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교육감, 지방의회 청문 거쳐 지자체장이 임명하자
무효표 많고 후유증만 큰
교육감 선거 그만하자
미국·일본·유럽처럼
지자체장이 교육감 정하고
지방의회가 검증토록 해야

6·3 지방선거에서 교육감들이 선출되었지만 이런 교육감 선거는 이제 그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교육감 선거 과정에서 온갖 병폐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후보자의 정책과 인물 됨됨이를 알 수 없는 깜깜이 선거였고, 투표율이 낮거나 무효표가 많았다. 전과자들이 신성한 교육의 지도자가 되겠다고 나섰고(후보자 58명 중 15명이 전과자), 정치적으로 오염될 수밖에 없는 선거였다.
우리나라 헌법은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명시하고 있다(제31조 제4항). 이에 따라 유치원부터 초·중·고교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감은 지방에서 자치적으로 선출하되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어야 한다. 교육에 대한 전문적 식견도 가져야 한다. 아울러 수많은 교사의 인사권을 행사하고 또 수많은 학생의 교육 과정에 대한 권한을 가진 사람이니 도덕적으로도 모범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시행해 온 교육감 직접 선거는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어렵고, 교육의 전문성과 인물의 도덕성도 검증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경험적으로 명확해졌다.
정부는 2007년부터 교육의 지방자치를 보장한다는 명목으로 교육감을 직접 선거로 선출하기 시작했다. 이때 표면적으로 정치적 중립성 유지를 내세워 교육감의 정당 공천을 배제하였다. 정당의 공천이 없으니 후보자들이 난립하게 되었고, 유권자들은 후보자들이 어떤 이념과 정책을 지녔는지 파악하기조차 어렵게 되었다. 이념을 공유하는 후보자끼리 단일화를 한다고 하지만, 적법한 절차는 있을 수 없으며 또 그 절차가 다 지켜지리라는 보장도 없다.
또한 유권자들이 굳이 후보자들의 정책을 검토하려 한들 자신의 한 표가 대세에 영향을 줄 수 없음을 알기 때문에 교육감 선거에 무관심하게 된다. 이에 따라 투표율은 낮아질 것이고 무효표가 상대적으로 많아질 수밖에 없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교육감에 대한 무효표는 지자체장에 대한 무효표보다 거의 세 배나 많았다. 반면 후보자들은 애써 자신을 알려야 하니 더욱 많은 홍보 비용을 써야 하고 따라서 선거 후에 후유증도 크게 나타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점이 드러나자 교육감을 지자체장의 러닝메이트로 선출하자는 의견이 대두된다. 그러나 이 방법은 헌법이 요구하는 교육감의 정치적 중립성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교육감을 지자체장의 러닝메이트로 할 경우 결국 정당 공천이 이루어지게 되고, 정당에서 교육감 후보자를 선정할 때 교육의 전문성이나 도덕성보다는 정치적으로 지자체장 선거에 유리한 후보자를 고르게 될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한 장의 투표권으로 지자체장과 교육감을 한꺼번에 선택해야 하니, 유권자들 입장에서는 지자체장 후보에 대한 판단을 더 중시하게 될 것이므로 교육감에 대한 유권자의 판단은 무시될 것이다.
교육감을 유권자들이 선출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러닝메이트제는 교육감을 직접 선거로 뽑는 것보다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교육감은 지방선거를 통해 선출된 지자체장이 임명하고 이를 지방의회의 청문회를 거쳐 선임하는 게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며 교육의 전문성과 인물의 도덕성을 검증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 경우 교육감 선거를 위해 지출하는 막대한 예산(이번 선거에 전국 교육청이 3000억원 이상을 투입한 것으로 추산)도 절감할 수 있다. 지방의회의 견제와 균형을 통해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교육감을 세울 수도 있다. 유권자들이 검증하기 어려운 교육의 전문성과 인물의 도덕성도 지방의회에서 철저히 검증하여 교육감에 걸맞은 인물이 선임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미국, 일본 및 유럽의 선진국들은 대부분 교육감을 지자체장이 임명하고 지방의회의 동의를 받아 선임하거나 교육위원회를 구성하여 간접선거하는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우리도 그것을 참고해 제도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
교육감은 막대한 예산과 교사 인사권을 행사하는 ‘교육 소통령’으로 불린다. 이렇게 중차대한 권한을 가진 교육감은 정치적 중립성과 전문성, 인물의 도덕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지방의회 청문을 통한 지자체장의 교육감 임명 제도를 하루빨리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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