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깨친 시골 할매 詩에 눈물… 거짓 꼬집는 유쾌한 춤에 폭소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더 트라이브’

평생 ‘까막눈’이 한이었던 시골 할매들이 처음 한글을 깨치고 쓴 시가 노래가 돼 관객을 웃기고 울린다. 거짓말을 할 때마다 어디선가 경쾌한 음악과 함께 정체불명의 고대 부족이 나타나 시도 때도 없이 신나게 춤을 춘다. 사는 게 고단할 때 필요한 건 무해한 ‘웃음’이 주는 위로. 배배 꼬인 플롯, 암울한 이야기, 자극적 볼거리가 난무하는 극장에서 드물게 가족이 함께 보기 딱 좋은 뮤지컬 두 편이 나타났다. 신나게 웃다가 맘껏 눈물 흘리고 나면 마음이 부드럽게 풀려 몽글몽글해진다.
◇국립극장 하늘극장엔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서울 남산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은 올 초 한국 뮤지컬 어워즈 작품(400석 미만)·연출·극본상 3관왕으로 검증된 작품. 다큐 영화로도 유명한 ‘칠곡 가시나들’ 속 이야기를 바탕으로, 실제 할머니들이 쓴 시를 사투리와 말맛을 살려 노래로 옮겼다. 가사 한 줄 한 줄 담긴 진심이 찌릿찌릿하다.
할머니들은 “다 늙어 공부할라카이/ 고마 돌아서면 다 이자뿌”지만 “80년 김치 담그고 아들딸 손주 다 키운 손/ 연필만 잡으면 달달달” 떨리지만, 할머니들은 “세상 천지 삐까리로 널린 시”를 쓰고 노래한다.
한글 못 읽는 게 탄로날까 손주가 읽어달라 내미는 동화책이 무서웠던 맏언니 ‘영란’, “아들을 낳지 못해 분해 죽겠다”고 가슴을 치던 어머니가 지어준 이름으로 평생 살아온 막내 ‘분한’, 이루지 못한 가수의 꿈을 품고 살았던 ‘춘심’…. 할머니들이 살아온 세월이 모두 시와 노래가 된다. 평생 소원이던 교복을 입고 시를 읽는 장면에 이르면 깔깔깔 웃고 있는데 주르륵 눈물이 흐른다. “우리는 가시나/ 가장 시작하기 좋은 나이/ 가장 시를 쓰기 좋은 나이….” 함께 응원봉을 흔들며 노래하는 커튼콜이 끝나면 노래가 오래 가슴에 남는다. 젊은 취향 중심의 뮤지컬 극장에 귀한 ‘효도 뮤지컬’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22일 오전 9시 59분까지 1인 최대 네 장까지 40% 할인된 가격에 티켓을 구입할 수 있는 타임 세일 중. 공연은 28일까지, 전석 7만7000원.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엔 ‘더 트라이브’

창작 뮤지컬 ‘더 트라이브’가 발휘하는 웃음의 힘도 만만치 않다. 소극장 초연 2년 만에 단단하게 규모를 키워 세종문화회관 중극장 M씨어터로 돌아왔다. 고대 가면 전시가 진행 중인 영국 런던의 박물관, 잘난 부모에 치여 슬럼프에 빠진 시나리오 작가 ‘끌로이’(이혜란·유주혜)가 완벽남으로 소문난 박물관 최고의 복원 전문가 ‘조셉’(김찬호·허도영)과 얽힌다. 끌로이가 실수로 가면 장식을 부러뜨리자, 두 사람이 거짓말을 하면 어디선가 신나는 타악기 소리가 들려오며 몸이 제멋대로 움직이고, 남들 눈엔 안 보이는 고대 부족이 나타나 함께 춤을 춘다. 시도 때도 없이 춤을 멈출 수가 없으니, 몸 던져 망가질 때마다 두 사람은 환장할 노릇인데 객석은 폭소의 도가니다.

“움직임 없는 순간이 한 순간도 없다”(채현원 안무)고 자신하는 네버엔딩 댄싱 뮤지컬. 춤추는 고대 부족 앙상블 배우 12명이 무대와 객석을 넘나들며 유쾌한 에너지를 전염시킨다. 이들이 던지는 “그게 정말 네가 원하는 거야?” 같은 장난기 섞인 질문이 ‘거짓을 벗어던지고 나다움을 찾는다’는 주제의식도 더 선명하게 한다. 김덕희 서울시뮤지컬단 단장은 “제작비를 탈탈 털어 안무와 음악에 다 쏟아부었다”고 완성도를 자신했다. 22일 오전 9시 59분까지 35% 할인가에 티켓을 구입할 수 있는 타임 세일 중. 공연은 27일까지, 6만~8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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