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배송 규제 풀려도⋯ 대형마트가 쿠팡 못 넘는 이유
충성 고객층 이탈 여부도 변수

국회에서 대형마트 새벽배송 규제 완화 논의가 재점화하면서 마트사들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규제가 풀리더라도 쿠팡 ‧컬리 등 이커머스 중심으로 굳어진 시장 판도를 단기간에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새벽배송의 경쟁력은 단순한 규제보다 물류 인프라와 AI 기반 데이터 역량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새벽배송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로지스틱스학회에 따르면 국내 새벽배송 시장 규모는 2015년 4000억원에서 2024년 11조8000억원으로 확대됐다.
이런 흐름에 맞춰 정치권에서도 새벽배송 규제 완화에 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규제 완화를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심사 중에 있다.
새벽배송에 관한 국민 인식도 달라졌다. 한국유통학회가 지난 4월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국민 75.8%가 대형마트 업계의 위기를 체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와 SSM의 새벽배송을 허용해야 한다는 응답도 65.1%에 달했다.

그러나 시장 성장세와 달리 신규 사업자의 진입 장벽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쿠팡이 수년간 구축한 물류 네트워크와 운영 노하우를 단기간에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
쿠팡은 2014년 로켓배송 도입 이후 대규모 적자를 감수하며 물류 인프라 구축에 집중 투자해왔다. 현재까지 국내 물류 인프라에만 6조원 이상을 투자했으며 전국 30개 지역에 100여개 이상의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쿠팡의 새벽배송 이용자는 약 1500만명으로 전체 새벽배송 이용자의 75%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도 규제가 완화되면 수도권과 대도시 일부 지역에서는 새벽배송 서비스를 확대하겠지만, 도서‧산간 지역을 비롯해 물류센터가 없는 지역까지 서비스 범위를 넓히기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콜드체인 운영 역량 역시 새벽배송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꼽힌다. 콜드체인은 생산지부터 소비자에게 상품이 전달될 때까지 일정 온도를 유지하는 저온유통체계를 뜻한다. 신선식품과 의약품, 뷰티 제품 등 온도 변화에 민감한 상품의 품질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문제는 콜드체인 시스템을 전국 단위 새벽배송 체계로 운영하는 데 막대한 비용과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냉장·냉동 창고와 특수 차량, 실시간 온도 모니터링 시스템 등은 물론 야간 인력 운영 비용까지 부담해야 한다. 특히 새벽배송은 야간 배송과 신선식품 비중이 높은 만큼 운영 효율화가 수익성을 좌우한다.
여기에 정교한 데이터 분석 역량까지 필요하다. 고객이 밤에 주문할 상품을 낮 시간대에 미리 확보해 물류센터에 입고해야 한다. 어떤 상품이 얼마나 팔릴지 예측하지 못하면 품절 사태가 발생하거나 반대로 재고 폐기 비용이 늘어난다. 수요예측 실패는 곧 손실로 이어지는 만큼 정교한 AI 기반 데이터 기술을 구축해야 한다.

실제 대기업들도 새벽배송 시장에서 잇따라 철수했다. 롯데온은 2022년 새벽배송 서비스를 종료했고, 헬로네이처와 GS프레시몰도 같은 해 사업을 접었다. 티몬 역시 시범 운영에 그쳤다.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점이 공통된 이유였다.
이에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새벽배송 시장은 기존 이커머스에서 구매한 고객 습관과 서비스 경험이 오랜 기간 축적된 영역인 만큼 규제 완화만으로 시장 판도가 단기간에 변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새벽배송 사업의 핵심 경쟁력은 결국 물류 배송 인프라에 있다”면서 “대형마트가 관련 서비스를 키우더라도 이를 뒷받침할 물류망과 배송 인력이 충분히 확보돼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커머스 중심으로 굳어진 소비자 충성도 역시 후발주자에게는 부담이다. 이 교수는 “소비자 행동이 한번 형성되면 바꾸기 쉽지 않다”며 ”기존 쿠팡이나 컬리를 이용하던 소비자들이 규제가 완화됐다는 이유만으로 서비스를 바꿀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형마트가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단순히 서비스를 도입하는 수준을 넘어 소비자가 기존 플랫폼보다 우월하다고 느낄 만큼의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규제 완화가 시장 재편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과거와 달리 CJ대한통운 등 물류기업의 인프라가 구축돼 있기에 대형마트가 새벽배송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큰 부담은 아니다”며 “신선식품 경쟁력을 갖춘 몇몇 대형마트가 즉시배송까지 결합한다면 시장 판도를 바꿀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대형마트 새벽배송 규제 완화는 시장 진입의 문을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물류망과 콜드체인, 데이터 경쟁력 확보 등 운영 방식에 성패가 달려 있다는 평가다.
김명근 기자 meang@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