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漢字로 보는 중국] [24] 江湖의 비정한 정신세계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2026. 6. 18.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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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이 없으면 서지 못한다(無信不立)”는 말은 예부터 써왔다. 엄숙한 유가, 처세에 밝은 도가 등의 경전에 꼭 등장하는 언사였다. 그러나 실제 중국인 삶은 그 반대의 경우가 훨씬 많았다. 우선 오래 전해진 중국 속언이 있다. “한 사람이면 절간에 들어가지 않는다(一人不進廟)”가 그 시작이다. 호젓한 산사(山寺)에 들렀다가 산적 등에게 당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일행이 두 사람일 때는 “함께 우물을 들여다보지 말라(二人不看井)”고 말한다. 사람 하나가 다른 한 사람을 우물에 밀어 넣을 수 있다는 경고다.

일러스트=박상훈

다음 말은 “셋이서 함께 나무를 들지 말라(三人不擡樹)”다. 셋 중 하나는 힘을 쓰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로써 일행 사이에는 갈등과 분열이 생긴다는 뜻이다. 마지막에는 다시 혼자일 경우가 나온다. “혼자서는 난간에 기대지 말라(獨自莫憑欄)”다. 다른 해석도 있지만, 부실한 난간에 기대려다가 높은 곳에서 떨어질 수 있다는 풀이가 지배적이다. 상대의 호의(好意)를 함부로 믿지 말라는 권유다.

심각한 불신(不信)과 의심(疑心), 반목(反目)이 죄다 느껴지는 속언이다. 타인을 함부로 믿다가는 인생을 망친다는 경계감이 아주 짙다. 더 끔찍한 사례도 있다. 중국의 도굴꾼 이야기다. 아비와 자식이 도굴에 나섰을 때는 앞뒤를 잘 가려야 한다. 도굴을 마치고 무덤을 나올 때 아비가 앞장을 서는 게 중국 도굴꾼 세계의 불문율이란다. 아비는 자식을 땅에 묻지 않지만, 보물에 눈이 먼 아들은 늙은 아비를 끌어올리지 않아 죽일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한문(漢文)에 나오는 공맹(孔孟)의 ‘거룩한 말씀’으로만 중국을 볼 때가 많다. 그러나 실제 삶에서 우러난 중국 강호(江湖)의 정신세계는 이렇듯 살벌하다. 가짜와 짝퉁, 위조와 조작 등 부정적인 현상이 늘 빚어지는 토대다. 중국 관찰에서는 결코 빠뜨릴 수 없는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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