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테슬라 이어 애플 칩까지… 트럼프 "인텔이 미국에서 제조할것"
자국 기업에 일감 확 몰아주며
빅테크의 TSMC 의존도 낮춰
인텔과 경쟁하는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수주 경쟁 심화 우려
삼전닉스 美 생산 압박 커질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반도체 살리기가 더욱 노골화되고 있다. 빅테크들을 압박해 미국 정부가 최대주주(지분 10%)인 인텔에 물량을 몰아주면서 테슬라와 엔비디아에 이어 애플까지 협업에 나선다. 미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서 인텔과 맞붙어야 하는 삼성전자 입장에선 경쟁 격화를 피할 수 없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애플이 미국에서 칩을 설계하고 제작하기 위해 인텔과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애플은 그동안 아이폰·맥에 들어가는 자체 설계 칩을 사실상 대만 TSMC에 맡겨왔다. 협력이 현실화하면 첨단 반도체 생산에서 미국 내 공급망을 확보하는 첫 사례가 될 수 있다.

◆ 인텔로 몰려가는 빅테크
트럼프 대통령은 인텔을 중심으로 한 반도체 동맹 구축 성과를 강조했다. 그는 "엔비디아가 최고 등급의 칩을 인텔과 생산하기로 했고, 일론 머스크는 인텔 기술을 적용한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 '테라팹'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9월 인텔에 50억달러를 투자했고, 테라팹은 인텔 14A 공정을 적용해 2029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텔은 마이크로소프트와 18A 웨이퍼 공급 계약을 맺고 아마존과 시스코를 첨단 패키징 고객으로 확보했다. 구글의 합류 가능성도 나온다.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은 구글이 차세대 AI 칩인 텐서처리장치(TPU) 300만개 이상을 인텔에 위탁생산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엔비디아 역시 차세대 AI 칩 일부에 인텔 기술 적용을 시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를 단순한 산업이 아니라 경제·안보 주권의 문제로 보고 있다. 그는 "세계가 의존하는 기술은 미국에서 발명됐는데 어리석은 대통령들이 대만에 공장을 빼앗겼다"며 "관세로 산업을 보호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설계는 미국 기업이 맡고 생산은 TSMC에 의존해온 구조를 바꿔 첨단 제조 역량까지 미국으로 되돌리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트럼프 행정부는 인텔 지분 10%를 약 89억달러에 매입하는 등 정부가 직접 기업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까지 동원했다. 여기에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지난 1년간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머스크를 잇달아 만나 인텔 협력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합의로 인텔은 애플과 엔비디아, 머스크 진영까지 확보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번 협약으로 TSMC 중심의 글로벌 파운드리 질서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애플은 연간 2억대 이상 팔리는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에 자체 설계 칩을 써 파운드리 업체로선 반드시 잡아야 할 핵심 고객이었다.
◆ K반도체 압박 더 거세질듯
국내 반도체업계에선 '우려하던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위기다. 이란 전쟁에 쏠려 있던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이 이제 반도체로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파운드리 고객을 두고 인텔과 경쟁해야 하는 삼성전자에 트럼프 대통령의 '자국 기업 밀어주기'는 특히 부담이다. 삼성전자는 1998년 텍사스 오스틴에 팹을 세운 뒤 미국에서 시스템 반도체를 위탁생산해왔고, 내년부터는 테일러 팹에서 선단 공정 제품을 양산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애플·엔비디아와 인텔의 협력을 잇달아 부각하면서 삼성전자 테일러 공장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내 생산을 검토하는 기업들이 삼성전자 대신 인텔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파운드리를 넘어 메모리 반도체까지 미국 내 생산 압박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빅테크에 메모리를 팔아 70%의 영업이익률과 역대급 이익을 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 회사에 미국 내 생산을 더욱 강하게 요청할 것이란 얘기다.
국내에서도 비수도권 투자를 요청받는 상황에서 미국 추가 투자 요구까지 겹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더 어려운 선택에 내몰리게 된다. 이미 미국 마이크론이 뉴욕·아이다호에 메모리 팹을 짓고 있고, SK하이닉스도 인디애나에 첨단 패키징 공장을 건설 중이다.
[실리콘밸리 원호섭 특파원 / 서울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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