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에서 아프리카까지… 괴르네가 250번 부른 '겨울나그네'
"겨울나그네, 인간 내면의 지성과 영혼 발견하게 하는 작품"

아시아와 유럽, 오세아니아와 아프리카 대륙. 심지어 북극에서 500㎞ 떨어진 노르웨이령 슈피츠베르겐섬까지. 독일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59)가 슈베르트의 연가곡 '겨울나그네'를 들고 찾아간 곳들이다.
'겨울나그네'는 독일 시인 빌헬름 뮐러의 시에 슈베르트가 곡을 붙인 24곡의 연가곡이다. 사랑을 잃은 청년이 눈 덮인 겨울길을 고독하게 떠도는 여정을 그린 슈베르트 만년의 걸작으로 꼽힌다. 괴르네는 지난 37년 동안 이 작품으로만 250회 이상 무대에 섰다. 21일에는 롯데콘서트홀에서 피아니스트 선우예권과 함께 한국 관객을 만난다.
18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괴르네는 이 작품이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이유를 "인간 존재의 보편성"에서 찾았다. 그는 "'겨울나그네'는 인생이 행복과 성취만으로 채워질 수 없다는 사실을 이야기한다"며 "인간 내면의 지성과 영혼을 발견하게 하는 점에서 혁명적인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는 "슈피츠베르겐은 46~50개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인데, 그곳 관객의 반응도 다른 국가들과 다르지 않았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국제클래식음악상(ICMA), 디아파종 도르, 그라모폰상 등을 받은 괴르네에게 슈베르트 가곡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그는 영국 음반사 하이페리온의 대규모 프로젝트 '슈베르트 에디션'에 참여했고, 그가 녹음한 '겨울나그네' 음반은 1997년 타임이 선정한 올해의 베스트 음반에 이름을 올렸다.
괴르네는 "공연장 일을 하며 클래식 음악을 즐기던 부모님의 영향으로 대여섯 살 무렵 처음 슈베르트를 접했다"며 "슈베르트가 없었다면 성악가가 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슈베르트는 문학과 음악을 결합해 예술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린 작곡가"라고 평했다.
괴르네가 해석한 '겨울나그네'는 특정한 인물의 이야기는 아니다. 그는 "주인공은 연령이 어떻게 됐든 충분한 인생의 경험과 지혜를 가진 인물이자 인생에서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사람"이라며 "관객들은 (이 과정이) 나 혼자만 경험하는 일이 아님을 깨달으며 긍정적 에너지를 얻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공감의 배경으로 요즘 세태도 짚었다. 괴르네는 "가족이 함께 식사하면서도 각자 휴대폰만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보곤 한다"며 "소통이 부족한 시대에 인간 존재에 대해 다시 한번 알려주는 신선한 작품이 '겨울나그네'"라고 강조했다.
괴르네는 '겨울나그네'를 절망의 노래로 해석하지도 않았다. 그는 "주인공은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결국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로 선택한다"며 "저 멀리 보이는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나아가는 모습에서 전반적으로 낙관적인 감정을 품게 된다"고 말했다.

괴르네와 선우예권은 지인의 소개로 교류를 이어오다 이번에 처음 한 무대에 서게 됐다. 두 사람은 올가을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과 함께 미국 투어에도 나선다.
선우예권은 "오래 존경해온 음악가의 세밀한 뉘앙스와 다이내믹의 섬세한 조절을 바로 옆에서 듣는 일은 축복"이라며 "리허설 과정에서 수십 년간 이 작품을 탐구해온 연륜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가곡은 시와 음악이 만나는 가장 친밀하고 내면적인 장르"라며 "전적으로 혼자 책임지는 독주와 달리 가곡은 친밀한 호흡으로 성악가와 대화를 나누는 느낌이라 특별한 감정을 남긴다"고 덧붙였다. 이에 괴르네는 "100세가 될 때까지 선우예권과 함께 연주하고 싶다"고 화답했다.
이번 연주회는 2024년 바리톤 벤야민 아플 첫 내한 공연에 이은 한세예스24문화재단의 두 번째 음악 프로젝트로 전석 초대로 진행된다. 사전 신청에는 1만5,000여 명이 몰렸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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