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일범의 ‘극장 없이는 못 살아’] 세대를 이은 ‘카츠시카 트리오’

광주일보 2026. 6. 19. 01:53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14일 성남아트센터에서 열린 ‘카츠시카 트리오’ 공연장에 갔다 깜짝 놀랐다. 1977년에 결성된 일본 대표 퓨전 재즈 밴드 ‘카시오페아’의 원년 오리지널 멤버 중 키보드 무카이아 미노루(69), 베이스 사쿠라이 테츠오(68), 드럼 짐보 아키라(67)가 2021년에 결성한 카츠시카 트리오 공연장을 찾은 관객 대부분이 20, 30대였기 때문이다.

카시오페아는 1996년 한국 정부의 일본문화 공식 개방(1998년) 이전에 일본 아티스트들 중 최초로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한 팀으로 공연 당시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며 인기를 끌었던 추억의 퓨전 재즈 팀이다. 그래서 이번 공연을 기획한 유앤아이 기획사 남궁정 대표는 카시오페아를 좋아했고 그들의 공연을 본 40, 50대 청중을 타겟으로 일종의 향수 마케팅 컨셉을 잡았다.

그런데 막상 공연장에 온 청중들이 20, 30대가 대부분이어서 충격 아닌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물론 기획사에서도 젊은 층들이 많이 모이는 유튜브와 재즈팬들의 커뮤니티, 대학 실용음악과를 중심으로 홍보를 많이했지만 이렇게 젊은 층의 반응이 뜨거울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일본 LP와 CD 200매를 멤버들의 싸인을 받을 수 있는 조건으로 한국보다 훨씬 비싼 일본 가격으로 팔았는데 날개돋친 듯 팔려나갔다. 먼저 완판된 LP의 경우 턴테이블을 갖고 있지 않아도 젊은 세대는 앨범을 마치 장식할 수 있는 굿즈처럼 생각해 구입한다.

특히 젊은 세대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는 돈을 아끼지 않는것 같다고 남궁 대표는 전했다. 지난 3월 열린 일본 재즈 피아니스트 우에하라 히로미와 히로미즈 소닉 원더 공연도 마포아트센터(1000석) 티켓을 오픈 하자마자 24시간 내 전석 매진됐고 급하게 추가된 공연도 좌석의 85%가 팔릴 정도로 “재즈를 좋아하는 인구가 확실히 늘어난 것 같다”고 진단했다.

공연을 보기 전에 필자도 카츠시카 트리오의 유튜브 연주 영상을 많이 보고 갔는데 신곡들이 매우 좋았고 세련돼 60대 후반의 나이에도 음악이 진화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2021년 결성 이후 꾸준한 투어와 음반 활동으로 카츠시카 트리오의 음악은 과거에 머무르지 않았다. 앞으로 나아갔고 요즘 젊은 세대들도 좋아할 수 있는, 그러나 그들에게 맞춘 것은 아닌 세련됨이 있었다. 그래서 세대를 초월한 재즈 팬들의 폭넓은 지지와 성원을 받고 있는 것 같다.

일본 주요 도시에 펼쳐진 투어마다 매진에 가까운 티켓 판매 기록을 세웠다고 하니 이들은 과거에만 일본의 J-퓨전계를 이끈 것이 아니라 현재의 주역들임을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멤버들이 60대 후반의 올드 제너레이션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만큼 멤버들은 외모에서부터 건강함을 보여줬다. 키보디스트 무카이야 미노루는 제자리에서 한바퀴 돌며 건반을 연주하는, 젊은 세대의 전유물 같은 모습을 무대 위에서 보여주었으며 짐보 아키라는10분이 넘는 엄청난 드럼 솔로 곡을 마음껏 들려주었다. 베이시스트 사쿠라이 테츠오는 베이스 핑거링이 녹슬기는커녕 더욱 더 예리해져 있어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다.

이번 투어 중에도 흐트러짐 없는 연주력을 위해 보통 일본 사람들이 저녁 식사할 때 곁들이는 맥주 한잔 하지 않고 자신들만의 건강관리 루틴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건강한 몸에서 건강한 정신이 나온다(Mens sana in corpore sano)는 말처럼 그들은 건강한 몸에서 매우 경쾌하고, 희망적이고, 생명력있는 음악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공연을 보며 요즘 많이 회자되는 세대 별 제너레이션 갭을 떠올렸다. 이럴 때 카츠시카 트리오처럼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창조적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사랑과 존경을 받는 기성 세대의 모습은 우리에게 많을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것 같다.

<장일범 음악평론가·ilbumchang@gmail.com>

Copyright © 광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