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눈 앞이 새까매졌다"... 전투기 조종사 '6G 훈련' 직접 받아보니

구현모 2026. 6. 1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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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항공우주의료원 '비행적응훈련' 체험기
급격한 비행시 발생하는 중력가속도 경험
의식 잃기 전에 L-1호흡 반복하며 회복
비행 중 의식 잃으면 추락 사고 이어질 수도
충북 청주시에 위치한 공군 항공우주의료원에서 기자가 가속도내성강화 훈련을 받고 있다. 공군 제공

"호흡이 너무 짧습니다. 조금만 더 버티세요."

조종 레버를 몸쪽으로 당기니 순식간에 체중의 6배에 달하는 하중이 온몸을 짓눌렀다. 가슴에 돌덩어리가 앉은 것 같았고 폐가 터질 것 같았다. 관제실의 목소리는 또렷히 들렸지만, 시야는 검은 커튼이 드리운 것마냥 좁아졌다. 의식을 잃고 조종간을 놓기 직전이었다. 그때 "하체와 복부에 강하게 힘을 주세요"라는 말이 들려왔다.남은 힘을 쥐어 짜내며 두 다리로 바닥을 밀어냈다. 그러자 검은 커튼이 다시 열리는 듯 시야가 또렷해졌다.그렇게 2분 같은 20초가 지나고 '가속 장비'는 완전히 멈췄다. 장비 문이 열리기 전까지도 긴장이 풀리지 않았다.

17일 충북 청주 공군 항공우주의료원 항공우주의학훈련센터에서 전투기 비행 중 발생하는 '중력 가속도' 극복을 위한 '가속도 내성 강화훈련(G-TEST)'를 체험했다. G-TEST는 공군사관학교 생도들도 첫 시도에서 다수가 기절하는 훈련으로 유명하다. 훈련장비 안에는 F-15K 조종석이 있다. 조종석에 앉아 문이 닫히면 엄청난 속도로 원을 그리며 돈다. 속도가 빨라질수록 중력가속도가 상승한다.

실제 전투기가 장애물을 피해 급상승하거나 급격한 선회비행을 할 때 조종사가 받는 힘은 지구 중력가속도의 6배(6G)에서 9배(9G)까지 이른다. 이에 그레이 아웃(시야가 회색빛으로 변하는 현상)이나 블랙 아웃(눈앞이 깜깜해지는 현상), 더 나아가 의식을 잃는 G-LOC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강한 중력이 몸을 짓누르면 온몸의 피가 아래로 쏠려 두뇌의 혈액이 공급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비행에서 G-LOC이 발생하면 전투기가 땅으로 곤두박질치는 등 추락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럴 때는 피가 아래로 쏠리지 않게 하체와 복부에 강한 힘을 준 뒤 호흡을 짧게 교차하는 L-1 호흡을 반복해 피를 머리로 끌어올려야 한다.

지난 17일 충북 청주 공군 항공우주의료원 항공우주의학훈련센터에서 기자가 전투기 조종이 불가능한 경우를 대비한 비상탈출훈련을 받고 있다. 다리 사이에 레버를 몸쪽으로 당기면 수초 후 좌석이 위로 튀어나가게 된다. 공군 제공

높은 고도에서 저산소증, 비상탈출 훈련도

높은 상공에서는 신체의 한계를 극복해야만 생존할 수 있기 때문에 지상에서 이 같은 모의훈련을 실시한다. 공군 조종사가 되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필수 코스다. 공군의 전투기·수송기·헬기 조종사들은 3년마다 비행환경 적응훈련을 통과해야 한다. 이날 기자는 하루 동안 △가속도 내성 강화 훈련 △저압실 비행 훈련 △공간 감각 상실 훈련 △비상 탈출 훈련 등 4가지 훈련을 받았다.

수평감각 등이 오류를 일으키는 비행착각을 체험하는 공간감각상실 훈련도 받았다. 훈련용 좌석에 들어가 이륙을 실시하자, 기체가 급격히 하늘로 치솟는 느낌이 들었지만 실제 상승각도는 30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오른쪽으로 선회비행을 오랜 시간 하다 보니 정면을 향해 비행한다는 느낌도 받았다. 스스로의 감각을 믿을 수 없어졌다. 교관은 "감각에 의존해 조종한다면 기체가 지상으로 내리꽂히고 있는데도 정면을 향한다고 인식할 수도 있다"면서 "느낌과 자세계가 확연히 다를 때는 느낌이 아닌 자세계를 보고 비행을 해야 한다"고 했다.

2만5,000피트 상공의 저압·저산소 상태에 노출돼 보기도 했다. 고공 저압훈련장비는 밀폐된 체임버 내부의 공기를 외부로 배출함으로써 지상에서 고공 환경을 조성하는 장비다. 인간이 산소 호흡기 없이 비행할 수 있는 안정적인 고도는 8,000피트다. 그러나 2,500피트에서 산소 호흡기를 벗으니 99%였던 혈중산소농도가 60%대로 급락했다. 머리가 어지럽고 몸이 달아오르자 급격한 불안감이 엄습했다. 심장이 뜨거워지는 느낌도 들었다. 이때 교관은 기자에게 급히 산소마스크를 채웠다. 떨어진 산소를 공급하지 않으면 의식을 잃고 사망할 수 있다.

2만5,000피트에서 지상으로 내려갈 때는 기압이 다시 상승해 고막이 터질 것 같은 고통이 밀려왔다. 이때는 코를 막고 음압을 조정하는 '발살바법'을 반복해야만 신체 손상을 줄일 수 있다.기자는 고공 저압훈련을 마지막으로 이날 비행환경적응훈련을 모두 수료했다.

공군 항공우주의학훈련센터는 항공기 기종, 조종사의 경력과 임무 등을 고려한 맞춤형 훈련프로그램으로 조종사의 실질적인 비행환경 적응훈련을 하고 있다. 황현정 고공생리훈련과장(소령)은 "항공우주의학교육훈련센터는 민·관·군 조종사 및 동승 근무자들에게 양질의 비행환경적응훈련을 제공해 대한민국의 항공안전 관리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주= 구현모 기자 nine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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