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 없는 연구’에 1000억 지원…서울대, 6가지 난제 공개
석학 18명, AI·생명과학 질문 발굴
연구팀에 5년간 연간 5억 원 지원
결과 책임 묻지 않아…과정에 초점

“인공지능(AI)시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지속가능한가?” “생명의 시계를 제어할 수 있는가?”
서울대가 연구 패러다임을 질문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 ‘6가지 난제’를 공개했다. 과제에 도전하는 연구팀에는 연간 5억 원을 지원하되 성과에 대한 책임은 묻지 않기로 했다. 실패와 시행착오에 가치를 두겠다는 취지에서다.
서울대는 18일 관악캠퍼스에서 ‘2026 SNU 그랜드퀘스트 포럼’을 열고 미래 연구 방향을 제시할 6개 과제를 발표했다. SNU 그랜드퀘스트는 사회에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질문을 발굴하고 혁신적 연구를 장려하는 사업으로, 서울대가 올해부터 본격 추진하고 있다.
사업은 안정적인 연구만으로는 대학 발전에 한계가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유홍림 서울대 총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추격의 정점에 서 있는 서울대와 우리나라는 과거의 전략으로는 더 이상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며 “대학은 정답을 가르치는 기관에서 질문을 창조하는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올해 3월 ‘SNU 그랜드퀘스트 이니셔티브’가 출범했다. 인문·사회·자연과학·공학·의학·예술 분야를 대표하는 서울대 교수 18명이 2박 3일간 합숙을 거쳐 6가지 과제를 선정했다. △AI 시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지속가능한가 △AI는 인간처럼 망각할 수 있는가 △AI는 손상을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가 △생명의 시계를 제어할 수 있는가 △삶의 의지를 분자 수준에서 설명할 수 있는가 △에너지 시스템은 자율적으로 균형을 찾을 수 있는가 등이다.

과제 선정의 핵심 기준은 ‘정답이 없는 질문’이었다. 이정동 SNU 그랜드퀘스트 단장은 “교과서적 통념을 해체하고 기존과는 다른 독립된 연구 영역이나 학문을 만들어낼 수 있는 난제를 꼽았다”고 설명했다. 질문의 범위를 넓히자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지기도 했다. 서울대가 한 달간 학부생·대학원생·교직원 등을 대상으로 진행한 그랜드퀘스트 공모전에는 총 2143개의 질문이 접수됐다.
6가지 질문은 인문·사회부터 공학까지 전 분야를 아우를 수 있도록 설계됐다. 예컨대 ‘AI시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지속가능한가’라는 질문은 기존 제도에 미치는 영향과 기술 발전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하는 만큼 경제학·정치학·공학 등 여러 학문 간 협력이 필요하다. 그랜드퀘스트에서는 연구 방향을 수정하거나 기존 전제를 뒤집는 것 또한 자유롭게 허용된다.
서울대는 9월부터 6가지 난제를 검증할 연구팀을 모집한 뒤 내년 4월부터 본격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최종 선정된 연구팀에는 매년 최대 5년간 매년 5억 원을 지원한다. 총 예산은 1000억 원 규모다. 연구는 결과가 아닌 과정으로 평가된다. 이 단장은 “시행착오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고 장기적으로 지원하겠다”며 “예측 가능한 연구는 선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나 기자 m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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