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침스틸러] 촉촉 쫄깃…‘3대째 명맥’ 장인의 내공 만개한 꽃빵의 한방
태극권으로 만두 빚는 ‘무이’
팀 위기 몰리자 골키퍼 출전
오합지졸 축구단 승리 견인
영화 속 전설 같은 장인의 손
밀가루 반죽에 정성 켜켜이
고추잡채 만나 완성된 풍미
시간이 만든 기적 한입 가득

‘언더독(underdog)의 반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참가국이 48개국으로 늘어나면서 경기장 곳곳에서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이 펼쳐지고 있다. 약체라 평가받은 팀이 압도적인 전력 차이를 뛰어넘어 강호를 무너뜨리는 순간, 사람들은 짜릿한 희열을 느낀다. 그 무모해 보이는 도전 속에서 거대한 세상의 벽에 부딪히며 살아가는 자기 모습을 본 것일지도 모른다. 더욱이 그런 승리가 하루아침에 일어난 기적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쌓아온 노력의 결과라는 점은 감동을 더 한다.
영화 ‘소림축구’(2002년, 주성치 감독)는 이런 언더독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더이상 세간의 이목을 끌지 못하는 소림무술을 부흥시키고 싶었던 씽씽(주성치 분)은 사회의 변방으로 밀려난 소림사 형제들을 불러 모아 소림축구단을 꾸린다. 공을 차면 하늘 끝까지 날아가고 헤더 한번에 골대가 휘어질 만큼 어마어마한 실력을 가진 이들은 좌충우돌 끝에 누구도 예상치 못한 파란을 일으킨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이 있으니 바로 식당에서 만두를 빚는 무이(조미 분)다. 무이가 만드는 만두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속이 꽉 찬 만두가 아니다. 밀가루 반죽을 돌돌 말아 쪄낸 속이 빈 찐빵(만토우, 馒头)이다. 우리나라 중식당에서는 ‘꽃빵’이라 부른다. 무이에게 눈길이 가는 이유는 그가 중국 무술의 양대 산맥을 이루는 태극권 고수이기 때문이다.
“태극권으로 만두를 빚어내다니 무공이 장난이 아니군.”
무이의 절도 있는 손짓 한번에 밀가루가 소용돌이치고 반죽이 공중에서 회전한다. 무이는 ‘고작 넉냥(150g가량)의 힘으로 천근(600㎏가량)의 무게’를 다스리는 태극권의 정수 ‘사량발천근(四兩撥千斤)’의 내공을 만두에 쏟아붓는다. 이를 본 씽씽은 감탄을 금치 못한다. 무이의 꽃빵을 한입 베어 물고는 “부드러우면서도 탄탄하다” “입에서 살살 녹는다”며 찬사를 터뜨린다.
무이가 꽃빵에 담아낸 태극권의 내공은 축구 결승전에서 빛을 발한다. 상대편 악마축구단의 강력한 슈팅에 소림축구단이 위기에 몰리자 무이는 골키퍼로 나선다. 그는 태극권으로 공을 막아내며 골문을 지켜냈고, 공중으로 띄운 공은 씽씽의 연속 돌려차기 이후 마침내 골대를 부숴버리는 결승골로 소림축구단의 우승을 이끈다.
영화를 본 이라면 푹신푹신하고도 말랑말랑한 무이의 꽃빵이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태극권이 필요할 정도로 정교한 손길이 들어간 꽃빵은 과연 어떤 맛일까. 수제 꽃빵을 만드는 주방장을 수소문했다.

충북 청주 ‘경화대반점’은 50년 동안 3대째 명맥을 이어온 중식당이다. 이곳은 면을 뽑는 제면 작업부터 만두와 꽃빵 생산까지 모두 주방에서 한다. 오늘날 중식당에서 손수 반죽한 꽃빵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인천 차이나타운의 몇몇 대형 중국집도 편리함을 이유로 공장제 냉동제품을 사용한다. 메뉴판에 ‘수제 꽃빵’이라고 적혀 있더라도 실제로는 외부 업체나 전문 장인에게 납품받기도 한다.
“손님에게 내놓는 음식인데 직접 만들지 않으면 믿음이 안 가요.”
이곳을 운영하는 이전명 대표(50)는 효율보다 원칙을 지키기로 했다고 말한다. 그는 “시중 제품은 원재료와 제조 과정을 모두 확인하기 어렵다”며 “재료 입고부터 조리 과정까지 눈으로 확인해야만 손님 앞에 떳떳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손님이 보지 못하는 부분까지 챙기고 작은 것 하나도 대강 넘기지 않는 진심으로 이곳에서는 일주일에 한번씩 700∼800개의 꽃빵을 생산한다. 밀가루 10㎏을 부은 반죽기에 우유·이스트·물을 섞어 넣고 함께 치댄다. 이후 1시간 정도 숙성해 반죽을 부풀린다. 숙성을 마친 반죽은 다시 반죽기에 넣고 식용유와 베이킹파우더를 더해 한번 더 치댄다.

하나의 꽃빵이 나오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 반죽은 밀가루를 뿌려가며 여러차례 접고 밀기를 반복해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을 구현해낸다. 반죽을 길게 늘이고 끝에서부터 돌돌 말아 일정한 크기로 자른 뒤에는 장인의 손길이 더해진다. 곽가은 주방장의 지도 아래 수차례 연습을 거친 직원들은 반죽을 젓가락으로 눌러 꽃 모양을 만든다. 그렇게 빚어진 꽃빵은 10분가량 다시 숙성한 뒤 찜기에서 약 15분간 쪄져 손님상에 오른다.
정성을 들인 꽃빵은 함께 나오는 고추잡채와 만날 때 비로소 우리에게 익숙한 그 풍미가 되살아난다. 이곳의 고추잡채는 처음부터 간을 조금 세게 맞춘다. 이 대표는 “싸 먹는 음식이라 고추잡채는 일부러 짭짤하게 간을 한다”고 했다.
직접 맛본 꽃빵은 촉촉하고 달보드레하다. 은은한 단맛과 우유향이 미각과 후각에 신선한 자극을 불어넣는다. 센 불에 재빨리 볶아낸 고추잡채는 불향이 배어 있었고 아삭한 채소와 부드러운 고기의 식감도 살아 있다.
기적은 운 좋게 찾아온다고 여기곤 하지만 기실 그렇지 않다. 꽃빵 하나도 허투루 만들지 않은 무이의 시간이 특별한 결실을 맺었듯 이들의 꽃빵도 오랜 시간 쌓인 내공이 만개한 것이다.
기성품이 넘쳐나는 ‘레디메이드’ 세상에서 장인의 손에서 탄생한 이 먹거리가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보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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