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다면, 그냥 하라… 그것이 앞으로 나아가는 유일한 방법”

최보윤 기자 2026. 6. 19.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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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크리스토프 바뱅 불가리 CEO
장-크리스토프 바뱅(Jean-Christophe Babin) 불가리 CEO.

불가리의 제 61회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 미술전 독점 후원을 맞아 장-크리스토프 바뱅 CEO를 이탈리아 베니스 현지에서 만났다.

2013년부터 CEO를 맡아 불가리를 성장시킨 그는 오는 7월1일부터는 CEO직에서 한발 물러나 새로운 리더십 체제 전환을 지원한다.

이후에도 불가리 이사회 의장, 호텔 사업 부문 CEO, 불가리 재단 회장 직을 지속하며 브랜드의 장기 전략과 문화·사회적 비전을 지속적으로 이끌어갈 예정이다.

-2013년 지휘봉을 잡은 이후로, 불가리는 전통적인 주얼리뿐만 아니라 호텔·향수 등 다양한 사업을 확장하면서도 문화 후원의 영토를 넓히고 있다.

“당시 나는 LVMH 그룹에 막 인수된(2011년) ‘가족 기업’을 이끌게 된 셈이었다. 불가리 가문은 예술에 대해 굉장히 관대하고 열정적이다. 이미 회사나 니콜라 불가리 재단을 통해 주로 로마 지역과 음악 분야에 많은 기부를 하고 있었다. 수년간 주요 초점은 ‘아카데미아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였다. 불가리 가문의 지원 덕분에 아주 작은 지역 오케스트라에서 유럽에서 가장 명성 있는 오케스트라 중 하나로 성장했다. 인수 시점에는 자연재해나 분쟁, 질병 등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의 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세이브 더 칠드런’과 협약을 맺기도 했다. 이미 진행 중인 활동들이 많았기에, 내가 한 일은 2024년에 별도 재단을 설립하는 등 더 많은 자원을 제공해 활동을 ‘강화’하고, 주요한 기여에 집중해 실질적 영향력을 갖게 체계화 하고 있다. 베니스 비엔날레 독점 후원도 바로 그러한 맥락이다”

-한국계 캐나다 작가인 로터스 강 전시를 보면서 색의 윤회(reincarnation)가 떠올랐다. 예술의 평생 주기 같은 것이 불가리의 색채와 주얼리의 영원성을 연상시키도 했다. 작가를 선정할 때 어떤 기준이었나.

“사실 아티스트들에게는 무엇이든 원하는 것을 만들 수 있는 자유를 준다. 우리가 지침(brief)을 주는 게 아니다. 그저 ‘당신의 재능을 존경하기에 당신을 지원하고 싶다’고 말할 뿐이다. 로터스 강은 매우 유기적인 작가다. 라텍스부터 필름까지 전혀 예상치 못한 재료들을 섞는 것을 즐긴다. 작가 선정에 지침을 준 것은 아니지만, 그런 감상을 하셨다니 정말 멋진 우연이라고 생각한다.”

-국립 마르차나 도서관에서 선보인 병행전시 역시 파격적이었다.

“이번 프로젝트는 동시대 예술 연구를 지원하고 문화 간 역동적인 대화를 촉진하고자 하는 불가리 재단의 의지를 다시금 확인시켜 준다. 라라 파바레토와 모니아 벤 하무다, 동시대 이탈리아 미술을 대표하는 두 작가의 작업은 언어와 지식, 그리고 그것들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과정에 대해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선보인 작품이 올해 비엔날레의 걸작들로 꼽히리라 믿는다.”

-그룹내 리더들의 멘토 역할도 하고 있다. 다음 세대에게 강조하는 가장 중요한 리더십 자질은?

“특정 롤모델이 되라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행동하라는 것이다. 시도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불가리 같은 회사에서는 실수로부터 배우기만 한다면 아무도 문제 삼지 않는다. 실수에서 배울 때 큰 도약이 일어난다. 나는 사람들이 위험을 감수하도록 독려한다. 10개의 프로젝트 중 2개가 실패하더라도 8개가 성공하는 것이, 위험이 두려워 2개만 시도했다가 1개가 실패(성공률 50%)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 추진력 없는 사람보다 많은 시도를 하는 사람에게 훨씬 관대하다.”

-그렇다면 리더로서 받은 가장 기억에 남는 조언은? LVMH 그룹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 등에게 받은 것을 이야기해준다면?

“음, 제 유일한 조언은 “당신이 믿는다면, 그냥 하라(Just do it)”는 것이다."

-누구나 알지만 실행하기는 어렵다.

“직감이 시키는 일이 있다면 너무 오랫동안 머리를 굴리며 고민하지 말길 바란다. 특히 예술과 럭셔리 분야에서는 그것이 앞으로 나아가는 유일한 방법이다. 주얼리를 만드는 일은, 꿈꾸던 만큼 아름답지 않다면 언제든 해체해서 보석을 다시 사용할 수 있다.”

-수공예의 지능을 강조했지만, 지금은 AI 시대다. 불가리도 디지털에 투자하는데, 수공예와 AI를 어떻게 조화시키는가?

“CEO로서 자문해야 할 것은 ‘AI가 우리 회사를 어떻게 더 나은 회사로 만들 수 있는가’이다. 우리는 디자이너들을 그대로 유지하며 아름다운 제품을 만들지만, AI를 활용해 가상 모델에게 주얼리를 착용시켜 테스트한다. 시계 프로토타입이 나오면 구글 제미나이 같은 도구로 10초 만에 구동 영상을 만들어 어울리는지 확인할 수 있다. 또 매장 인테리어를 바꿀 때 황동 카운터가 나을지 대리석이 나을지 AI로 2분 만에 시뮬레이션해보고 빠른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또 다른 예로, AI는 공급과 수요를 맞추는 ‘경보 장치’ 역할도 한다. 신제품 컬렉션을 출시할 때, AI를 통해 과거 구매 패턴과 취향을 분석하여 관심을 가질 만한 고객 1만 명을 몇 분 안에 식별할 수 있고, 우리 어드바이저들이 그분들께 우선적으로 연락을 드릴 수 있다. 다만, AI가 창조자가 되길 원치는 않는다. 우리 브랜드의 매력과 성과를 높이게 해주는 ‘조력자(Enabler)’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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