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은선의 할리우드 리포트] ‘슈거’가 품은 파렐의 인간미 탐구

문화부 2026. 6. 19.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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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LA의 어두운 이면을 파헤치는 사설탐정 존 슈거(콜린 파렐)는 시즌2에서 한인 이민자 형제의 의뢰를 받고 도시 전체를 휩싸고 있는 음모와 마주한다. 사진 제공=애플TV

새벽 두 시, 할리우드 대로. 100여 명의 스태프와 경찰, 그리고 거리를 떠도는 취객들 사이에서 콜린 파렐은 코르벳 스팅레이 운전석에 앉아 있었다. 그는 “어수선한 거리 한복판에서 진 하(한인 이민자 복서)와 눈을 마주치며 ‘이거 진짜 마법 같다’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 순간의 공기와 온도가 고스란히 담겼다”며 새벽 촬영을 회상했다. 애플TV+ 오리지널 시리즈 ‘슈거’ 시즌2는 바로 그 밤의 공기와 온도로 시작된다.

시즌2 공개를 앞두고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콜린 파렐은 시즌1 파일럿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의 솔직한 소감을 밝혔다. “처음 느낌은 ‘이 캐릭터, 조금 바닐라(밋밋)한 것 아닌가?’였다. 날카로운 모서리가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슈거를 연기하는 과정 자체가 두 시즌 내내 ‘절대적인 기쁨’이었다며, 애플TV+가 시즌3를 승인한다면 “당장 계약서에 서명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강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가 연기하는 존 슈거는 고급 맞춤 양복을 입고 빈티지 스포츠카를 몰며 폭력과 음모가 난무하는 LA를 누비는 사설탐정이다. 그러나 전형적인 냉혹한 누아르 문법의 중심에는 놀라울 만큼 단단한 ‘인간적인 예의와 품격’이 자리 잡고 있다.

파렐은 “작가들이 슈거를 한계 상황으로 몰아넣을수록 그는 자신의 내면을 발견하고 스스로를 시험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결코 인간적인 품위를 잃지 않는다. 완전히 선할 수는 없지만, 그 방향성을 끝까지 놓치지 않는 것이 이 캐릭터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시즌2는 LA라는 도시의 더 깊고 어두운 이면으로 카메라를 들이민다. 시즌1이 벨에어, 브렌트우드 등 부유층 지역과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시즌은 전혀 다른 결의 LA를 탐색한다.

각광 받는 신예 복서 대니 문(진 하)이 탐정 존 슈거에게 복잡한 상황에 휘말려 실종된 형 지 문을 추적하는 의뢰를 하면서 마주하는 비밀들을 그린다. 사진 제공=애플TV

콜린 파렐은 “그리피스 파크 인근에 살고 있는데 도시 한복판에 코요테, 퓨마, 매가 공존하는 6,000에이커의 자연이 펼쳐져 있다. 정말 특별한 곳”이라며 “누아르 영화는 본질적으로 20세기 중반 미국의 문화적 산물이다. 따라서 LA를 배경으로 택한 것은 처음부터 당연한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시즌2에는 한국계 이민자 형제 ‘지’와 ‘대니’(문 브라더스)가 등장해 슈거와 깊숙이 얽힌다. 이 역할은 배우 진 하와 레이먼드 리가 맡아 열연했다. 파렐은 두 배우에 대해 “그들은 단순히 캐릭터를 연기한 것이 아니라, 실제 LA에서 더 나은 삶을 일구려 했던 한국 이민자들의 삶을 대변한다는 깊은 책임감을 지고 촬영에 임했다”며 찬사를 보냈다.

그는 작품이 이민이라는 묵직한 사회적 이슈를 “훈계조로 손가락질하는 방식이 아닌, 두 인물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녹여냈다”며 작가진의 깊이 있는 접근 방식을 높이 평가했다. 이처럼 사회적 메시지를 세련된 개인의 서사로 치환하는 방식은 ‘슈거’가 단순한 장르물 이상의 울림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다.

파렐은 가장 좋아하는 탐정 영화로 커티스 핸슨 감독의 명작 ‘L.A. 컨피덴셜’(1997)을 꼽았다. 최근 자녀와 함께 이 작품을 다시 보았다는 그는 “모든 음악 큐, 촬영, 배우들의 연기까지 완벽한 교과서 같은 작품”이라고 극찬했다. 케빈 스페이시, 가이 피어스, 러셀 크로우를 비롯해 ‘슈거’ 시리즈에도 함께 출연한 원로 배우 제임스 크롬웰 등의 이름을 일일이 언급하는 그의 모습에는 고전에 대한 깊은 존경심이 묻어났다. ‘슈거’가 지향하는 하드보일드 세계관과 이 고전 누아르가 구현한 시대적 공기는 분명 긴밀하게 맞닿아 있다.

애플TV 오리지널 시리즈 8부작 ‘슈거’ 시즌 2는 19일 첫 번째 에피소드를 시작으로 8월7일까지 매주 금요일 새로운 에피소드를 Apple TV를 통해 공개한다.

/하은선 골든글로브 재단(GGF)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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