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명은 둘, 심장소리는 셋… “기적같이 세쌍둥이로 찾아와줬죠”

화성/정해민 기자 2026. 6. 19.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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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행복입니다]
[아이들이 바꾼 우리] 김은지·김기웅 부부
지난 15일 경기 화성의 한 아파트에서 만난 김은지(왼쪽)·김기웅씨가 세 쌍둥이를 품에 안고 활짝 웃고 있다. 왼쪽부터 서휘·서연·서아. 서연이와 서아는 일란성 쌍둥이 자매, 서휘는 이란성 쌍둥이 아들이다. /고운호 기자

지난 16일 오후 경기 화성의 한 아파트. 현관문 초인종 위에 ‘쉿! 아기가 자고 있어요’라고 적힌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거실로 들어서자 아기 의자 3개와 장난감들, 바닥에 세워진 과일, 탈것에 대한 그림판이 눈에 들어왔다. 세 쌍둥이 서연·서아·서휘를 키우는 김은지(35)·김기웅(36) 부부 집이다. 아이들은 다음 달 첫돌을 맞는다.

엄마 김씨는 셋째 아들 서휘를 무릎에 앉혔고, 아빠 김씨는 첫째·둘째 딸 서연·서아를 양쪽 무릎에 한 명씩 앉혔다. 서연·서아는 아빠를 꼭 닮은 일란성 쌍둥이 자매이고, 서휘는 엄마를 닮은 이란성 남동생이다. 낯선 사람을 보고 경계하던 아이들은 시간이 지나자 하나둘 기자 쪽으로 기어왔다. 집 안에는 아이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부부는 2018년 처음 만났다. 아이들을 좋아해 유치원 교사로 일하던 엄마 김씨는 동료 교사의 친구였던 남편 김씨를 우연한 자리에서 만났다. 남편은 설계 관련 일을 한다. 이후 연락을 주고받던 두 사람은 2022년 2월 결혼했다.

아이를 두 명 정도 갖고 싶었지만, 쉽게 생기지 않아 시험관 시술을 받았다. 부부는 임신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배아 2개를 이식했고, 쌍둥이가 찾아왔다. 태명을 ‘우리’와 ‘두리’로 지었다. 그런데 아이 심장 소리를 들으러 병원에 간 날, 의사가 뜻밖의 이야기를 했다. 배아 하나가 일란성 쌍둥이로 나뉘어 심장 소리가 하나 더 들린다는 것이었다. 부부는 그제야 태명을 추가로 지었다. 그렇게 ‘우리·두리·하나’라는 태명이 완성됐다.

아내 김씨는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땐 진료실에서 아무 말도 못 했다”며 “솔직히 ‘힘들지 않을까’ ‘우리가 셋을 키울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먼저 들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친정어머니와 함께 다시 병원을 찾았을 때, 아이들 심장 소리를 들은 어머니가 “셋 다 심장이 너무 잘 뛰는데 어떡해”라고 말했다고 한다. 김씨는 “엄마 말을 듣고 아이들이 건강하기만 하면 낳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했다.

세 쌍둥이 임신은 임신 주수가 많아질수록 조산과 합병증 위험이 커진다. 게다가 아내 김씨는 자궁경부 길이가 짧아 임신 20주 중반부터는 거의 누워서 생활했다. 당시 남편 김씨는 매일 점심시간마다 회사에서 집으로 와 아내의 밥을 차렸다. 퇴근 후에는 다음 날 먹을 음식을 미리 만들어뒀다.

아이들은 지난해 7월 9일 임신 34주 차에 제왕절개로 태어났다. 서연이는 1.47㎏, 서아는 1.67㎏, 서휘는 1.92㎏이었다. 셋을 합쳐도 5㎏밖에 안 됐다. 아이들은 곧장 신생아 집중 치료실(NICU)에 들어갔고, 막내 서휘는 2주, 서연·서아는 한 달 가까이 치료를 받았다. 다행히 큰 질환 없이 건강했다.

하지만 부모는 매일 마음을 졸였다. 한 번은 산후조리원에 있던 아내가 마사지를 받느라 전화를 받지 못해 병원 전화가 남편에게 간 적이 있었다. 김씨는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손이 떨리고 눈물이 났다”고 했다. 알고 보니 “오늘 면회 오시느냐”는 확인 전화였다. 그는 “원래 아이를 특별히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아이들이 태어난 뒤 눈물이 많아졌다”며 웃었다.

세 아이는 뱃속에 있을 때부터 성격이 달랐다고 한다. 임신했을 때 위에서부터 서휘, 서연, 서아 순서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아빠가 태교로 책을 읽어주면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던 아이는 서아였다. 서연이는 평소에도 태동이 많았고, 서휘는 엄마가 빵을 먹을 때 유난히 신나게 움직였다.

부부는 아이들이 태어난 뒤 가장 좋은 점으로 양가 부모님을 자주 보게 된 것을 꼽았다. 양가 부모님도 모두 화성시에 산다.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에는 많아야 한 달에 한 번 보던 사이였지만, 요즘은 일주일에 한 번꼴로 만난다. 신생아 때는 친정과 시댁 부모님이 하루씩 번갈아 부부의 집에 와 밤새 육아를 도왔다. 지금도 육아 도우미가 오지 않는 주말이면 양가 부모님이 하루씩 찾아와 아이들을 봐준다고 한다.

부부가 아이들에게 바라는 건 뭘까. 아내 김씨는 “건강하게, 많이 웃으면서 자랐으면 좋겠다”고 했다.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도 선생님들이 ‘아이들이 이렇게 큰 문제 없이 태어난 것만으로도 기적’이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더 바라는 게 없어요.”

아내 김씨는 언젠가 아이들이 글자를 읽을 수 있게 되면 이 기사를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아이들이 태어났을 때도 병원 홍보 기사에 세 쌍둥이 이야기가 실렸고, 부부는 그 기사를 스크랩해 뒀다. 김씨는 “태어났을 때 한 번, 돌 무렵에 또 한 번 신문에 실린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뭉클하다”며 “나중에 아이들이 ‘우리가 이렇게 많은 사랑 속에 태어났구나’ 하고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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