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참교육 우진 엄마' 박지연 “실제 남편이 화가 많이 났냐고요?”

우진 엄마, 배우 박지연의 시대가 열렸다.
'소년심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미혼남녀의 효율적 만남' 등 다양한 작품에서 만나온 배우다. 그렇게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연기해온 박지연이 역대급 빌런 캐릭터를 만나 새로운 전성기를 맞았다. 익숙하게 보여줘온 선한 얼굴을 지우고 리얼한 진상 엄마 역할로 전 세계 시청자를 분노케 만들고 있다.
박지연의 활약이 담긴 넷플릭스 시리즈 '참교육'은 피해자의 편에 서서 학교를 바로잡는 교권보호국의 거침없는 활약을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다. 지난 8일부터 14일까지 2110만 시청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타임으로 나눈 값)와 2억 2580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1위에 올랐다. 대한민국을 포함해 일본, 싱가포르 등 46개국에서 1위를 석권했다. 여기에 미국, 영국, 인도, 프랑스, 독일, 호주, 멕시코, 브라질 등 총 91 개 국가에서 톱10에 차트인했다.

-인기가 실감나나.
“SNS 댓글 달아주시는 걸 보고 있다. 엄청난 응원을 받고 있다. 얼떨떨해하면서도 체감적으로 확 와닿는 느낌은 아니다. 길 가면 알아보는 사람들도 있다. 주변인들이 마스크 쓰고 다니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더라. 역할이 그렇다보니 마스크 쓰고 다니고 있다.(웃음)”
-지나가면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나.
“약간 흠칫? 제가 그렇게 느끼는 것일 수도 있는데.(웃음) 저라는 걸 아시고 조용히 지나가주시기도 한다. 보통은 잘 봤다고 인사해주신다.”
-김희철도 댓글을 달았더라.
“댓글이 많다보니까 못 봤다가, 주변에서 이야기해줘서 알게 됐다. (김희철이 단 댓글이)바로 기사화됐더라. 댭글은 아직 못 달았다. 직접 아는 사이는 아니다. 하하하.”
-주로 어떤 댓글이 달리나.
“응원해주신다. 자기 아이 이름이 우진이인 분이 '제가 우진이 엄만데'라며 제 연기를 응원해주시기도 한다. DM도 엄청 많이 왔다.”
-해외 팬들의 거친 댓글도 있더라.
“너무 많아서, 다 보진 못했다. (우진 엄마를) 때리거나 그런 밈은 봤다. 폭력적으로 나쁜 댓글 다는 분들은 안 계신다.”
-연기를 자평하자면.
“저는 사실 부족한 부분밖에 안 보였다. 제가 처음 해보는 역할이었다. 이걸 잘 해낼 수 있을지 두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부족한 부분이 너무 많이 보였다. 청자 분들이 좋게 봐주셔서, 얼떨떨하면서 한편으론 두렵기도 하다. 연기 칭찬을 해주시는데, 내가 과연….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 (우진 엄마는)내가 봐도 진상 같다고 느끼긴 했다.”

“처음엔 3부에 나오는 정선영 선생님 역할을 제안받았다. 홍종찬 감독님이 이 작품을 준비 중일 때 생각하고 있는 배역이 있다고 해서 제안을 받았다. 그런데 나중에 '다른 제안을 해보고 싶다'고 하시더라. 우진 엄마 역할이었다. 대본을 봤는데 너무 욕심이 났다. '잘할 자신은 없는데 꼭 해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어떤 부분에서 도전하고 싶었나.
“활동하며 맡았던 역할이 거의 피해를 입거나 사연 있는 캐릭터였다. 큰 에너지를 쓰는, 이런 빌런 역할은 처음 해보는 거였다. 이런 기회를 갖기가 진짜 쉽지 않다. 그래서 진짜 기회를 잡고 싶었다.”
-공개 전부터 김무열이 기자들에게 우진 엄마 에피소드를 적극 추천하더라.
“배우들은 첫 촬영 때까지 불안하다. 첫 신 촬영날, 제가 준비한 걸 리허설 때 보여드렸는데, 스태프들이 깜짝 놀라시는 거다. 그때 확신이 섰다. 김무열 선배님이 테이크를 한 번 가고 나서 '아 무서워' 라고 해서 또 한번 힘을 받았다. 놀이터 신에서 배우들이 테이크가 끝나고 '우와 안 그렇게 생겼는데, 너무 깜짝 놀랐어요'라고 해줘서 내가 잘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홍종찬 감독은 어떤 디렉팅을 줬나.
“믿고 맡기셨다. 디렉팅을 특별히 하진 않으셨다. 촬영 전에 맘카페 글을 캡처해서 보내주신 정도다. 현장에서 정말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게 믿어주셨다. 믿음이 제일 큰 힘이 됐다.”
-혹시 실제 남편도 화가 많이 났나.
“기뻐해주고 있다.(웃음) 저희 엄마는 '난 지금 얼덜떨해' 이러더라. 오빠도 '회사 사람들이 네 이야기만 해'라고 하더라.”
“이렇게까지 많이 관심을 받을줄 잘 몰랐지만, 그 대사가 많은 학부모들이 사용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 이게 작품 안에서 세 번 나오는데, 이걸 어떻게 그 상황 안에서 상대에게 줄지 고민했다.”

