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중계권’ 독이 든 성배됐나…JTBC 사태 원인은[뉴스분석]
광고 수익은 온라인 플랫폼으로 이동
“변화한 시장 제대로 못 읽은 판단 미스”

신문과 방송, 드라마 제작사를 거느린 중앙그룹이 회생 절차를 신청하면서 미디어 산업 안팎에 충격을 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변화한 미디어 환경을 읽지 못한 채 콘텐츠·중계권에 공격적으로 투자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지주사인 중앙홀딩스를 비롯해 JTBC, 콘텐트리중앙, 메가박스중앙, 중앙피앤아이 등 중앙그룹 5개사가 지난 15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JTBC가 지난 12일 206억원 규모 유동화 차입금을 상환하지 못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한 지 사흘 만이다.
① 콘텐츠에 투자했지만 무너진 수익 구조
이들이 회생 절차 신청에 이르게 된 첫 번째 원인은 콘텐츠 흥행을 수익으로 연결하지 못한 구조에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콘텐츠 산업은 대규모 선투자가 필요하지만 투자금 회수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흥행 실패 위험도 크다. 유홍식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콘텐츠 사업은 투자 대비 수익률이 높지 않고 회전율도 느린 산업”이라며 “JTBC는 초기에 공격적인 투자를 했는데 수익성이 악화해도 그게 이어졌다”고 말했다.
문제는 JTBC가 수익을 충분히 가져가기 어려운 구조였다는 점이다. JTBC는 <스카이캐슬> <냉장고를 부탁해> 등 흥행작을 잇달아 내놨다. 그러나 제작·유통 부문을 계열사 SLL로 분리하면서 드라마와 예능의 지식재산권(IP) 사업을 대부분 SLL이 담당하게 됐다. 2022년에는 현금 확보를 위해 <아는 형님> 등 프로그램 279편의 IP를 SLL에 433억원에 매각했다. 현재 JTBC가 보유한 SLL 지분은 3%에도 미치지 않는다. 작품이 성공해도 JTBC에 남는 수익은 제한적인 구조가 된 셈이다.
당초 중앙그룹은 SLL 기업공개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고 신규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었지만 업황 악화로 상장이 무산됐다. 상장을 전제로 짜인 자금 조달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서 그룹 전반에 유동성 압박이 커졌다.
② 발목 잡은 메가박스 적자
두 번째는 메가박스의 장기 부진이다. 중앙그룹은 영화관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보고 2010년대 중반 메가박스 경영권을 확보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확산이 겹치면서 극장 산업은 급격히 위축됐다. 또 OTT 대중화로 관객 수가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면서 메가박스중앙은 6년 연속 영업손실을 냈다. 중앙그룹은 콘텐트리중앙 등 계열사를 통해 지속적으로 자금을 수혈했지만 ‘돌려막기’가 반복되며 재무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③ 결정타 된 올림픽·월드컵 중계권
5억달러(약 7000억원)에 달하는 대형 스포츠 중계권 투자가 결정타였다. 중앙그룹은 2019년 2026~2032년 올림픽 중계권을 확보한 데 이어 2024년에는 2026·2030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중계권까지 따내며 스포츠 콘텐츠 사업 확대에 나섰다. 당시에는 지상파 방송사에 중계권을 재판매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는 오판이었다. 중계권 가격은 계속 오르는 반면 광고 수익은 줄어들면서 KBS·MBC·SBS는 수년 전부터 공동 구매 방식으로 중계권을 확보해왔다. 이미 지상파 방송사들조차 대형 스포츠 중계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JTBC가 이를 간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중계권을 되팔아 수익을 내는 과거의 성공 공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라며 “변화한 콘텐츠 시장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결과”라고 말했다.
④ OTT 확산으로 광고 수익 급감
전문가들은 중앙그룹 사태를 특정 기업의 실패를 넘어 전통 미디어 산업 전반의 위기를 드러내는 사건으로 보고 있다. OTT를 중심으로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면서 방송사들의 핵심 수익원이던 TV 광고 시장이 빠르게 위축됐다는 것이다.
방송사업 매출은 2022년 19조7579억원에서 2024년 18조8320억원으로 2년 연속 감소했다. 방송광고 매출도 2022년 3조752억원에서 2023년 2조4905억원으로 19% 급감한 뒤 2024년에는 2조3073억원으로 7.4% 더 줄었다.
유홍식 교수는 “넷플릭스가 국내 콘텐츠 시장의 ‘블랙홀’이 되면서 방송사들의 핵심 수익원인 광고도 온라인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방송광고 시장이 빠르게 축소되면서 콘텐츠 투자 부담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앙그룹 사태는 국내 미디어 산업의 구조적 위기를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서울회생법원은 오는 23일 5개사에 대한 대표자 심문을 진행한 뒤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판단한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JTBC 재승인 심사에서 유동성 문제를 면밀히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김남희 기자 nam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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