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꽃, 번식 비밀 풀어 로봇공학 난제 해결…지퍼처럼 접히며 씨앗 산포

이준기 2026. 6. 19.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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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제비꽃 열매 꼬투리 마르며 접히는 힘 이용
‘지퍼링’ 동작 덕분 규명...열매 꼬투리 기하학적 구조로 힘 제어
제비꽃. 아이클릭아트 제공.


주변에서 흔히 보는 제비꽃은 다른 식물과 달리 독특한 번식 전략을 갖고 있다. 열매가 터지면서 내부의 씨앗을 한꺼번에 방출하는 일반 식물과 달리 열매 꼬투리가 마르면서 안쪽으로 오므라드는 힘을 이용해 씨앗을 하나씩 차례대로 튕겨 발사한다.

씨앗을 순차적으로 발사하려면 필요한 밀어내는 힘이 씨앗의 위치에 맞춰 이동해야 하는데, 이는 생각보다 복잡한 기계적 과제다. 현대 로봇공학 기술로도 정밀한 모터나 제어 장치 없이는 구현하기 힘들다.

하지만 제비꽃은 아주 작고 단순한 열매 꼬투리의 기하학적 구조만으로 이를 해결한다.

국내 연구팀이 이런 제비꽃의 놀라울 정도로 작고 단순한 번식 비밀을 규명해 차세대 유연로봇 개발에 적용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현유봉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김호영 기계공학부 교수 연구팀이 정소현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제비꽃 열매 꼬투리의 기하학적 구조를 통해 복잡한 장치 없이 힘을 제어해 씨앗을 순차적으로 튕겨내는 원리를 규명했다고 19일 밝혔다.

제비꽃의 독특한 종자 산포 규명 개념도. 서울대 제공.


이 연구결과는 이날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렸다.

연구팀은 제비꽃 열매 꼬투리가 건조되면서 마치 지퍼가 닫히듯 접히는 '지퍼링' 동작에 의해 씨앗을 차례로 튕겨 발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꼬투리는 수분 함량에 따라 접힘을 유도하는 부위와 접힘 과정에서 씨앗에 직접 힘을 전달하는 매우 얇은 막 구조로 이뤄져 있다.

실제 제비꽃 시료와 이를 본뜬 인공 장치의 동작을 비교한 결과, 열매 꼬투리의 단면이 힘을 가장 강하게 낼 수 있는 '반원형 구조'로 진화해 왔음을 연구팀은 확인했다.

꼬투리가 접힐 때 발생하는 힘이 얇은 막을 통해 씨앗이 있는 특정 지점에 집중되도록 설계된 것이다. 힘이 집중된 부위가 지퍼가 채워지듯 앞으로 점진적으로 이동하며 나란히 줄 서 있는 씨앗들을 앞에서부터 차례대로 꼬집듯 밀어냄으로써 종자를 산포하는 원리다.

식물이 제한된 조건에서 별도 장치 없이 스스로 최적의 힘을 내는 물리적 지능을 공학적으로 입증한 것이라고 연구팀은 평가했다.

현유봉 서울대 교수.


현유봉 교수는 "제비꽃이 최소한의 자원만으로 효율적인 힘을 전달하도록 열매 꼬투리 구조를 영리하게 진화시켜 왔음을 밝혀낸 것"이라고 말했다.

정소현 DGIST 교수는 "제비꽃의 이런 종자 산포 원리를 이용하면 복잡한 모터나 배터리, 전선 없이 '구조의 힘'만으로 정교한 움직임을 구현하는 차세대 소프트 소재 설계뿐 아니라 상처 치료 패치나 생체모사 유연로봇 등 의공학 분야에 폭넓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준기 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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