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값 2배 뛰자 가전 휘청…삼성·LG, 2분기 수익성 비상

19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원재료 매입액은 27조807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했다. 모바일과 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의 원재료 매입액이 전체의 76.4%를 차지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실적 보고서에서 처음으로 '모바일용 메모리'를 주요 원재료 항목으로 별도 기재했다. 그동안 다른 부품과 함께 '기타' 항목으로 묶어 공시했지만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비중이 커지면서 독립 항목으로 분류한 것이다.
1분기 삼성전자의 모바일용 메모리 매입액은 1조9930억원으로 DX부문 전체 원재료 매입액의 9.4%를 차지했다. 카메라 모듈(8.9%)보다 높은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1분기 모바일용 메모리 가격이 지난해 연간 평균 대비 약 107%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수치는 외부 구매 물량 기준으로, 반도체 사업부인 DS부문과의 내부 거래 물량까지 포함하면 실제 부담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삼성전자는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고 있음에도 스마트폰과 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DX부문에서는 메모리를 원가 항목으로 반영해야 한다. 메모리 가격 상승이 반도체 사업에는 호재일 수 있지만 완제품 사업에는 비용 증가 요인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LG전자도 반도체 가격 상승의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같은 기간 TV와 디스플레이 기반 사업을 담당하는 MS사업본부의 영상기기 부품용 반도체 매입액은 238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9.4% 증가했다. 같은 기간 평균 매입 가격은 33.1% 올랐으며 원재료 비용 비중도 7.7%에서 9.1%로 확대됐다.
2분기 들어서는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와 가전에 사용되는 범용 D램인 DDR4 8GB의 고정거래가격은 지난달 20달러를 기록했다. 2016년 가격 집계 이후 최고치다. 올해 4월과 5월에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이어가며 메모리 가격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반면 완제품 수요는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통신기기 및 컴퓨터 소매판매액은 7조631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 감소했다. 가전제품 소매판매액도 7조85억원으로 3년 전 같은 기간보다 5.8% 줄었다. 고물가·고금리 여파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스마트폰과 가전 판매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최근 원자재, 에너지, 인건비 상승으로 파운드리 산업 전반의 가격이 상승했다"며 "반도체 파운드리, 외주 반도체 조립·테스트(OSAT) 비용 상승과 귀금속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으로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IC(DDIC) 공급업체에 대한 비용 압박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2분기 실적부터 부품 가격 상승 영향이 본격 반영되면서 가전 사업 수익성이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AI 서버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확대가 메모리 공급 구조를 변화시키면서 스마트폰과 가전에 사용되는 범용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하반기 비용 절감과 사업 효율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적자를 기록하던 중국 가전·TV 사업을 정리하는 등 수익성 중심 전략을 강화했다. LG전자의 경우 가전 구독 사업 확대와 운영 효율화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원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지속되는 한 메모리 가격 강세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과 TV, 생활가전 제조업체들의 원가 부담 역시 쉽게 완화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소비 회복이 지연될 경우 기업들은 비용 통제와 사업 구조 재편,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 등을 통해 실적 방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반도체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제조 비용 부담이 예상보다 빠르게 커지고 있다"며 "소비 회복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비용 절감과 사업 구조 효율화를 통해 실적 방어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변상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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