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거면 日에 팔아버리지요”… 박정희 울릉도로 이끈 한 마디

‘운명의 하룻밤, 울릉도 근대화의 시작이 되다.’ 안내 팸플릿에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무슨 얘긴가?
최근 울릉도와 독도 답사를 갈 일이 있었다. 동북아역사재단의 출입기자단 답사를 통해서였다. 울릉도 저동을 걸어서 답사하던 도중 의외의 이름을 지닌 유적에 닿게 됐다. ‘울릉도에서 만나는 박정희 1962’. 주소는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도동2길 102번지다. 옛 일본식 적산가옥인데, 새로 지은 집처럼 말끔했다. 이게 뭔가?

이곳은 1962년 10월 11일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 해군 함정 편으로 울릉도에 들어와 숙소로 삼았던 곳이다. 일제 때 지어진 옛 울릉군수 관사였다.

박정희는 왜 그때 울릉도에 갔는가? 울릉도 출신 한 공무원(김한엽 울릉군수라는 얘기도 있다)이 국가재건최고회의에 이렇게 진언했다는 것이다.
“울릉도를 이렇게 내팽개쳐 둘 거라면 차라리 일본에 팔아버리지요!”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발전의 기미 없이 낙후된 울릉도의 사정을 한탄하는 말이었다. 이 말이 박정희를 울릉도로 이끌었다는 것이다. 적어도 유신 이전의 박정희는 이렇게 기개 있는 사람들을 좋아했다. 이때 박정희는 울릉군수로부터 울릉도의 현황과 독도 경비대의 열악한 환경, 울릉도 어민의 사정을 주의 깊게 듣고 서울로 돌아가 바로 울릉도 개발을 지시했다. 그 직후 박정희는 울릉도 어린이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격려했으며, 1966년에는 홍순칠 등 독도의용수비대원에게 훈장을 수여하고 만찬을 베풀었다.

울릉도 종합개발계획은 1963년 각의에서 의결돼 정부 지원하에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울릉도 자체 교통선의 취항, 항구 증축과 신설, 울릉도 내 일주도로 개통, 수력발전소 착공 등의 내용을 담았다. 이 계획에 따라 어업 전진기지인 저동항과 교통항인 도동항 개발을 시작으로 어항 7곳과 어구를 신설하는 공사가 시작됐다. 수산청, 항만청, 경상북도, 울릉군의 4개 관청에서 187억765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울릉도를 새롭게 발전시키는 본격적인 건설 공사가 이뤄졌던 것이다. 일주도로가 마침내 완공된 것은 착공 39년 만인 2001년이었다.

박정희의 울릉도 방문을 기념해 2015년 복원됐다는 이 관사는 복도와 방 등 세부적인 부분까지 원래 모습을 복구하려는 노력이 보인다. 큰 방에는 당시 저녁 식사를 하던 박정희의 모습까지 복원했다. 다른 방들은 당시의 자료 사진과 함께 울릉도 개발의 역정을 설명하는 전시실을 만들어 놓았다.


이곳은 한마디로 ‘울릉도의 박정희 기념관’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대단히 꼼꼼하고 정성스럽게 지어진 기념관이었다. 세상에는 저절로 이뤄지는 것도 없고,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도 없다. 많은 경우에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은 것일 뿐.

▶‘유석재의 돌발史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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