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하고 영양 챙기는 ‘보건의 날’, 조상들은 OO라 불렀다

이휘빈 기자 2026. 6. 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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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 5월5일 단오, 옛 이름은 ‘수리’
수리취·쑥으로 떡 만들어 절식 즐겨
창포물 머리감기·어른께 부채 선물
알고보면 여름철 공동체 방역 행사
6월19일은 단오(수릿날)이다. 클립아트코리아

19일은 음력 5월5일 단오다. 옛 이름은 ‘수릿날’이다. 2005년 강릉단오제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 된 뒤로도 정작 이 날의 뿌리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단오의 배경과 조상의 풍습에 담긴 지혜를 톺아본다. 

단오? 수릿날? 이름에 담긴 뜻
앞서 소개한 두 이름이 모두 같은 날을 가리키지만 담긴 뜻은 살짝 다르다. 단오의 ‘단(端)’은 처음·첫번째를 뜻하고, ‘오(午)’자는 숫자 오(五)와 소리가 같다. 그래서 이 날은 초닷새를 뜻한다. 동양철학에서는 홀수를 양(陽)의 숫자로 여겼기에, 홀수인 5가 겹치면서 여름이 가까운 이때 양기가 가장 강하다고 여겼다. 

반면 ‘수릿날’의 ‘수리’는 우리 고유어로 으뜸·머리·태양을 뜻한다. 또한 ‘수레’라는 뜻도 있다. 조선시대 ‘경도잡지’에 따르면 민간에서는 이 날을 ‘술의일’이라고 하는데, 이때 ‘술의’가 수레라는 것이다. 그래서 단오떡에서 수레바퀴 문양을 찾을 수 있다.

이 단옷날과, 24절기 중 낮이 가장 긴 하지가 가까워질 때가 있다. 음력을 기준으로 5월 전에 윤달이 한번 끼면, 그해 단오가 양력상 하지에 가까워진다. 

2023년에는 하지(6월21일)와 단오(6월22일)가 하루 차이 났으나, 2024년엔 11일, 지난해는 21일까지 벌어졌다. 올해는 윤달이 없지만 지난해 윤달의 영향이 남아 이틀 차이로 가까워졌다. 내년 단오(6월9일)와 하지(6월21일)는 다시 12일 차이로 벌어진다. 

수리취떡보다 쑥떡이 더 눈에 띄네
수리취떡(왼쪽)과 쑥떡. 농민신문 DB, 클립아트코리아
이날 맛보는 절기 음식으로는 수리취떡이 꼽힌다. 그러나 실제로는 쑥떡을 접하기가 쉽다. 왜 그런 것일까?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이에 대해 한반도에선 쑥이 더 구하기 쉬웠다고 설명했다. 그는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쑥을 짓이겨 멥쌀가루와 함께 반죽하여 수레바퀴 모양으로 만든 떡을 먹는다. 수레바퀴 모양으로 만들기에 수릿날이라 부른다’고 나온다” 며 “수리취는 중국 형초지역에서 즐겨 먹던 작물이지만, 한반도에서는 찾기 어려워 쑥으로 대체했다고 본다”고 설명헀다.

창포는 미용 용품이자 방향제
창포로 머리를 감는 모습. 농민신문 DB
단오 하면 창포물에 머리 감는 풍습이 상징처럼 알려져 있다. 그런데 왜 다양한 식물 중 창포가 꼽혔을까. 

단오 무렵은 창포가 가장 잘 자라는 시기로, 잎과 뿌리에 수분이 많고 향이 싱그럽다. 조선시대 관점에서 창포는 천연 비누이자 샴푸였다. 창포 뿌리에는 아사론과 사포닌 계열 성분이 들어 있다. 항균·세정 작용이 있어 머리 감기뿐만 아니라 목욕과 세수에도 사용했다.

또 창포는 향이 강해 벌레를 쫓는 효과가 있고, 이것이 전염병을 막는다는 믿음으로 이어졌다. 창포 뿌리를 깎아 비녀를 만들거나, 창포 뿌리를 허리춤에 차기, 창포 가루를 술에 넣어 마시기 같은 풍습도 그래서 생겨났다. 

단오날 풍습에 담긴 ‘건강’과 ‘방역’
기사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 이미지. 챗GPT
단오의 배경과 풍속을 모아보면 ‘방역’이라는 공통점이 보인다. 음력 5월은 낮이 길어지고 기온이 오르면서 전염병과 해충이 기승을 부렸다. 현대와 달리 의료 시설과 인프라가 부족했기에, 조상들은 이 시기를 조심해야 했다.

정연학 비교민속학회장은 “수릿날의 각종 풍속은 공동체가 자발적으로 운영한 계절 방역의 행위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네뛰기와 씨름은 체력을 끌어올리는 운동이며, 창포와 약쑥, 익모초를 캐는 것은 계절이 바뀌기 전 약재를 마련하는 일이었다. 문에 쑥 인형을 걸고 부적을 붙이는 건 벌레를 쫓는 방역의 일환이며, 어른께 부채를 선물하는 풍습도 더위로 인한 건강 약화를 염려한 선물이었다.

4대 명절이라지만 큰 행사 적은 이유는
13일 전북 완주 고산면에서 열린 ‘풍년기원 단오 한마당’에서 학생들과 학부모가 논에 모를 심고 있다. 고산향교육공동체
단오는 설날, 한식, 추석과 더불어 4대 명절로 꼽히지만 오늘날에는 잘 와닿지 않는다. 단오제 같은 큰 행사도 강원 강릉이나 전남 영광 법성포 등에서만 제한적으로 이뤄진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지역마다 농번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단오를 크게 지낸 곳은 한반도 중부와 북부였다. 북부 지방은 단오가 든 음력 5월 초 무렵 모내기가 끝난다. 농번기가 일단락됐으니 공동체가 모여 쉬고 행사를 치를 여유가 생긴다. 어업 비중이 높은 곳도 마찬가지다. 반면 남부는 이모작으로 모내기가 늦어 단오 때가 농사일에 바쁜 시기라 마을 잔치를 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절식을 맛보는 식으로 간소해졌다. 

김용갑 전남대 문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마한시대 오월제로 시작한 수릿날이 시간이 지나 단오라는 명칭으로 이어졌지만, 이 시기 농번기 지역에서는 대체로 기념일로만 여기고 큰 행사를 치르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이로 인해 전국적으로 공통된 풍속을 찾기 어렵고, 절식 등 풍습도 지역에 따라 각기 다른 양상을 띠게 된 것으로 여겨진다”고 설명했다.

◇도움말=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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