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석의 목소리를 ‘연구’하고, 디자인으로 ‘연주’하다

코트다쥐르의 깊고 푸른 바다와 합을 이루듯 여느 때보다 더 이글이글한 태양이 작렬하던 지난 5월. 지중해의 빛 아래, ‘왕의 보석상이자 보석상의 왕’은 또 한 번 원석의 영혼에 귀를 기울였다. 130여 점의 진귀한 작품으로 구성된 까르띠에의 새 하이 주얼리 컬렉션 ‘르 쾨르 데 피에르(Le Chœur des Pierres)’가 첫 장을 공개한 것이다.
프랑스 남부 휴양지인 생트로페의 만(灣)이 황금빛으로 물드는 저녁은 젬스톤 교향곡의 대서사를 여는 앙상블 같았다. 세계적인 팝 가수 존 레전드의 라이브 공연은 그의 감미로운 미성과 어우러진 흥겨운 춤사위, 피아노 연주까지 더해지며 임페리얼 토파즈에서 사파이어, 라피스 라줄리에서 또 오닉스 색상으로 짙게 흐르는 현지의 깊고 푸른 밤을 보석처럼 장식했다. 이어 하이 주얼리 쇼와 공식 런치, 주얼리 전시로 이어지는 이 다감각적 무대는 세상에서 가장 진귀하고 화려한 ‘젬스톤 교향곡’ 성찬을 눈으로 맛보기 위한 공감각적 예열이었다.
17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100헥타르 규모의 고성(古城) 프로방스 레지당스로 장소를 옮겼다. 한창 생장하고 있는 짙은 녹색의 포도밭이 에메랄드를 뿌려놓은 듯 태양에 빛날 즈음, 모델들이 컬렉션의 주역들을 두르고 정원을 거닐었다. 글로벌 앰배서더이자 메종의 프렌즈인 서기와 틸다 스윈튼을 비롯해 조 샐다나 등이 현장의 스포트라이트를 차지했다.
저택 내부로 들어와 데미언 허스트와 이브 클랭, 안젤름 키퍼의 현대미술 작품들이 곳곳에 시선을 끄는 그곳에 전시된 ‘르 쾨르 데 피에르’ 컬렉션은 또 다른 현대 예술 작품 같았다. 때로는 목가적이었다가 꿈 속을 거니는 듯 몽환적인 풍경을 연출하더니 폭포를 거쳐 심해(深海) 속으로 인도하는 듯하더니 이내 정글 한가운데로 우리를 옮겨놓았다가 순간 이동처럼 현대적 건축 양식을 경험하게 한다. 도전과 성공, 성장과 풍요, 절제와 균형 같은 은유가 다양한 컷의 젬스톤 속에 새겨져 있는 듯하다.

◇감정을 연구하고 내면을 울리다
컬렉션의 이름은 정교한 언어유희다. 프랑스어 ‘chœur(합창)’와 ‘cœur(심장·마음)’는 발음이 똑같다. ‘h’ 하나 차이로 합창과 심장을 가르지만, 귀로 듣는 순간 둘은 하나가 된다. 까르띠에가 젬스톤을 어떻게 선별하고 또 어떻게 돋보이게 하는지를, 이 두 단어가 동시에 말해준다. 메종은 원석의 목소리에 먼저 귀 기울이고, 디자인으로 ‘연주’한다.
젬스톤의 컬러와 볼륨, 서로 다른 컷의 결합이라는 메종 고유의 어법이 하이 주얼리 디자인을 이끌고, 시선이 자연스럽게 메인 스톤을 향하도록 모든 구성이 설계됐다는 것이다. 세계적 거장의 교향곡이 그러하듯, 이 컬렉션에는 여러 결의 감정이 동시에 흐른다.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의 단호한 전진과 9번 ‘합창’의 환희, 말러 2번 ‘부활’이 삶과 죽음을 가로지르며 길어 올리는 깊이, 브람스 4번의 중후한 낭만 등이 교차하는 듯, 원석들은 각자의 음역에서 목소리를 내되 결코 서로를 침범하지 않고, 지휘자 까르띠에의 손끝에서 하나의 화음으로 수렴한다.

