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원전 증설이 재생에너지 위축시키지 않도록 해야

한국수력원자력이 신규 대형 원자력발전소 2기 건설 후보지로 경북 영덕군을, 국내 첫 소형모듈원자로(SMR) 건설 후보지로 부산 기장군을 17일 선정했다. 정부가 원전을 증설키로 한 것은 대규모 전력이 필요한 인공지능(AI) 인프라 확충과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 등 한국이 처한 경제·안보 현실을 감안할 때 불가피한 선택일 것이다. 그러나 원전 증설이 재생에너지 확충을 가로막는 결과가 되지 않도록 유념해야 한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4~2038년)에 반영된 대형 원전 2기와 SMR 1기의 건설 계획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일시 중단됐지만, 올 초 국민 여론조사와 전력 수요 전망 등을 토대로 원전 추가 확대가 결정됐다. 영덕군에 들어설 1.4GW(기가와트)급 대형 원전 2기는 2037~2038년, 기장군에 건설될 0.7GW 규모의 SMR 1기는 2035년 준공이 목표다.
실제 착공까지는 환경영향평가, 송전망 확충 등 넘어야 할 관문이 적지 않다. 정부는 이번 부지 선정에 지자체가 주민 동의를 얻어 직접 신청하는 ‘공모 방식’을 도입했다. 원전 유치에 지자체들이 강한 의욕을 보인 데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바라는 절박함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생산된 전기를 수요처로 보내려면 송전망 건설이 뒤따라야 하는데 지역 주민들을 설득하는 작업이 부지 선정보다 몇배 더 어렵다는 사정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영덕에서 생산한 전력도 수도권으로 보내려면 송전선로·변전소 건설이 불가피하다.
게다가 원전 비중이 늘어나면 전력 공급이 수요를 초과할 경우 발전량의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의 발전을 우선 제한하는 출력제어가 빈번해질 것이고, 이렇게 되면 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이 떨어져 확충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도 여전하다. 정부가 원전 증설과 재생에너지 확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고 했지만, 결국 원전 증설에 무게중심을 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
중동전쟁으로 인한 원유 공급망 불안을 겪으며 에너지 전환은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바람직한 에너지 전환은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원전이 보조적 역할을 하는 ‘에너지 믹스’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기왕 원전 증설 방침을 세웠다면 재생에너지 확충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는 운영방식을 고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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