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암 투병 남편 두고 월급 40만 원"···파산 기로 홈플러스 노동자들의 '추운 여름'

조건희 기자 2026. 6. 18.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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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달째 임금 체불에 월급 4분의 1 토막···생계고에 '줄퇴사' 도미노
메리츠 1000억 예치에도 MBK '현금 바닥'···7월 3일 가결 시한 경고등
점포 수 126개에서 67개로 반토막···정치권 "10만 민생 파탄 방치 말라"
이날 방문한 홈플러스 신도림점에서는 소비자보다 직원들이 더 많은 풍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 사진 = 조건희 기자

[시사저널e=조건희 기자]

"남편이 희귀암에 걸려서 1년 넘게 투병중인데 홈플러스는 두 달째 임금이 안나와 주변에서 돈을 빌리고 있어요".

18일 홈플러스 강서점에서 20년째 근무 중인 송 씨는 기자에게 현재 근무 상황을 이같이 토로했다. 그의 유일한 바람은 오직 '홈플러스 정상화'다. 20년을 근무하며 처음 맞이한 폐점 위기 앞에 그는 생계를 유지할 수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한 달 새 함께 근무하던 강서점 직원 18명 중 벌써 2명이 회사를 떠났다. 송 씨 본인 역시 퇴사를 깊이 고민 중이다.

송 씨의 고민은 생계와 남편의 병간호다. 그는 "두 달째 월급이 밀리고 이번 달도 불투명해졌다"면서 "남편의 투병을 간호하기 위해서는 주변에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이런 상황이 너무 힘들다"고 전했다. 현재 퇴사하지 않은 강서점 직원들의 일과는 이미 폐점된 다른 점포에서 넘어오는 재고 물품들을 진열하며 본인의 퇴사 시기를 저울질하는 것이다.

홈플러스 직원들의 여름은 춥다. 임금 체불 문제가 장기화되면서 직원들의 월급은 기존의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실제로 최저시급 수준인 세전 약 200만원이던 월급은 사태 악화와 함께 세후 40만원 가량으로 줄었다. 문제는 이미 두 달째 밀린 월급이 이번 달에는 정상 지급될지조차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이날 만난 한 홈플러스 직원은 "19일이 월급날인데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40만원을 생활비로 버티는 게 말이 안되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모두가 생계를 걱정하게 된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실업급여 수령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사측은 지난 4일 공문을 통해 폐점 점포의 책임 직급 이상 직원 300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하겠다고 노조에 통보했다. 희망퇴직 보상금은 3개월 치 임금 수준이다. 이 보상안 역시 메리츠금융그룹 등 채권단이 긴급운영자금(DIP)을 투입하고 회생절차 연장에 동의해야만 이행이 가능하다. 홈플러스 직원에 따르면 당초 근속연수 10~19년 차는 10개월 치, 20년 차 이상은 12개월 치의 임금을 퇴직금으로 지급받아야 하지만 현재 사측은 DIP 금융 대출을 받지 못할 경우 이조차 지급할 수 없다며 퇴직자들을 대상으로 동의 서명을 받고 있다. 기업의 유동성 위기 책임이 고스란히 퇴직 근로자들의 생계 위협으로 전가된 실정이다.
식품 코너에 보관용기가 가득 찬 홈플러스 . / 사진 = 조건희 기자

안수용 홈플러스지부장은 직원들의 퇴직 행렬이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안 지부장은 모든 직원들이 세후 40만원가량의 월급으로 생활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기에 가계 형편이 어렵거나 부모 요양을 책임져야 하는 직원들의 줄퇴사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 지부장은 "직원들끼리 앉으면 대출을 어디서 받을 수 있을지부터 이야기한다"면서 "정부와 여당이 홈플러스 정상화에 대해 많은 약속을 한 만큼 하루라도 빨리 그 약속이 이행될 수 있는 즉각적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촉구했다.

퇴사를 하지 않는 직원들은 점포가 폐점 수순을 밟을 때마다 연쇄적인 전환배치로 근무지를 순환하고 있다. 지난 2월 문을 닫은 부산 감만점에서 근무했던 정 씨는 폐점 후 부산 센텀시티점으로 전환배치됐다. 그러나 센텀시티점마저 현재 폐점 절차를 밟으며 직원들도 대거 이탈하고 있다. 정 씨에 따르면 전체 140여 명의 직원 가운데 이미 30명 이상이 퇴사했다. 남아 있는 직원들은 다음 전환배치 때 근무지가 집에서 너무 멀어질 가능성이 커 퇴사가 늘어날 수 있다고 정 씨는 말했다.
메리츠 금융그룹과 MBK 파트너스는 홈플러스 자금을 두고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 이미지 = 제미나이

현재 홈플러스의 회생을 가로막고 있는 가장 큰 걸림돌은 대주주와 채권단 간의 자금줄 공방이다. 홈플러스가 회생 절차를 연장하고 독자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 자금은 총 2000억원 규모다. 이에 최대 선순위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은 18일 이사회를 열고 1000억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 대출 지원과 신탁재산에 대한 후순위 담보권 설정 협조를 최종 승인했다. 하지만 메리츠금융은 긴급운영자금 제공에 있어 종전과 마찬가지로 MBK파트너스와 김병주 회장의 보증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메리츠금융은 이에 19일 오전까지 긴급운영자금 1000억원을 예치하고, MBK파트너스와 김병주 회장의 보증이 적법하고 유효하다는 것이 확인되면 즉시 자금을 집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홈플러스 회생계획에 필요한 자금이 총 2000억원인 만큼 MBK파트너스가 나머지 1000억원 규모를 추가로 조달해야 하는데 투자 자금을 굴리는 사모펀드 운용사 특성상 추가 현금 마련은 실현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이번 제안의 유효기간은 법원의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인 오는 7월 3일까지로, 막판 자금 조달이 최종 무산된다면 홈플러스가 파산 절차를 밟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상황이 악화되자 정치권은 홈플러스가 결국 청산 절차를 밟게 될 경우 발생할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경고하고 나섰다. 현재 홈플러스에 직접 종사하는 직원은 1만 명 규모다. 여기에 6000여 명의 입점 상인과 납품 중소기업, 그리고 이들의 직계 가족까지 포함하면 직간접적인 피해자만 최소 1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MBK파트너스와 메리츠금융그룹의 조속한 사태 해결을 촉구구했다. 김 의원은 "근로자와 상권 주민들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로, 홈플러스가 폐점하면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고 국민적 불안감이 고조될 수 있다"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MBK와 메리츠가 자사 이익만을 두고 핑퐁 게임을 벌이는 행태에 대해서는 강력한 지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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