-우진 엄마처럼 보일까 봐 평소에도 좀 조심스럽겠다.
“스타일리스트에게 다소 늦은 시각에 연락을 보내는데, 우진이 엄마처럼 보일까 봐, 오해의 소지가 있을까 자기 검열을 하게 되더라.(웃음)”
-진상 학부모를 어떻게 연구했나.
“대본을 봤을 때, 땅에 발이 붙어있게끔 연기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일상에서 있을 수 있는 그런 사람처럼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등하굣길 어머니들이 어떻게 하는지 그런 것들도 조사했다. 다큐멘터리도 많이 봤다.”
-온라인상에 떠도는 진상 학부모 썰도 봤나.
“알고리즘에 뜨는 것들도 보긴 했다.”
-우진 엄마 에피소드가 서이초를 떠올리게 한다는 반응이 많다.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 배우는 그 작품 안에 있는 인물을 연기하는 사람이다. 거기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고 진정성 있게 최선을 다해서 인물을 표현하려고 햇다. 감독님과 작가님을 신뢰했고, 이야기를 어떻게든 잘 만들겠다는 믿음이 있었다. 저에게는 큰 부담이나 이런 건 없었다.”
-우진 엄마를 연기한 후 마음가짐이 달라졌을 것 같은데.
“학부모가 아니다보니 교육 문제에 대해 그렇게까지 관심이 있진 않았다. 다큐멘터리에서 실제로 구안와사가 온 교감선생님, 공황장애로 손 떠시는 선생님도 계시다는 걸 봤다. 저도 속상하고 마음이 아팠다. 많이 놀랐다. 드라마보다 드라마 같은 이야기가 벌어지고 있었다는 것에 놀랐다.”
-단숨에 스타가 됐는데, 홍종찬 감독이나, 지인들 반응이 궁금하다.
“감독님이 며칠 전에 전화를 주셔서 '지연아, 내가 지금 5부를 다시 봤어. 우리 아내와 주변 사람들도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 이러면서 엄청 기뻐해주셨다. '상 받자' 이러면서 농담도 하시고. 촬영 끝나고도 '여우주연상 감이야'라고 해주셨다.(웃음) 배우 일을 하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울면서 자기 일처럼 너무 기뻐해주더라. 너무 고마웠다. 제가 계속 어떻게 해왔는지 다들 아니까. 계속 기뻐해줬다.”
-소속사 식구인 이정은의 반응은.
“선배님이 바쁘셔서 '지연아 짤밖에 못 봤어' 이러면서 너무 축하한다고 잘 경험해 보라고 하시더라. 이런 상황이 얼떨떨하고 잠도 잘 못 자는데, '나도 그랬어. 나도 그랬으니까 시간을 잘 보내봐' 이렇게 응원해주셨다.”
-우진 아빠를 직접 추천했다던데.
“권동호 배우는 학교 후배다. 개인적으로 연락을 주고받거나 그런 사이는 아니었고, 응원하는 사이였다. 감독님이 첫 촬영날 '우진 아빠가 캐스팅이 안 됐는데 고민이 된다'고 하시더라. 우진이(를 연기한 아역배우)가 너무 귀여워서, 어떤 배우가 가족 구성원으로 좋을까 생각하다가 권동호가 떠올랐다. 그간 그가 해왔던 역할보다는 작아서, 연락을 해서 '도와줄 수 있겠냐'고 물어봤다.”

“조금 더 현실감 있게 다가오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공감하는 부분도 이해가 갔다. (시청자 분들이) 저를 보고 진짜 화가 많이 나시나보더라.”
-찍으면서도 화가 났나.
“빌런 역할을 하면서 스트레스가 해소될 줄 알았는데, 매 촬영 끝나고 나면 마음이 안 좋았다. 상대에게 안 좋은 에너지를 내뿜다보니까. 빌런 연기가 정말 어렵다고 느꼈다. 근데, 놀이터 신을 찍고 나서 감독님이 '와 재밌다!' 이러는 거다. 즐거웠다.(웃음)”
-데뷔한 지 21년이 됐는데, 전 세계 시청자가 알아보고 있다.
“아직은 와닿지 않지만, 인생에서 이렇게까지 관심받고 응원받는 게 처음이다보니 너무 감사하다. 한편으론 무서운 것도 있다. 내가 그 정도가 아닌데, 다들 너무 좋게 봐주시는 분위기여서…. 기쁘다.”
-다음 작품에 대한 부담감이 있겠다.
“이 이상의 것을 해내야한다는 부담은 아닌데, 다들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고 생각해주시니 잘 해내야한다는 압박감이 있다. 늘 그런 압박감은 있었지만, 더 잘해내야할 것 같다.”
-앞으로 어떤 연기를 하고 싶나.
“할머니 될 때까지 하고 싶다. 그 사이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모르겠지만, 이 일을 스무살부터 해오면서 오래 연기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할 줄 아는 것도 없다. 그냥 꾸준히 이걸 잘 해오고 있구나란 생각이 든다. 연기가 늘 즐거워야하는데, 좋아서 시작한 일인데, 잘해야한다는 압박감이 들 때가 있다. 그렇게 제가 좋은 배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초에도 그런 생각이 든 적 있다. 이렇게 작품을 계속 해오고 있지만, 제가 생각하는만큼 미치지 못한 것 같아서 속상한 마음이 있었다. '참교육'으로 많이 인정해주시고 그래서 큰 힘이 됐다.”
-우진 엄마에게 하고픈 말이 있나.
“'참교육'에 '다들 누군가의 귀한 자식이잖아요'란 대사가 있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고 생각한다.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 우진 엄마도 그렇게 세상을 바라봤으면 좋겠다.”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사진=애닉이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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