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가족' 다시 읽기…작품 10편으로 짚은 모성·이혼·죽음의 장면들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2026. 6. 19.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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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박완서 가족에 관한 글쓰기'
'박완서 가족에 관한 글쓰기'는 박완서 문학에서 가족을 가장 익숙한 '노는 마당'이자 삶의 본질을 드러내는 현장으로 다시 읽는다.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박완서 가족에 관한 글쓰기'는 박완서 문학에서 가족을 가장 익숙한 '노는 마당'이자 삶의 본질을 드러내는 현장으로 다시 읽는다. 저자 양혜원은 박완서의 작품 10편을 따라 모성, 결혼, 이혼, 죽음, 글쓰기의 문제를 엮으며 가족이 힘과 굴레를 함께 지닌 공간임을 짚는다.

어머니와 아버지, 연애와 이혼, 아들의 죽음은 이 책에서 가족의 여러 얼굴로 배치된다. 양혜원은 박완서가 가장 가까운 관계를 통해 모성 노동의 부담과 가부장제의 균열, 상실 뒤에 남는 개별성을 어떻게 드러냈는지 따라간다.

'환각의 나비'와 '너무도 쓸쓸한 당신'에서는 어머니의 자리와 아버지의 부재를 함께 다룬다. 모성을 수행하며 길을 잃는 순간, 가부장 사회의 이방인으로 남는 아버지의 모습이 가족 안의 불균형을 보여준다.

'마른 꽃'과 '그 남자네 집'은 연애와 결혼을 나란히 놓는다. 노인의 연애를 향한 편견, 결혼과 사랑을 가르는 기대, 관계의 밑바닥에 놓인 욕망이 박완서의 소설 속에서 어떻게 흔들리는지 짚는다.

'살아 있는 날의 시작'과 '거저나 마찬가지'에 이르면 이야기는 이혼과 진실의 문제로 옮겨간다. 양혜원은 이혼 서사가 자신과 상대, 주변 사람들을 함께 설득하는 과정이라고 보고, 글쓰기 역시 자기 자신을 속이지 않는 태도에서 출발한다고 정리한다.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과 '조그만 체험기'는 상실과 자유를 다루는 장면으로 묶인다. 공기처럼 당연하던 존재를 잃은 뒤의 당혹감, 효도의 이름으로 쉽게 거둬질 수 있는 자유의 불안이 가족 안에서 더 또렷해진다고 본다.

책은 가족을 박완서가 가장 잘 아는 세계이자 글쓰기의 출발점으로 놓는다. 평론가 김윤식이 말한 익숙한 세계, 강인숙이 짚은 '가면 벗기기'라는 특징도 이 자리에서 다시 호출되며 가족의 민낯이 박완서 문학의 핵심 장면으로 묶인다.

양혜원은 박완서의 시대와 오늘의 독자 사이에 놓인 간극도 함께 다룬다. '카페'와 '다방'의 차이를 예로 들며 시대감각의 거리를 설명하지만, 가족이 힘이 될지 굴레가 될지를 묻는 질문은 지금도 유효한 문제로 남는다고 본다.

후반부는 가족 읽기에서 글쓰기의 조건으로 시선을 넓힌다. 양혜원은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을 자기 방식으로 세상을 해석하고 이해하려는 욕망으로 보며, AI의 공식에 따라 쓴 글이 차별성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적는다.

박완서가 남긴 '피와 땀'의 글쓰기는 여기서 다시 호출된다. 여성학자이자 박완서 연구자인 양혜원이 정리한 이 읽기는 가족이라는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시작한 서사가 지금의 글쓰기에도 무엇을 남기는지 묻는다.

△ '박완서 가족에 관한 글쓰기'/ 양혜원 지음/ 208쪽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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