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침묵 속 몸집 키운 '학폭'…안전망 어디로

이창욱 기자 2026. 6. 18.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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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징후 외면…미온 대처 지적
4일 신고 접수 뒤에도 잇단 폭행
피해 학생, 가혹행위 인한 PTSD
학부모 “학교가 사태 자초” 질타
▲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인천 한 초등학교가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1학년 학생의 학교폭력 징후를 초기에 인지하고도 방치해 사태를 키운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분리조치가 내려진 당일마저 가해 학생들의 추가 폭행을 막지 못하는 등 학교 안전망이 붕괴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8일 인천일보 취재 결과, 지난 4일 남동구 논현동 A초에 재학 중인 중증 장애 학생 B군(1학년)이 상급생들로부터 지속적인 폭력을 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사건은 올해 3월 시작됐다. 1~2학년이 한 공간에서 하는 위탁 돌봄 수업 늘봄교실에서 한 학년 위인 C군(2학년)이 가위를 들고 B군을 따라다니며 "손가락을 자르겠다"고 협박했다는 게 피해 학부모의 주장이다.

B군 학부모는 인지 후 즉각 학교 측에 이 사실을 알리고 동선 분리 등 조치를 요구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C군은 조용히 책만 보는 스타일"이라며 사실상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학교의 미온적 대처 속에 폭력은 최근까지 이어졌다.

학부모와 피해 진술 등에 따르면 C군은 또 다른 상급생 D군(2학년)과 합세해 의사표현이 서툰 B군을 뒤로 밀어 넘어뜨리고, 꼬리뼈를 발로 차거나 망치 형태의 물건으로 머리를 타격했다.

뺨을 때리고 입안에 모래를 넣는가 하면, 폭행 직후 "오늘도 임무 완료"라며 조롱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학교를 불태워 못 나오게 하겠다", "독을 먹여 죽이겠다"는 극단적인 폭언과 협박도 지속된 것으로 전해졌다.

B군 학부모가 지난 4일 학교폭력 신고를 공식 접수하자, 학교 측은 5일 가해 학생들에게 분리 등 긴급조치를 통보했다.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르면 학교장은 학폭 사건 인지 후 가해자를 피해자와 분리해야 한다.

그러나 가해 학생들은 분리조치 후에도 B군을 찾아와 팔을 때리고 꼬집으며 뒤로 밀쳐내는 추가 폭력을 감행했다는 게 학부모 설명이다. 당시 현장은 동급생이 목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B군은 극심한 등교 거부 반응과 함께 야경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증상을 보여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학부모는 추가 폭행을 우려해 늘봄교실과 방과후 수업을 전면 취소하고 생업을 포기한 채 등하교를 시키고 있다.

B군 학부모는 "학교가 초기 경고를 묵살하고 법적 분리 조치마저 허술하게 관리해 보복 폭행을 자초했다"며 "자신을 방어할 능력조차 없는 아이다. 가해자가 아무리 어려도 폭력은 폭력"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A초 교장은 "자세한 부분은 모른다"며 답변을 회피했고, 학폭 담당 교사는 "학교폭력예방법에 근거해 사건 관련 내용은 어떤 것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이창욱 기자 chuk@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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