◇컬러 젬스톤의 합창
컬러 다이아몬드가 대거 등장한 것도 발걸음을 붙잡았다. 미국 ‘WWD’는 “생트로페에서 공개된 130여 점의 신작 가운데 핵심 15점의 컬러 다이아몬드가 두드러졌다”고 전했다. 여덟 가지가 넘는 다이아몬드 색조에 가넷, 라피스 라줄리, 오닉스까지 더해진 것만으로도 보기 드문 일인데, 센터 스톤만 1900캐럿에 달하고 그중 약 열두 점이 20캐럿을 넘긴다는 점에서 규모와 희소성 모두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까르띠에의 최고마케팅책임자 아르노 카레즈는 ‘WWD’에 “스톤의 선별이야말로 까르띠에를 차별화하는 결정적 원칙”이라고 말했다. 품질을 넘어, 각각의 스톤이 불러일으키는 감정이 먼저라는 것이다. 그는 이번 컬렉션이 예년과 분명히 다른 ‘특별한’ 인상을 주면서도 까르띠에의 정체성과는 ‘매우 일관된’ 작업이라 평했다. 기하학적 모티프, 뚜띠 프루티 스타일, 그리고 절제된 구상(具象)으로 표현된 동물이 그 일관성의 근거다. 영국 ‘월페이퍼’는 짙은 색의 에메랄드부터 독특한 형태의 다이아몬드, 묵직한 토파즈까지 아우르는 폭을 짚으며, “한 점의 이야기는 스톤에서 시작된다”는 메종의 철학이 컬렉션 전반을 관통한다고 적었다.
까르띠에가 한 세기 넘게 이어온 전통이기도 한 ‘변형 가능한 주얼리’가 다양하게 등장한 것도 주목할 만했다. 마디 하나하나가 관절화된 하리마(HARYMA), 브로치로 분리되는 뚜띠 카냐(TUTTI KANYA), 이어링이자 헤어 주얼리이자 브로치인 파이라(PYRA) 등 여러 작품이 가변성을 품었다.
◇대담한 동물 모티프의 변주
까르띠에 동물 왕국의 부동의 여왕이 팬더라면, 그에 못지않은 존재가 호랑이다. 이번 컬렉션은 이 둘을 전면에 내세우며 메종의 자연주의적 비전을 대담하게 펼쳐 보였다.
컬렉션의 백미는 황금빛 호랑이가 너무나도 우아하게 자태를 뽐내며 자리잡은 ‘하리마(HARYMA)’ 네크리스였다. 베토벤의 교향곡 3번 ‘영웅(Eroica)’의 첫 두 화음처럼, 하리마는 단호하고도 위풍당당한 자세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28.04캐럿에 달하는 다섯 개의 임페리얼 토파즈를 계단식으로 배열하고, 가넷과 화이트·옐로우·오렌지 다이아몬드를 더해 풍부한 옐로우의 농담(濃淡)을 만들었다.
그 면 위를 고요히 걸어 내려오는 듯한 호랑이는 정교한 조각과 세팅으로 해부학적 디테일까지 사실적으로 구현됐고, 디지털 영상의 픽셀처럼 쪼개진 체인에는 맞춤 컷 오닉스가 호랑이의 줄무늬를 옮겨 담았다. 완전히 마디 처리된 구조 덕분에 목에 밀착해 흐른다. ‘WWD’는 호랑이의 줄무늬가 빛과 그림자, 오닉스와 옐로우 젬스톤의 그래픽적 유희로 전환되는 순간을 컬렉션의 백미로 꼽았다.
‘팬더 켄티아(PANTHÈRE KENTIA)' 네크리스는 클래식의 정수다. 50.13캐럿 카보숑 컷 사파이어를 V자 구조의 센터에 앉히고, 그 위로 1914년 처음 등장한 메종의 뮤즈 팬더가 자리한다. 날카로운 에메랄드 눈과 맞춤 컷 오닉스 무늬를 갖춘 입체 조각 팬더는, 카보숑의 유기적 곡선과 네크리스의 기하학적 라인 사이의 긴장을 우아하게 조율한다. 역시 완전히 마디 처리돼 착용감을 높였다.



