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와 결별사로 다시 그렸다…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일대기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2026. 6. 19. 07:0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953년부터 1957년까지 나온 3권…1961년 축약본의 한국어판
[신간]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삶과 일'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삶과 일'은 프로이트의 생애와 정신분석의 형성 과정을 함께 따라가며 천재적 통찰과 치명적 결함이 겹친 인물을 다시 세운다. 저자 어니스트 존스는 프로이트의 편지와 주변 인물들의 결별사를 끌어와 이론의 탄생과 권위의 그늘을 함께 짚는다.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삶과 일'은 프로이트의 생애와 정신분석의 형성 과정을 함께 따라가며 천재적 통찰과 치명적 결함이 겹친 인물을 다시 세운다. 저자 어니스트 존스는 프로이트의 편지와 주변 인물들의 결별사를 끌어와 이론의 탄생과 권위의 그늘을 함께 짚는다.

프로이트를 둘러싼 갈등이 책의 핵심이다. 성적 리비도 이론을 둘러싼 논쟁, 동료들과의 결별, 학문 공동체를 '왕국'처럼 다루려 했던 태도가 그의 사상과 삶을 함께 흔든 장면으로 이어진다. 책은 업적의 정리보다 그 균열이 어떻게 정신분석의 역사와 맞물렸는지 먼저 보여준다.

이 책의 바탕은 총 3권, 1600여 쪽으로 나온 영문 원전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삶과 일'(The Life and Work of Sigmund Freud)다. 1권은 1953년, 2권은 1955년, 3권은 1957년에 영국 호가스 출판사에서 나왔고 미국에서는 베이직 북스가 같은 시기와 이듬해에 펴냈다. 이번 한국어판은 1961년 라이오넬 트릴링과 스티븐 마커스가 한 권으로 줄인 축약본을 바탕으로 필요한 대목을 덧대는 방식으로 엮였다.

존스는 프로이트의 삶에서 굵직한 사건을 고르고, 인격과 생활 경험이 아이디어의 발달과 어떻게 얽혔는지를 따라간다. 프로이트의 편지를 포함한 일차 자료를 폭넓게 다룰 수 있었던 점은 이 전기의 강점으로 읽힌다. 동시에 딸 안나 프로이트가 약혼 시절의 편지를 제공하고 제작에 깊이 관여해 '공식 전기'의 성격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한계도 함께 남긴다.

책은 정신분석의 역사를 '결별의 역사'에 가깝게 그린다. 요제프 브로이어는 성적 요인의 비중에 부담을 느껴 프로이트에게서 멀어졌고, 알프레드 아들러는 사회적 맥락과 공동체 의식을 앞세우다 갈라섰다. 칼 융은 종교와 신화의 영역을 정신의 세계로 끌어들였고, 랑크와 페렌치는 단기 분석 치료를 주장하다가 결국 결별했다.

프로이트는 이런 움직임을 단순한 견해 차이보다 이론의 본질을 흔드는 배신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그려진다. 동료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정신분석학을 '왕국'으로 부르고, 핵심 구성원들에게 반지를 건넨 장면은 권위 의식의 한 단면으로 제시된다. 미래의 아내와 주고받은 연서에도 이런 성향이 드러난다고 책은 전한다.

칼 융은 이 전기가 '인간적인' 프로이트를 놓쳤다고 비판했다. 무의식 속 종교적 요소와 성욕에 대한 강박을 충분히 분석하지 못했다는 문제 제기였다. 이런 논란 속에서도 책은 출간 2주 만에 뉴욕에서만 1만5000부가 팔릴 만큼 주목을 받았다.

존스가 끝내 남기는 프로이트의 초상은 통찰과 결함이 겹쳐 있는 인물이다. 무의식이라는 미지의 영역을 파고든 개척자의 면모와 권위를 놓지 못한 인간적 결함이 함께 놓이면서, 이론의 성취와 그 이면을 한꺼번에 읽게 한다. 프로이트를 이해하는 길이 업적의 찬양이 아니라 모순의 직시에서 시작된다는 점이 이 책의 마지막 인상으로 남는다.

△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삶과 일'/ 어니스트 존스 지음/ 정명진 옮김/ 1048쪽

art@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