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2차 이전, 대구·김천혁신도시 집중 육성론 부상

서의수 기자 2026. 6. 18.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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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유입 효과 5년 한계…정주 여건 강화가 성패 좌우
산업연구원 “분산보다 거점 투자, 혁신도시 고도화 필요”
▲ 산업연구원

이재명 정부의 공공기관 2차 이전 논의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대구·경북에서도 기존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추가 이전과 후속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단순히 수도권 공공기관을 지역별로 나눠 배치하는 방식이 아니라 대구혁신도시와 경북 김천혁신도시의 산업·정주 기능을 함께 키우는 방향으로 정책이 설계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17일 산업연구원이 발간한 산업경제분석 '지속적 인구 유입의 조건, 골든타임과 거점 투자'에 따르면 비수도권 인구 유입 효과는 약 5년까지만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에는 일자리와 주거, 교육, 의료, 생활서비스 등 정주 기반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유입 효과가 급격히 약화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생산가능인구 유입이 1% 증가하면 해당 연도 지역 전체 인구가 0.306% 늘고, 4년 뒤에는 증가 효과가 0.400%까지 확대된다고 봤다. 하지만 이 효과는 5년 이후 통계적 유의성이 사라졌다. 인구가 한 번 들어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유입 초기 5년 안에 정착 여건을 집중적으로 보강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보고서는 정책 자원을 전국에 균등하게 나누는 방식보다 기존 거점에 집중 투자하는 전략이 효율적이라고 제언했다. 공공기관 2차 이전 역시 새로운 입지를 추가로 넓히는 방식보다 이미 공공기관 집적과 생활 기반을 갖춘 기존 혁신도시를 고도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분석은 대구·경북 혁신도시에도 시사점이 크다.

대구혁신도시에는 한국가스공사, 신용보증기금, 한국부동산원,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한국산업단지공단, 한국교육학술정보원, 한국장학재단 등 12개 기관이 이전해 있다. 의료, 교육, 금융·보증, 산업지원, 디지털 행정 기능이 모여 있어 대구시가 추진하는 첨단의료, 로봇, 인공지능(AI), 데이터 산업과 연계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북 김천혁신도시도 한국도로공사, 한국교통안전공단, 한국전력기술, 농림축산검역본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국립종자원 등 12개 기관이 입주해 있다. 도로교통, 에너지, 농생명 분야 공공기관이 모여 있어 경북의 교통물류, 미래차, 에너지, 농생명 산업과 연결할 수 있는 구조다.

문제는 기관 이전이 곧바로 지역 정착과 산업 성장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대구혁신도시와 김천혁신도시 모두 1차 이전을 통해 공공기관 집적 효과는 만들었지만, 가족 동반 이주와 청년 정착, 지역 기업과의 협업, 연구·교육 기능 확장 등에서는 여전히 과제가 남아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산업연구원의 이번 분석도 같은 맥락이다. 공공기관 이전은 일정 규모의 고용과 인구 이동을 유발할 수 있지만, 기관 기능과 지역 전략산업, 연구·교육 기반, 주거·생활 여건이 함께 결합되지 않으면 장기적인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구의 경우 2차 이전 논의에서 기존 혁신도시를 단순 행정기관 집적지가 아니라 첨단산업 지원 거점으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한국산업단지공단,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등 기존 기관 기능을 활용해 에너지, 산업단지 고도화, 데이터, AI 분야 공공 기능을 추가로 묶는 전략이 가능하다.

경북은 김천혁신도시를 중심으로 도로교통과 에너지, 농생명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이 거론된다. 한국도로공사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을 축으로 미래 모빌리티와 교통안전 연구 기능을 확대하고, 한국전력기술과 연계해 에너지 관련 공공기관 유치 전략을 세울 수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와 국립종자원 등 농업 관련 기관을 기반으로 농생명 연구·검역·종자 산업을 고도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정주 여건 개선은 여전히 핵심 과제다. 대구혁신도시는 대구 도심과의 접근성, 의료·교육 인프라 연계가 상대적으로 강점으로 꼽히지만 혁신도시 내부의 자족 기능 확충은 계속 요구된다. 김천혁신도시는 KTX 김천구미역과 연계한 광역교통 장점이 있지만, 청년층이 장기 정착할 수 있는 문화·교육·의료·주거 기반 확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공공기관 2차 이전은 기관 수 확보 경쟁을 넘어 지역 산업과 정주 여건을 함께 묶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대구·경북이 각각 따로 유치전에 나서는 데 그치지 않고, 대구의 첨단산업·교육·의료 기능과 경북의 교통·에너지·농생명 기능을 연결하는 초광역 전략도 필요하다.

보고서는 "기존 유입 인구의 정착 과정이 다시 새로운 유입을 유도하는 연속적인 유입의 물결을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발성 이전 정책이 아니라 주거, 교육, 교통, 의료, 산업 투자를 단계적으로 이어 붙여야 한다는 뜻이다.

지역 경제계에서는 공공기관 2차 이전이 '나눠주기식 분산 배치'로 흐를 경우 기존 혁신도시의 경쟁력마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대로 대구혁신도시와 김천혁신도시를 산업별 거점으로 명확히 설정하고 후속 투자를 집중한다면 공공기관 이전이 지역 인구 유입과 산업 재편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김준호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공공기관 2차 이전은 이미 공공기관 집적과 정주 기반을 갖춘 기존 혁신도시를 우선 거점으로 삼아 전략산업과 연구·교육·주거 인프라를 결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