◇디자이너, 스톤 전문가 등 장인들이 자아낸 오케스트라
베토벤이 9번 교향곡의 종악장에서 인간의 목소리를 끌어들여 ‘기쁨의 송가’를 합창케 했듯, 까르띠에는 ‘Le Chœur des Pierres’에서 보석에게 목소리를 부여한다. 디자이너·스톤 전문가·세터·폴리셔가 한 오케스트라처럼 지속적으로 협업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생명력과 풍요의 ‘뚜띠 카냐(TUTTI KANYA) 네크리스’를 바라보는데,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2번 ‘부활’이 들리는 듯했다. 대자연에서 수억 년의 시간을 버텨온 원석들이 까르띠에 장인들의 손길을 거쳐 예술품으로 생동감 있게 변모하는 과정이 삶과 죽음, 그리고 영원한 영혼의 부활을 그리는 말러의 웅장한 서사와 맞물리는 듯하다. 라틴어 Tellus(대지)에서 이름을 빌려온 ‘텔루라(TELLURA) 네크리스’는 마치 음악의 스케르초(빠르고 경쾌한)처럼 분화 직전 대지가 떨리듯 지각 진동이 느껴졌다가, 브람스 교향곡 4번 종악장의 파사칼리아처럼, 반복되는 다이아몬드의 리듬이 지질학적 시간을 압축해낸다.
합창(Chœur)과 심장(Cœur)이 같은 발음으로 만나는 그 지점에서, 보석은 인류의 오랜 역사를 증거하는 광물을 넘어서 살아 숨 쉬는 멜로디가 된다. 찬란한 태양은 저물어 갔지만, 까르띠에의 빛은 여전히 천연(天然)했다. 진짜 음악은, 끝난 뒤에도 여운으로 남는 법이니까.

▲하리마(HARYMA) 네크리스
팬더 못지 않은 메종의 또 다른 파트너, 호랑이를 기리기 위해 메종의 주얼러들은 총 28.04캐럿에 달하는 다섯 개의 특별한 임페리얼 토파즈와 함께 가넷, 화이트·옐로우·오렌지 컬러의 다이아몬드를 조합했다. 여기에 계단식으로 배열한 토파즈가 역동적인 효과를 더한다. 젬스톤으로 이뤄진 면 위를 고요히 움직이는 듯한 호랑이는 놀라울 만큼 사실적이다. 장인들은 정교한 조각과 주얼리 작업을 통해 호랑이의 해부학적 디테일을 정확하게 구현했다.
디지털 영상의 픽셀처럼 쪼개어진 체인에는 맞춤 컷 오닉스 스톤이 호랑이의 털 패턴을 반영하며 디자인 전반에 시각적인 연속성을 부여한다. 특히 이 네크리스는 완전히 관절화된 마디 구조 덕분에 목에 최대한 밀착하여 착용할 수 있다.

▲뚜띠 카냐(TUTTI KANYA) 네크리스
30.33캐럿 인그레이빙 에메랄드 주위로 루비, 사파이어, 에메랄드를 조각해 완성한 꽃과 잎, 베리들이 화관의 꽃처럼 활짝 피어오른다. 1920년대 중반부터 메종의 레퍼토리로 이어져 온 뚜띠 프루티 스타일을 되살렸으며, 자연과 그 풍요를 기념해 기본에 충실한 레드, 그린, 블루 각각의 컬러가 고유한 목소리를 지닌 채 서로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볼륨과 스레딩(threading) 기법으로 완성한 루비 태슬은 메인 모티프를 떼어 브로치로 착용할 경우, 네크리스의 또 다른 중심이 돼 앞이나 뒤 어느 위치에나 놓을 수 있다. 네크리스 아래쪽에 숨은 프레셔스 메탈 소재의 나무는 또 하나의 디테일이다.

