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모욕’ 단체 재판행… 경남 ‘평화의 소녀상’ 혐오 멈출까
창원·김해·양산 등서 시위 몸살
정부, 올해 처벌 수위 대폭 강화
시민모임 “늦었지만 당연한 결과”
전국 각지에서 위안부 피해자를 모욕해 온 보수단체 인사들이 고소 4년 만에 대거 재판에 넘겨지면서 오랜 기간 평화의 소녀상 혐오 범죄에 시달려 온 경남 지역도 사법 정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검찰은 지난 17일 김병헌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대표 등 극우 성향 단체 인사 8명을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역사 왜곡과 피해자 모욕 행위에 대해 현 정부가 엄정 대응 기조를 공식화한 이후 나온 첫 사법 조치다.
이들은 수요시위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집회하면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을 매춘 여성으로 표현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다.
특히 김 대표는 지난해 10월 경찰의 집회 제한으로 양산과 서울 지역 학교 앞 소녀상 철거 시위가 제한되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기극의 상징인 흉물’이라고 써 위안부 피해자 모욕으로 해석될 수 있는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그동안 경남 지역의 소녀상 역시 이들의 주된 표적이었다. 창원 오동동 문화광장과 경남도교육청 제2청사, 김해 연지공원, 양산도서관 등에 세워진 소녀상들은 극우 단체들이 주도하는 혐오 시위로 몸살을 앓아 왔다.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에서는 지난 2024년 경남 지역 소녀상에 ‘위안부 사기 이제 그만’이 적힌 어깨띠를 두르고 ‘흉물’이라 적힌 피켓을 세우는 등 혐오를 일삼았다.
이들은 네이버 밴드에 소녀상 철거 챌린지라는 주제로 해당 혐오 행위를 담은 사진을 올렸다. 기습 시위와 혐오가 반복될 때마다 지역 주민들과의 마찰도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혐오 시위를 대하는 법적 기조는 올해 들어 변화하고 있다. 지난 1월 울산지법은 양산 소녀상 앞에서 극우 단체의 철거 집회에 맞서 미신고 맞불 집회를 열었다가 기소된 박미해 김복동평화공원양산시민추진위원회 상임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혐오 표현에 맞선 정당한 저항이자 사회 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라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또 올해 3월부터 시행된 개정 ‘일본군위안부피해자법’에 따라 온·오프라인을 불문하고 위안부 피해자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모욕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등 처벌 수위도 대폭 강화됐다. 이번에 기소된 극우 단체에 대한 재판 결과에 따라 경남 포함 전국에서 잇따라 진행된 위안부 혐오 시위 등도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경희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 대표는 “과거 위안부 피해자 모욕 등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어도 권고에 그쳤고 사법기관의 처벌도 미온적이었기에 이번 기소는 늦었지만 당연한 결과”라면서 “단순히 처벌하는 것으로 국가의 책무를 다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근본적인 혐오와 모욕 범죄를 근절하려면 도내 학교와 기관에서 위안부 역사를 제대로 가르치는 교육 제도가 정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어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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