태에서 시작됐다. 사출 레버를 당기는 순간 몸이 위로 튕겨 올라가는 느낌이 들었다. 안전벨트와 보호장비가 있어도 척추와 목에 순간적인 충격이 가해졌다. 훈련이 끝난 뒤 교관은 “지금 느끼신 충격도 실제 상황의 일부일 뿐”이라며 “실전에서는 속도·기압·온도가 모두 다른 조건에서 이 선택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상탈출은 조종사의 마지막 선택이지만, 그 마지막 선택조차 ‘훈련된 기술’이어야 한다는 사실이 인상 깊게 남았다.

전현건 기자가 지난 10일 충북 청주 공군 항공우주의료원에서 훈련 전 건강검진을 받고 있다. 김정률 기자

가속도 내성강화훈련 장비실 훈련장에는 공군의 주력 전투기인 F-15K·KF-16 조종석과 한반도 지형을 구현한 시뮬레이션 화면을 갖춘 거대한 원통형 장비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이 장비는 초당 가속율 9G로 2초 만에 최대 15G까지 인체에 가할 수 있다고 공군 관계자가 말했다. 80㎏ 성인 남성이 소형차 한 대를 들어 올리는 정도의 압력에 해당하는 수치다. 조종석 방향을 바꾸면 좌·우, 앞·뒤, 위·아래 3차원 방향의 압력까지 모두 구현할 수 있다.

이날 기자에게 주어진 미션은 G-슈트 없이 6G 급가속을 20초 동안 버텨보는 것. 좌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조였다. “이제부터 가속도를 올립니다. 다리와 복부에 힘을 주고, 짧고 강하게 숨을 내쉬면서 들이마쉬는 AGSM(Anti-G Straining Maneuver)을 시도하세요”라는 교관의 설명이 이어졌다.

가속도가 서서히 올라가 4G를 넘어서자, 몸은 등받이에 붙박이가 된 듯 움직이지 않았다. 시야 가장자리가 서서히 어두워지고, 바닥으로 피가 쏠리는 느낌이 뚜렷해졌다. 6G에 도달했을 때는 마치 눈앞에 투명한 커튼이 한 겹 더 드리워진 듯했다.

눈이 감기고 의식이 희미해져 갈 때 교신을 주고 받는 교관의 목소리가 기절을 막아주었다. “눈을 뜨셔야 합니다. 버티세요”라는 교관 목소리에 20시간 같은 20초가 지나갔다.

가속도 내성훈련의 목적은 단순히 ‘버티는 훈련’이 아니다. 교관은 “언제 시야가 좁아지기 시작하는지, 언제 호흡이 꼬이는지를 기억해 두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각자 자신의 G-LOC(가속도에 의한 의식상실) 임계점을 아는 것이, 실제 임무에서 과도한 기동을 피하고 동료와 임무를 지키는 최소한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전현건 기자가 지난 10일 충북 청주 공군 항공우주의료원에서 가속도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김정률 기자

산소장구 실습과 저압실 훈련이 이어졌다. 실습실에서는 산소마스크 착용법, 누설점 확인, 장비 점검 절차를 반복해 익혔다. 이어 들어간 저압실은 길이 12m가 넘는 밀폐 챔버로, 최대 상승고도 20만 피트까지 모의할 수 있는 장비다. 주실에는 최대 24명, 부실에는 8명이 동시에 들어갈 수 있고, 내부 산소·온도·습도와 교육생의 심전도, 호흡, 산소포화도는 모니터로 실시간 관리된다.

문이 닫히고 내부 고도가 서서히 올라가자, 귀에 압력이 찌르는 듯한 느낌이 찾아왔다. 교관의 지시에 따라 입과 코, 귀의 압력 균형을 맞추는 동작을 반복했다. 2만 5000피트 상공의 여건에 도달하자 이번에는 산소마스크를 벗고, 종이에 이름을 쓰고 간단한 계산 문제를 풀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처음에는 ‘괜찮다’고 느꼈지만, 1분이 지나자 머릿속에서 숫자를 꺼내는 속도도 눈에 띄게 떨어지면서 의식이 사라지고 있었다.

위험한 순간 교관이 다시 마스크를 착용시켜 주면서 산소공급을 받자, 잠깐 전까지 뿌옇게 흐려졌던 의식이 거짓말처럼 또렷해졌다. 고고도의 공기는 단지 숨쉬기 어려운 공기가 아니라, 조종사의 판단과 생명을 동시에 위협하는 변수라는 사실을 체계적으로 각인시키는 과정이다.

모든 과정이 끝나고 훈련을 무사히 마친 기자들에게 수료증이 수여됐다. 이 수료증은 일정 기간 전투기 탑승이 허용되는 자격을 의미한다. 조종사·항공의무요원·승무원·고공강하요원·항공촬영사 등 공중근무자들이 주기적으로 이곳을 찾는 이유도, 단지 체력을 다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맡은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한계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곳에서 조종사와 공중근무자들이 배우는 것은 초인적인 능력이 아니라, 자신의 한계를 정확히 아는 법, 그리고 그 한계 안에서 끝까지 임무를 완수하는 법이다. 그 비행이 단지 기술과 장비의 산물이 아니라, 수많은 훈련과 자기 인식의 결과라는 사실을 기억하게 하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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