▲솔레나라(SOLENARA) 네크리스
디자인은 크기와 형태 모두 인상적인 에메랄드 두 개에서 시작되었다. 이 스톤들은 까르띠에 하이 주얼리를 상징하는 특징 중 하나인 간결함을 보여주는 젬스톤 라인 한쪽 끝에 자리한다. 각각의 에메랄드가 가진 강렬한 힘으로 공명하고, 나란히 매달린 유기적 원형이 다이아몬드의 기하학적 구조와 대비를 이룬다. 음악에서 부드럽게 이어 연주하는 것을 뜻하는 레가토(legato)처럼, 유연함과 그래픽적인 명료함을 발산한다.

▲팬더 켄티아(PANTHÈRE KENTIA) 네크리스
까르띠에는 50.13캐럿 카보숑 컷 사파이어를 이 네크리스의 센터 스톤으로 선택하고 우아한 디자인과 정교한 장인 기술을 결합했다. 안쪽 가장자리에 식물 같은 디테일을 더해 만든 입체적인 모티프의 파동을 만들어냈다. 이 모티프들은 네크리스 바깥 가장자리로 확장돼 작은 사파이어 카보숑으로 마무리된다. 팬더는 메종의 자연주의적 비전을 반영해, 날카로운 에메랄드 눈과 맞춤 컷 오닉스 무늬를 갖춘 입체적인 조각으로 표현됐다.

▲텔루라(TELLURA) 네크리스
이 다이아몬드 서른 개의 독특한 형태가 독창적인 디자인에 영감을 주었다. 그리고 매혹적인 스톤이 탄생하기 전 있었던 화산 폭발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조형적인 주얼리 피스가 완성되었다. 디자이너는 주얼리 장인과 머리를 맞대어 젬스톤이 매달려 찰랑이는 모티프들로 이 네크리스를 구상했다. 파베 스크롤과 오픈워크가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볼륨의 상호작용은 네크리스가 계속 움직이는 듯한 인상을 남긴다.

▲파이라(PYRA) 이어링
20세기 초 티아라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 이어링은 메종의 노하우에 바치는 찬가다. 착용한 사람의 머리카락 사이로 다이아몬드가 빗방울처럼 흩어져 움직이는 주얼리를 구현한 장인들의 도전이다. 장인들은 6.85캐럿의 오렌지 다이아몬드에 걸맞은 화이트 다이아몬드를 찾았다. 가느다란 파베 라인에서 움직임이 솟아오르고, 그 울림으로 스톤들은 더욱 빛난다. 브로치나 헤어 액세서리로도 활용할 수 있다.

▲테셀리아(TESSELIA) 링
중심에 5.24캐럿의 모잠비크산 루비가 반짝인다. 오렌지빛을 머금은 깊은 루비의 레드 컬러와 쿠션 컷이 이 인상적인 플래티늄 피스의 성격을 정의한다. 여덟 개의 쿠션 컷 다이아몬드를 중심으로 꽃의 화관처럼 전체 세팅이 펼쳐지며, 같은 형태의 오픈워크가 함께 어우러진다. 채움과 비움, 빛과 그림자 사이에서 전개되는 피스의 전체 구조는 센터 스톤의 광채와 화려한 레드 컬러, 투명한 아름다움을 증폭시킨다.

▲오로라(OLORRA) 네크리스
총 40.67캐럿에 달하는 다섯 개의 에메랄드의 강렬한 컬러가 이 네크리스의 구조를 결정했다. 20세기 초 까르띠에에서 처음 선보인 상징적인 그린-블루 컬러의 대비를 독창적으로 재해석한다. 커스텀 컷 터콰이즈와 라피스 라줄리 스톤이 다이아몬드와 교차하며 기하학적인 펜던트를 이루고 뻗어 나가는 방사형 구조에 리듬감을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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