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묶인 이란 경제 훈풍 기대…“국민 대부분 체감 못할 것”

최민지 기자 2026. 6. 18.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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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투자 등 수백억달러 규모 수혜…원유 수출은 벌써 반등 조짐
경제 회복 신호에도 부패 구조 여전…“재건까지 12년 걸릴 수도”


미국과 이란이 17일(현지시간) 공식 서명한 종전 양해각서(MOU)에는 이란이 미국 등으로부터 제공받을 수백억달러 규모의 경제적 혜택이 담겼다. 50년 가까이 국제사회 제재를 받으며 버텨온 이란의 이른바 ‘저항 경제’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다만 기득권층의 부패 등 고질병으로 국민 전체가 혜택을 골고루 누리긴 어렵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날 공개된 MOU 14개 조항을 살펴보면 이란은 동결 자산 해제와 경제 제재 완화, 막대한 규모의 민간 투자, 원유 판매 허용 등 다양한 혜택을 얻어냈다.

최대 3000억달러(약 450조원) 규모로 조성될 재건 기금은 이란의 경제 회복에 마중물이 될 수 있다. 이란 정부는 이번 전쟁으로 인한 피해 규모를 약 2700억달러로 추산한다. 미국은 이 자금이 미국 정부가 아닌 해외 기업 등 민간 자금으로 마련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 세계 은행에 묶인 이란의 동결 자금이 풀린다면 이란은 끊겼던 현금 흐름을 빠르게 복구할 수도 있다. 이란 언론은 동결 자산이 1240억~167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CNN방송은 미국과 이란 간 합의가 불안정하다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이란 정부는 합의를 통해 경제 재건 자금을 제공받고 해외 투자자와 관계를 정상화할 발판을 마련했다”며 “이는 이란 경제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원유 판매 허용도 이란 경제의 숨통을 틔울 것으로 보인다. 1979년 이슬람혁명 이전 하루 500만~600만배럴을 생산했던 이란은 이후 전쟁과 제재, 투자 부족 등으로 생산 능력이 크게 위축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이 향후 연간 600억달러(약 91조원) 넘는 원유 수입을 거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란의 원유 수출은 이미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해운정보업체 탱커트래커스에 따르면 미국이 해상 봉쇄를 종료하기로 한 지난 16일 이후 이란은 380만배럴의 원유를 수출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란산 원유 공급 재개와 호르무즈 해협 통항 정상화가 이뤄질 경우 향후 세계 원유 공급 증가폭이 수요 증가폭을 크게 웃돌 수 있다고 내다봤다.

CNN은 “이미 암시장에서는 이란 환율에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며 “이란 경제에 긍정적 신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그러나 제재 완화와 재건 기금 제공이 이뤄지더라도 경제 회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고위층의 부정부패와 경제 전반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구조적 문제 때문이다. 이란 경제는 석유, 방산, 건설, 식품 등 전 산업에 걸쳐 800개 넘는 기업을 지배하는 이란혁명수비대(IRGC)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중동 및 중앙아시아 부국장을 지낸 금융 전문가 아드난 마자레이는 “제재도 문제지만 이란의 핵심 문제는 잘못된 경제 운영과 부패”라고 말했다. 외부 통제가 없다면 이 자금이 경제 재건이 아닌 친이란 무장세력 지원 등에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란의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84%에 달하고 최대 200만명이 전쟁으로 일자리를 잃었다는 점을 짚었다. 이어 “이번 합의는 평범한 이란인들에게는 너무 늦게 찾아왔다”며 “이란 정권은 합의로 이익을 얻을지 모르지만 비참한 삶을 살던 국민 대부분은 그 혜택을 체감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지난 4월에는 ‘전쟁으로 무너진 경제를 재건하는 데 최대 12년이 걸릴 수 있다’는 이란 중앙은행의 관측이 반체제 매체 이란인터내셔널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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