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AI 운전기사 시대 열릴 것”
“자율주행의 GPT 모멘트(사람들이 체감하는 기술의 대전환)는 내년 중반쯤 올 것입니다.”
중국 3대 자율주행 기업으로 꼽히는 딥루트(元戎启行·DeepRoute.ai)의 왕톈 공동창업자는 지난 12일 선전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람을 대신해 AI가 운전수 역할을 하는 ‘AI 운전기사’ 시대가 곧 도래한다는 것이다. 그의 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 이유는 딥루트가 테슬라와 함께 맵프리(Map-free·맵리스) 자율주행 노선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채택한 ‘기술 선도 기업’이고,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2024년부터 눈독들인 투자 후보이기 때문이다. 딥루트의 자율주행 제품을 탑재한 차량은 35만대에 달하고, 중국 도심 자율주행(NOA) 시장 점유율은 24%(2위)다.
그는 “업계에서는 자율주행의 임계점이 도래했다고 본다”면서 “작은 ‘뇌 용량(연산력)’, 부족한 데이터 축적, 낮은 단계의 멀티모달 AI(오감 인식 AI) 기술이란 3대 병목이 해제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운전은 마사지보다 쉽고, 가속·감속·방향 전환이 전부라 인간이 할 수 있는 일 중에 ‘쉬운 일(simple task)’에 속한다”면서 “‘상용화 스피드(time to market)’ 경쟁이 시작됐다”고 했다.

그는 “딥루트는 기반 모델(AI 대형 두뇌)을 탑재한 자율주행 제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차 안의 사람이 ‘길가에 아내가 서 있다’고 말하면, 차가 물웅덩이를 피해 적절한 위치에 정차한 다음 차 문을 열어주는 수준”이라면서 “현존 자율주행 모델은 70%의 문제만 해결하지만, 다음 세대 모델은 불쑥 나타나는 보행자 대응을 비롯한 95%의 문제를 처리 가능하고 1000㎞를 주행하는 동안 안전 이슈 제로(0)를 목표로 한다”고 했다. 또 “(차량 스스로 완전 주행 가능한) 레벨4 능력은 2028년쯤 확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기반 모델이란 자율주행차에 들어가는 ‘대형 AI 두뇌’다. 기존의 엔드투엔드(E2E) 방식은 ‘도로 상황을 보고 즉각 반응 가능한 AI’를 구현했다면, 차세대 모델은 방대한 영상·실제 도로 데이터를 학습하여 ‘세상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완전히 이해한 다음 운전하는 AI’에 가깝다.

왕톈은 “젠슨 황이 중국 자율주행 기업 중 유일하게 딥루트를 눈여겨본 이유는 ‘AI 네이티브’란 정체성”이라면서 “AI 네이티브 회사는 AI 기술 발전의 흐름을 정확히 읽고 제품 개발에 반영한다”고 했다. 젠슨 황은 2024년 딥루트 투자를 고려했지만, 미·중 관계 등의 이유로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왕톈은 “AI 시대에 창업하려면 너무 나이가 많으면 안 된다”면서 “경쟁사 창업자가 60·70년대생이면 ‘AI 회사는 아니다’라고 판단한다”고 농담했다. 딥루트의 핵심 연구개발 인력 300여명은 평균 90년대생이다.

지난해 말 딥시크의 수석과학자 격인 롼충이 딥루트에 합류한 사실에 대해서는 “AI 모델 개발의 성패는 ‘돈, 데이터, 인재’ 3요소에 달렸는데, 우리는 그 중 가장 어려운 인재 확보에서 큰 성과를 냈다”고 했다. 롼충이 딥루트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선 “롼충이 ‘어떤 일을 내가 해서 얻는 효과가 다른 사람과 다를 바 없다면 안 한다’고 말한 적 있다”면서 “그가 피지컬 AI에서 GPT 모멘트를 만드는 일에 도전 의식을 느낀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딥루트는 롼충에게 상업적 논리를 차단한 ‘방해받지 않는 연구 환경’과 명확한 개발 목표를 영입 조건으로 제시했다”고 했다. 롼충의 연구개발팀은 약 20명 규모의 정예로 단독 구성되는데, 4개월이 넘도록 중국·미국을 넘나드는 리크루팅이 진행 중이다. 왕톈은 롼충이 인재를 선발하는 기준에 대해 “최고의 학벌이나 천재성보다는 정해진 시간 내에 주어진 일을 정확히 완수하는 ‘믿음직스러운 업무 수행 능력’과 연구 비용 최적화를 고려하는 ‘엔지니어링 마인드셋’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전 세계에서 거대 AI 모델 구축을 진두지휘할 수 있는 수퍼스타는 15명 내외고, 대부분 중국과 미국에 있다”면서 “핵심 AI 리더들을 확보한 국가가 피지컬 AI에서도 우위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또 “디지털 AI에서는 미국이 앞섰지만 피지컬 AI는 양산이 전제이고, 중국의 제조 능력과 소비자 시장이 AI 경쟁의 변수가 된다”고 말했다.
경쟁사인 미국 테슬라에 대해서는 “가장 멀리 보고 빨리 가는 독수리”라면서 “(기반 모델에 가까운) 대형 모델 패러다임으로 전환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국의 자율주행 산업에 대해서는 “반도체·자동차·배터리 등 하드웨어는 강하지만, AI 분야 인재 확보는 힘써야 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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